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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장 컬럼82

화장실에서 만난 아이 - 학부모 여러분께 - 연합뉴스에서 버섯을 들여다보는 아이들의 아름다운 사진을 보았습니다(2008.07.29). 이런 사진을 신문에 올리는 걸 보면서 ‘아직은 세상이 괜찮다’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사진 제목도 참 좋습니다. 설명과 함께 보십시오. “「버섯 숲에 빠지다」: 수원농촌진흥청 농업과학관에서 7월 29일 열린 ‘신비의 버섯 전시회’를 찾은 어린이들이 형형색색의 버섯을 살펴보며 신비로운 버섯의 세계에 빠지고 있다.” 사진을 들여다보다가 방학하기 며칠 전 화장실에서 만난 아이가 생각났습니다. 나는 비좁고 어두컴컴한 직원용 화장실이 싫습니다. 그래서 아이들 화장실을 자주 이용하게 되니까 더러 우스개가 될 만한 일이 생깁니다. 좀 난처하므로 둘러서 얘기하면, 화장실은 머리가 허연 ‘우리 나이 63세의 인격(人格)’이 ‘최고로 .. 2008. 8. 7.
멘토링 (Ⅲ) N 교사는 재능과 관심의 영역이 넓습니다. 함께 지낸지 반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 조금밖에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그분에게 그 영역을 좁히면 어떻겠느냐고 했습니다. 능력에는 한계가 있고, 어쩌면 그 능력은 똑같은데 관심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그의 생활모습이나 진로, 재산, 인간관계 등 모든 운명이 결정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사실은 그 범위를 극도로 좁혀서 ‘박사(博士)’라는 단어를 이루는 글자의 의미와는 영 달리 그 좁은 분야를 깊이 연구한 사람이 바로 ‘박사학위’를 받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습니다. 또 ‘인생’이란 이 길을 잘못 걸어가면 일류 사기꾼이 되기도 하는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N 교사는 ‘이 사람이 내게 심술을 부리나?’ ‘훼방을 놓고 싶은가?’ 아니면 ‘내 능력을 깔보는 건가.. 2008. 7. 14.
어디가 대한민국입니까? 누가 대한민국입니까? 덥습니다. 지난해 여름에도 그 무더위를 참느라고 용을 썼습니다. 그럴 때는 “우리나라는 사철이 있어 참 좋다”는 말에 공감하고 싶은 마음까지 사라집니다. 옛날 그 좋던 여름날을 그리워하면서 ‘내년엔 이렇진 않겠지. 그렇지 않으면 아내가 뭐라 하든지 집에도 꼭 에어컨을 달아야지.’ 그런 생각이 절실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는 선풍기도 돌리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너무 더울 때는 사위가 갖다 준 에어컨을 다른 사람에게 주고만 것이 후회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무더위가 올해는 더 일찍 시작되었습니다. 밤이 깊어도 바람 한 점 불어주지 않으니 지난해보다 외려 더 혹독합니다. 그래서 올해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평년기온? 좋아할 것 없다. 인간들이 보다 편안한 생활, 보다 편리한 생활을 추구하려는 .. 2008. 7. 11.
퇴근길에 만난 졸업생들 퇴근하는 길이었습니다. 중학교 남학생 예닐곱 명이 길바닥에서 무언가를 찾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굵직굵직하게 생긴 아이들이 인물도 좋아서 보기에 좋았습니다. 앞으로 실력을 쌓아 각자 ‘한가락’ 할 수 있는 인물들로 성장해갈 것입니다. 그들 옆으로 조심스레 지나갔습니다. 중고등학생들은 일부러 도로 한가운데를 때를 지어 지나가며 차가 다가가도 모른 채한다며 짜증을 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게 잘하는 일은 아니고 일종의 만용(蠻勇)이지만, 따지고 보면 그때 그런 짓 해보지 않으면 언제 해보겠습니까. 사실은 그런 행동을 비난하는 자기네도 학창시절에 일쑤 그런 짓을 했지 않습니까. 저도 그런 짓을 해보았고, 게다가 괜한 교모(校帽)와 가방을 찢고 희한한 색칠도 .. 2008. 6. 25.
