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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장 컬럼82

교장실 연가(戀歌) Ⅱ 열차 안 TV에서 「경기 초등교 교장실 인테리어에 2년간 36억원 ‘펑펑’」이라는 스포트 뉴스를 봤습니다. 민망했습니다. 교장실을 제 방인 양 꾸미고, 고급 양탄자를 깔고, 온갖 것 다 갖다놓고, 그렇게 해놓고 앉아 있는 걸 ‘꼴사납다’고 본 어느 의원(혹은 위원)이 최근 2년간 교장실을 꾸미는 데 들어간 예산을 조사했을 것입니다. 저는 어느 곳에서든 가 앉게 되면, 우선 떠나야 할 시간부터 계산하며 살아왔습니다. ‘이걸 차려놓으면 떠날 때는 어떻게 하나?’……. 이 학교에 와서 반 년 간 지낸 1층의, 인테리어가 제법인 그 교장실을 교감실 및 회의실로 정하고 -선생님들이 교장실보다는 더 많이 이용하는 방이 교감실, 회의실이므로- 지난해 3월에 2층의 지금 이 방으로 올라왔습니다. 행정실에서 뭘 좀 차려.. 2009. 10. 28.
「명품학교」와 「흐리멍덩한 학교」 …(전략)… ○○초 학생들은 우리 음악에 푹 빠진다. 아침마다 교정에 울려 퍼지는 국악창작동요를 들으며 등교하고 건강달리기를 한다. 또 20분씩 국악동요를 부르는 시간도 갖는다. 분기마다 열리는 국악동요부르기대회에도 참가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업 시작과 끝을 알리는 종소리도 국악, 현관에도 화장실에도 하루 종일 국악이 흐른다. 격주로 실시하는 음악조회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들은 독보력과 악기 연주 실력을 쌓고, 우리음악과 서양음악을 비교하는 시간을 갖는다. …(중략)… “먹을거리는 우리 것이 좋은 줄 알고, 우리 것을 찾습니다. 우리 몸에 맞기 때문이지요. 우리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이 태어나 자라면서 모국어를 배우듯 우리의 정서, 느낌, 감성이 담긴 우리 음악을 통해 음악의 모국어를 찾아주.. 2009. 10. 17.
아이들이 적은 나라 마침내 우리나라도 아이들이 적은 나라가 되고 있습니다. 한때 너무 많아서 지천이어서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돼지새끼 다루듯(요즘은 거의 쓰지 않는 '가돈家豚'이라는 낱말이 있긴 하지요? 그렇게) 구박하고 강압적으로 다루고 가만히 앉아서 오는 아이들 받으며 “너희들 아니어도 얼마든지 있다”는 식으로 가르치던 것이 어제 같은데 이렇게 되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아이들이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우리를 피곤하게 하고 어렵게 하고 귀찮게 해도 이것들이 없으면 우리끼리 뭘 하겠습니까? 그런데 그 아이들이 턱없이 줄어들고 있다니 큰일 아닙니까? 돈이야 국회의원들에게 조르면 되고 우리의 전문성은 책을 더 읽으면 되고 되지도 않는 지시·명령·감독을 해대는 저 교장은 물러갈 때를 기다리면 되지만, 우리가 나서서 여성들에게.. 2009. 10. 14.
일본 가르치기 우리 정부와 하토야마 일본 총리간의 유화적인 기사가 연일 신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주말의 한 신문 1면 기사 제목은 「한․중․일, 오늘 北核 중대 논의 -어제 한․일 정상회담… 하토야마 “북핵 일괄타결에 동의”」였고, 그 기사 위에는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하토야마 일본 총리 부인 미유키 여사가 특유의 미소를 짓고 있는 대형 천연색 사진 아래에 ‘김치 먹은 日총리 부인, 한국말로 “밥도 주세요”라는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3면에는 이 대통령과 하토야마 총리가 태극기와 일장기를 배경으로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도 있었습니다. 기사 제목은「“막걸리 주세요”…와인 물리친 日 총리」였습니다. 이만하면 분위기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이래저래 어차피 가까이 지내야 하는 나라이므로 이처럼 유화적인.. 2009. 10. 11.
책 읽는 선생님 <지난주 가을독서축제 때 학교 홈페이지에 탑재된 사진 : 양지뜨락에서 산 책을 그새를 못 참고 쪼그리고 앉아 읽고 있는 아이가 많은 생각을 갖게 합니다.> <K 선생님의 편지> 야당은 총리 후보자를 인준할 수 없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나타난 결과를 보면 그에게 씌워졌던 외피.. 2009. 9. 27.
지급 : 국정감사와 행정감사 요구자료 제출 하늘이 높습니다. 길가의 코스모스도 좋고, 아이들 공부하기에도 이보다 좋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날에 9시가 지났는데도 교실이 조용해지지 않습니다. 선생님이 어디 갔는지 아이들이 떠들어댑니다. 애가 타지만 당장 ‘호통’을 치거나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 의원들처럼 ‘지급’이니 ‘긴급’이니 할 수도 없습니다. 어쩌다가 이런 일이 있고, 그걸 문제 삼아서 선생님들 기분을 상하게 하면 아이들에게 득 될 것도 없습니다. 학교에는 국회의원들이 요구하는 자료 중의 반 이상이 이나 으로 떨어집니다. ‘교육공무원 출신교 및 성과상여금 관련 조사, 학업중단 학생의 학업중단 사유 조사, 자퇴․휴학․장기결석 현황 조사, 건강검진 상황 조사, 보건교사 배치 및 보건실 이용 학생 수와 약품 구입 예산 조사, 학교 축제 외부 기획사.. 2009. 9. 24.
