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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장 컬럼82

우리 학교 불조심 현수막 우리 학교 교문 위의 불조심 강조기간 현수막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불을 가지고 장난을 치면 불은 세상을 망쳐요!" 2학년 허태훈이의 작품입니다. 남양주소방서장께서 보시면 '불조심 현수막의 이단(異端; 전통이나 권위에 반항하는 주장이나 이론)'이 되겠지요? 사실은 지난달 22일에 소방서로부터 '2008년 불조심 강조의 달 방화환경 조성을 위한 협조의뢰' 공문이 왔습니다. 내용은 "화재발생 빈도가 높은 겨울철을 대비하여 방화환경 조성을 통한 시민의 화재예방 및 안전문화 의식을 고취시키고자 협조요청하니 안전하고 내실 있는 방화환경 조성 확산에 적극 동참"해 달라는 취지로, 불조심 홍보물 설치, 직장방화점검의 날 운영 등을 요청하고 있었습니다. 공문은 플래카드(현수막)를 '불조심 강조의 달'로 할 .. 2008. 11. 5.
주연의식과 조연의식(Ⅲ) : 아이들과 교사의 관계 “우리가 뭔가를 할 수 있기 전에 배워야 하는 것들을, 우리는 그것을 함으로써 배운다.”(아리스토텔레스) “누군가에게 뭔가를 가르칠 수는 없다. 당신은 오직 그가 스스로 그것을 발견하는 것을 도울 수 있을 뿐이다.”(갈릴레오 갈릴레이) “나는 듣고 잊어버린다. 나는 보고 기억한다. 나는 하고 이해한다.”(닐, 1921, 서머힐을 창립한 영국의 교육가) “지식의 유일한 원천은 경험이다.”(아인슈타인) - 존 브록만 엮음, 이한음 옮김,『앞으로 50년』중 로져 샨크의 글「우리는 더 영리해지고 있는가」(299쪽)에서 - “우리는 이들의 지혜, 이들의 마지막 선언에 공감하면서도, 실제로는 무시하고 있다. 다만, 우리의 전통인 지식주입식교육, 암기교육을 신봉하고 있을 뿐이다.”(파란편지) 선생님의 교실, 선생님의.. 2008. 10. 29.
독서하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아이들 가끔 도서관에 올라가 책을 읽는 ‘내 아이들’을 둘러보고 오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이게 그 행복이란 것인가?’ 그런 느낌을 가지기도 합니다. ‘새끼 입에 밥 들어가는 모습, 내 논에 물 들어가는 모습이 세상에서 제일 보기 좋다’는 그 이치일 것입니다. 책 속에 파묻힌 한 아이를 보고 다치바나 다카시를 떠올렸습니다. 그는 일본의 뉴저널리스트입니다.『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우주로부터의 귀환』『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21세기 知의 도전』『임사체험』『뇌를 단련하다』『원숭이학의 현재』『뇌사』『거악 vs 언론』등의 책을 썼습니다. 그는 ‘이번에는 이 문제를 파헤쳐보자’ 마음먹으면 관련 서적을 한아름 사다놓고 순식간에 읽어치울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전공영역도 아닌 그 ‘문제’에 대해 세상 사람들의 입이 .. 2008. 10. 20.
主演의식과 助演의식(Ⅱ) 소설이나 영화, 연극에서는 주인공이 한 명이거나 두어 명입니다. 대체로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이야기가 되고, 재미있게 됩니다(『삼국지』나『수호지』같은 그야말로 ‘대하소설’을 들고, “이 소설에는 주인공이 많다.”고 하면 이 이야기의 취지와 어긋나는 사례가 됩니다). 그러나 교육에서는 -다른 분야는, 잘 모르겠습니다.- 주인공이 보조 역할을 하는 사람들보다 더 많습니다. 학교의 주인공은 학생이라고 하면, 그것은 공감하시겠습니까? 누가 “교장이 주인공이 아닌가?” 한다면 그는 제정신이 아닐 것입니다. 하기야 교장이 감시․감독․통제의 역할을 담당하면 그가 주인공 행세를 하는 것이고, 그러면 그 학교 교육은 이미 따져보나 마나 실패한 경우가 될 것입니다. 직설적으로, 딱 한 가지 예만 들어볼까요? 교실.. 2008. 10. 13.