멘토링(mentoring) Ⅱ 누구나 한때 어떤 일에 미쳐 나날을 보낸 경험을 가지게 되지만, 저는 그러한 시기를 현장교육연구보고서를 쓰는 일에 바쳤습니다. 제가 처음 연구보고서를 쓴 그 해는 교사가 된지 7년째 된 해였습니다. 며칠 간 책을 구해 읽고 ‘아, 이거다’ 싶은 주제를 정해 계획서라는 걸 써서 의기양양하게 교육연구원을 찾아갔습니다. 마감을 하루 앞둔 날이어서 저 말고도 여러 명의 교사들이 담당 교육연구사에게 지도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 연구사는 그 지방에서 명망이 높은 교육자였습니다. 그분이 차례로 여러 교사들의 계획서를 이리저리 넘기면서 무어라 질책을 하는 말들을 엿들었는데, 제가 생각해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될 것 같았고, 어떤 교사는 우선 글씨가 그 모양이어서는 안 될 것 같았습니다. 물론 아직 컴퓨터가 보급되지 않은.. 2008. 5. 19.
멘토링(mentoring) Ⅰ 멘토링을 DAUM 백과(위키백과)에서 찾아보았더니 다음과 같이 풀이되어 있었습니다.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 구성원을 1대 1로 전담해 지도조언하면서 실력과 잠재력을 개발시키는 것을 말한다. 조언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을 멘토, 조언을 맡는 사람을 멘티라고 한다. 멘토라는 말의 어원은 그리스 신화에서 비롯됐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로 출정하며 아들 텔레마코스를 절친한 친구인 멘토에게 맡겼다. 그는 오디세우스가 돌아올 때까지 아들의 친구, 선생, 조언자, 아버지 역할을 하며 잘 돌봐주었다. 그 후로 멘토는 지혜와 신뢰로 인생을 이끌어주는 지도자라는 의미를 뜻하게 됐다. 기업에서도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데, 회사나 업무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신입사원들을 1:1로 전담하여 지도, 코.. 2008. 5. 15.
제1장 제1절 학교장 인사 어느 아이의 어머니로부터 메일을 받았습니다. 생각은 있어도 직장 때문에 학교에 나올 수 없을 때는 아이에게 미안하며, 그래서인지 하루에 한 번씩 꼭 학교 홈페이지를 열어본다고 했습니다. 우리 학교 같으면 굳이 그렇게 홈페이지를 점검해보지 않아도 별 지장이 없을 것입니다. 학교에 무슨 일만 있다 하면 틀림없이 별도의 안내장을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번거롭고 경비도 만만치 않아서 웬만한 일은 홈페이지를 통해서 알리자고 제안해보면 틀림없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학부모들은 홈페이지를 잘 살펴보지 않습니다." 그건 사실입니다. 저도 이 '학교장 칼럼'이라는 걸 쓰고 있지만 우리 학교 선생님들과 3000여 학부모들 중에서 독자가 겨우 수십 명, 혹 제목이 눈길을 끄는 경우라야 백 수십 명에 지나지 않으니 실망스럽.. 2008. 5. 9.
학교장의 경영관 우리는 한 달에 두어 번 교직원 정기회의를 개최합니다. 어제 회의에서는 ‘어린이날 기념 바른생활 어린이 표창건’도 의제가 되었습니다. 시상일, 대상, 방법 등을 이야기하고 한 반에 한 명씩 추천하자는 이야기로 끝날 무렵에 내가 나서서 “어떻게 한 반에 한 명씩이냐?”고 해서 2명 이내(0~2명)로 결정되었습니다. 사실은 그것도 그리 합리적인 결정은 아니지만 ‘담임들은 가능하면 많이 주려고 한다’는 논리도 있고 그 문제로 시간을 끄는 것 같아서 그만두었습니다. 100명이면 어떻습니까? 이른바 ‘공적조서’에 상을 주어야 하는 당위성이 드러나 있다면 주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입니다. ‘학교장의 경영관’ 서두에서 이런 이야기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내가 보기에는 학교에서 생활하는 우리는 알게 모르게 .. 2008. 4. 29.