남양주양지, 독서량 최고! 남양주양지, 독서량 최고! <여름방학 내내 우리 학교 교문에 내걸렸던 현수막> 교육청에서 온 문서를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2009년도 학교도서관 다독 표창 대상자 상장 수령 알림’(교육장이 우리 아이와 학부모를 불러 직접 상장을 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언제쯤 그런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 2009. 9. 23.
학년별 가을운동회 Ⅱ 월․화․수요일에 유치원과 1학년, 2학년, 3학년이 각각 운동회를 했고, 목요일에는 4학년, 금요일에는 5학년, 토요일에는 6학년 차례였습니다. 다른 학년이 하는 걸 보고 프로그램을 바꾸는 건 아닌데도 -그렇게 할 수는 없겠지요- 점점 더 수준이 높아지는 것 같더니 드디어 6학년은 입장식이나 경기나 올림픽 경기를 방불케 했습니다. '실컷' 했으니까 오늘은 운동회를 하지 않습니다. 가을비가 '마음 놓고' 내립니다. 6일간 운동회를 지켜보며 느낀 것은 이런 것들입니다(아이들의 모습이야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압니다). ∘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교육자로서’ 착하다.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봉급을 받아 생활하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낄 필요가 전혀 없다. ∘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잘 헤아린다. .. 2009. 9. 21.
학년별 가을운동회 신종 플루가 사람을 아주 우습게 만듭니다. 난처하고 안타깝고 어렵고 미안하고 불안하고 초조하고……, 하여간 이럴 수가 있겠습니까. 우리는 지난 월요일 1학년과 유치원을 시작으로 매일 한 학년씩 운동회를 하고 있습니다. 학년별로 하니까 프로그램이 아주 풍성하여 아이들은 새참 때 벌써 지치게 될 정도로 활동량이 많습니다. 문제는 구경꾼이 저 혼자라는 사실입니다. 하루하루 하늘도 저렇게 잘 받쳐주고 아이들도 다 건강한데, 가능하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 않도록 하라니까 별 수가 없지 않습니까. 그래, 지난 금요일에 학교운영위원회 임시회의를 열어서 이러한 입장과 잠정적인 2학기 학사일정을 설명했고, 아이들을 통해 전 학부모들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까지 보냈습니다. 사정이 이러니까 구경꾼이 있을 리 없는 현.. 2009. 9. 16.
영화 ‘국가대표’를 보고 - 왜 사람들은 평범하게 따듯할 수가 없을까? 스스로 좀 놀랍다. 때 지난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면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몸서리치고 그 빛이 스러질 때까지 되새기던 습성을 떠올리면, 이렇게 머리가 멍하기만 한 것이 신기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줄거리나 멋있는 대사를 열거하고 찬탄을 되뇔 수도 있겠지만 도무지 아무것도 떠오르지가 않는다. 그냥 어떤 이미지들만 가득하여 가슴이 먹먹했다. 국가대표'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평범한 부당함과 무관심한 평가가 언짢으면서도 비극을 희극으로 바꾸어버리는 장면들에서 생각 없이 크게 웃었다. 참 슬프고 속상한 이야기인데도 어쩌면 저런 대사와 표정과 행동을 쏟아내는지…… 비극이나 희극이나 종이 한 장 차이일 뿐이라는 ‘도통한’ 말이 영락없었다. 혹 우리의 일상도 희한한 렌즈로 클로즈업하면 저렇게 대수롭지 않고 희극적인 것.. 2009. 9. 10.
『오리아빠의 사진이야기』"오리아빠가 교장 하십시오" 블로그 『오리아빠의 사진이야기』에 우리 학교 이야기가 또 실렸습니다. 이번엔 정말로 멋진 사진, 멋진 이야기입니다. 만약 오리아빠가 이 글을 읽는다면 “그럼, 다른 이야기는 시시하단 말인가?” 할 수 있으니까 미리 변명해둡니다. “아, 그건 내 ‘새끼들’ 이야기라서 더 그렇게 보인다는 말씀입니다.” 제목은 「양지초교를 빛낼 뻔한 씩씩한 영웅들」그 파일은 서론, 본론, 결론을 분명하게 구분하고 있으며 본론은 사진으로만 구성되었습니다. 서론은 이렇습니다. “6월 14일 일요일 아침 9시, 일요일 아침을 울고 웃게 만든 아이들이 있었다. 결과로 봐서 정성 들여 만들어온 피켓은 빛을 바랐지만 새벽부터 준비해 나온 아이들 모두는 우승이란 단어에 집착하여 들뜨고 행복한 마음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본론입니다.. 2009. 6. 28.
발표, 기어드는 목소리 □ 현상 가끔 수업을 관찰할 기회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교실의 특징을 말하라면 이런 것 아닐까요? 교사가 일방적으로 부과한 과제에 대한 교사의 일방적인 독촉 “빨리빨리!” 그렇게 해서 이루어지는 교사와 학생간의 1:1 단답형 질문과 대답, “크게 대답해라!” 아이들은, 두어 명을 빼고는 쉬는 시간의 그 엄청난 소란에 비해 거의 시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게다가 질문은 교사의 권한이고, 그건 수업을 진행하는 절차상의 불문율이며, 학생은 대답하는 쪽이어야 정상이므로 간혹 어느 학생이 질문을 했다면(거의 그럴 리가 없지만), 그건 자칫하면 수업의 진행을 방해하는 일이 되기가 쉽고……. 아이들은 왜 질문을 하지 않을까요? 왜 아이들의 질문은 수업안 작성의 고려사항이 되지 않을까요? 우리는 무슨 권한으로 모.. 2009. 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