主演의식과 助演의식(Ⅰ) 며칠 전 어느 선생님과 주고받은 메일을 ‘주연의식과 조연의식’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합니다. 그 선생님과 저는 연전(年前)에 주연(교사)과 조연(교장) 관계로 1년 반을 함께한 적이 있습니다. 교장이 ‘조연’이라면 별로 설득력이 없는 관계 설정입니까? 아이들이나 학부모, 교육행정기관에서 보면.. 2008. 10. 11.
부모로서의 삶과 생각을 자녀에게 지금 알려주십시오 이 글은 지난해 10월 우리 학교 신문에 실었던 글입니다. 올해도 6학년의 졸업기념문집(지난해의 표제『소중하고 특별한 분들』)을 부모님들 이야기를 쓴 글로써 만들기로 했으므로 이 글을 다시 보내드립니다. 부모로서의 삶과 생각을 자녀에게 지금 알려주십시오 -특별히 6학년 학부모님들께- 나의 어머니는 심장병으로 마흔 여덟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7남매를 낳았고, 하교하여 그 얼굴을 보려면 집으로 가기보다는 밭에 나가 콩잎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그곳으로 찾아가는 것이 더 쉬웠습니다. 1년 365일, 남편과 함께 들일을 나가고 함께 귀가하는데도 남편이 귀가하는 시각에 맞추어 저녁식사를 준비해낸 분입니다. 겨우 한글을 읽기는 했지만 평생 손에 책을 든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 내가 집에 없을 때 ‘이게 내 .. 2008. 10. 7.
‘11세부턴 꾸중, 뇌 똑똑해진다’는 어처구니없는 기사 그 어처구니없는 기사부터 보십시오. 제목이「9세까지는 칭찬․11세부턴 꾸중, ‘뇌’ 똑똑해진다」이고,「연령별로 ‘뇌 활성화’ 차이, 네덜란드 라이덴대학 연구」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습니다. 여러 신문에 실렸을 것입니다. “9세까지는 칭찬하고 11세부터는 꾸짖어라.” 9세 아동에게는 “잘했다”는 식의 긍정적인 반응으로 대해주고, 11세 아동에게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식의 부정적인 반응으로 대해주는 것이 학습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라이덴대학의 발달심리학자인 에블린크론(Crone)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 17일 ‘신경과학저널(The Journal of Neuro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서, 칭찬과 꾸중에 반응하는 뇌 활성 정도가 연령대에 따라 다르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 2008. 10. 5.
‘가시방석’에 앉아 있던 단기방학 참 시답잖은 얘기지만 읽어보십시오. 우리 학교는 추석연휴에 이어 5일간 단기방학을 했습니다. 말이 5일이지 사실은 달랑 5일이 아니고, 추석연휴(9월 13~15일)에 이어 16일(화)부터 20일(토)까지 5일간이 방학이었고, 21일은 일요일이었으므로 다 합치면 9일간이었습니다. 그 기간에 여러분은 어떠했는지 모르지만 저는 그야말로 ‘가시방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구리남양주교육청 교육장을 만났을 때 그 심정을 얘기했더니 그도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방학은 학교장의 재량으로 그 기간을 정합니다. 물론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받기는 합니다. 전번에 근무하던 학교에서는 다른 학교야 어떻게 하든 큰맘 먹고 추석연휴 앞뒤로 하루 정도를 더 쉬게 하려고 했더니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몇 분이 반대를 했습니다. “그러시면.. 2008. 9. 25.