‘밥 퍼주는’ 어머니들께 1993년부터 불우한 사람들을 돕는 어느 단체에 매달 1만원씩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별것 아니네.’ 싶었습니다. 그래서 두어 군데 더 내게 되었습니다. 건방지게 자부심도 생겼습니다. ‘천국은 몰라도 연옥 정도는 가겠지’ 그런 생각도 했고, ‘조금 더 생색을 내면 천국도 바라볼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단체에서 한 장애인의 후원자가 되어달라면서 인물사진을 보냈습니다. 말하자면 회비만 내지 말고 시간을 내어 좀 만나기도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진을 보고 또 보았습니다. 그야말로 사지(四肢)가 비비 꼬인 장애인이었기 때문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이걸 어쩌나?’ 싶었습니다. ‘안 되겠다. 도저히 못하겠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나는 회비만 내겠다고 알렸습니다.. 2008. 4. 19.
학교의 '회의문화' 요즘 우리 교육계를 바라보는 시각 중의 한 가지가 '우리나라 교사에게는 경쟁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교사들을 옹호하여 찬사를 들으려는 가벼운 입장에서의 방어논리를 펼쳐보겠다는 생각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 도대체 우리에게 왜 경쟁력이 없게 되었는지, 그것부터 생각하면 아무래도 억울하다는 것이 나의 견해입니다. '경쟁력'이라니요. 그 용어 자체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나로서는 우선, 우리에게 경쟁력이 없어지도록 한 제도와 문화가 원망스럽습니다. 그 주요 요인이 바로 문서상의 실적 위주로 평가를 하게 된 교육행정이라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면, 문서 중에서는 이 가장 중요한 문서인데도 오늘날 그것보다 중시되는 문서는 얼마든지 있으며, 그것조차 은 만드는 데 혈안이 될 뿐 그 이후의 실천이나 평가, 피드.. 2008. 4. 12.
여러분을 지켜보며 살아가는 행복 이 글은 우리 남양주양지초등학교의 아이들이 만드는 신문 에 실을 글입니다. 저는 각 학교에서 나오는 신문의 1면에 교장의 글과 사진이 실린 것을 보면 '참 꼴불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교장이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월요일만 되면 이른바 '훈화'를 하고, 앨범만 보면 첫 페이지 가득 인물사진을 싣고, 학교신문만 나오면 그렇게 1면을 차지하겠습니까. 그래서 담당 선생님께서 1면에 실을 글을 달라고 했을 때 "싫다"고 했는데, 5학년 기자라는 아이가 원고 청탁서를 만들어 가지고 교장실을 찾아왔으니 그대로 거절하면 '뭐 이런 교장이 있나?' 할 것 같기도 해서 "그럼 1면에는 싣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쓰게 되었습니다. 한번 보십시오. 여러분을 지켜보며 살아가는 행복 어느 반인가, 아침나절의 운동장에서.. 2008. 4. 3.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 피그말리온의 아내가 된 여인 키프로스 섬의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바보같이 여성에게는 결점이 너무 많다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어느 여성도 그가 그리는 여성상을 보여주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마침내 그는 여성이라면 무조건 혐오하게 되어 한평생 독신으로 지낼 것을 결심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그가 상아로 아름다운 여성의 입상(立像)을 조각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이상형을 나타낸 조각품이었지요. 그 조각의 아름다움은 살아 있는 어떤 여성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한군데도 나무랄 데가 없는 처녀상이었습니다. 그의 조각 기술은 그야말로 완벽해서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자연이 이룬 것처럼 보일 정도였기 때문에 그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피그말리온은 자신의 작품에 감탄한 나머지 그만 그 여인상을 대상으로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 2008. 3.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