가을葉書(Ⅱ) 추석이 왔기 때문에 차례를 지냈습니다. 아직 한낮에는 기온이 30도를 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고맙기도 합니다. 그 기운도 얼마나 갈까요. 어차피 다시 찾아온 가을이라면, 세상이 더 좋아지기를 바랍니다. 정치인들은 더 성숙해져야 합니다. 82일만엔가 문을 열었다면서, 국회가 열리지 않으면 국회의원으로서의 활동을 하지 않은 것이므로 세비(歲費)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유치한 생각이나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도 국회의원입니다. 재산을 수십억 원씩 가지고 있다는데, 그까짓 세비 주지 않는다고 걱정할 국회의원이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행정도 더 수준 높아져야 합니다. 경부운하를 포기하고 경인운하를 파든, 그린벨트를 허물어 집을 짓든 옛 사람들이 이룩해놓은 일들을 보고 배우면 더 현명해질 것입니다. 옛날부터 그 .. 2008. 9. 16.
참여하고 싶게 해주는 교육-방학과제물전시회장에서 어제 오전에 본 여러 문서 중에는 제8회「산림문화작품 공모전」이라는 공문서도 있었습니다. 산림청과 산림조합중앙회 주최로 열리는 행사로, 학생부와 일반부로 나누어 학생은 그림이나 글짓기 작품, 일반인은 사진이나 시, 수필을 오는 16일까지 산림조합중앙회로 내면, 학생부의 경우 대상 각 1명에게는 농림수산식품부장관상, 금상 각 1명, 은상 각 5명에게는 산림청장상, 동상 각 10명에게는 산림조합중앙회장상이나 경향신문사장상, 장려 180명, 가작 250명, 입선 100명에게도 산림조합중앙회장상을 주겠다는 내용입니다. 학교에는 이와 유사한 내용의 문서가 자주 옵니다. 올해도 곧 오겠지만 가령 불조심 포스터와 표어, 글짓기 작품을 내라는 공문서도 그런 예가 될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 각 학교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 2008. 9. 4.
두어 명 전학 보내버린 교장 「총 차고 수업하는 교사들」이라는 신문기사를 봤습니다(조선일보,2008.8.30.16면). 손에는 책을 들고 주머니에는 총을 찬 채 수업하는 교사들이 등장할 예정이다. 미국 텍사스 주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교사들에게 총기 휴대를 허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 보도했다. 총기 사용법과 위기 대처법 등을 교육받은 교사들은 다음 달 1일부터 이사회에 신고만 하면 학교에서 총을 갖고 다닐 수 있게 된다. …(중략)… 데이비드 서웨트 헤럴드 교육위원회 대의원은 “교실에 CCTV와 전화기를 설치해도 무작위 총기난사는 막을 수 없었다”며 “이런 경우, 학생들은 독 안에 든 쥐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문경호요원이 아닌 교사들이 총을 갖고 다니는 것 역시 위험하다고.. 2008. 9. 1.
메달이 없어서 더 빛나는 이배영 메달이 없어서 더 빛나는 이배영 -2008 베이징 올림픽 관전 단상⑵- ‘실격패’한 이배영 선수가 유명해졌습니다. 그가 바벨 들기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날, 그러니까 남자 역도 경기가 벌어진 지난 8월 12일 이후 일주일 동안 점점 더 유명해졌으므로 앞으로 얼마나 더 유명해질는지 모르겠습니다. 8월 13일만해도 그렇게 유명하지 않았습니다. 신문도 그저 무덤덤하게 “역도 이배영, 경기 중 부상으로 실격패” 정도의 제목을 붙였고, 그것도 저 뒤의 25면에 2단 정도로 실었습니다. 다만 용상 3차 시기까지 실패했을 때 바벨을 움켜잡고 기막혀하는 사진이 기사 옆에 실렸을 뿐이었습니다. 그 사진은 그가 하도 안타까워하며 쓰러져 있으니까 ‘기사가 되겠구나!’ 하고 찍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겨우 25면에 짤막.. 2008. 8.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