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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장 컬럼82

정보통신기술의 도입을 한탄함 - 전국교육자료전 심사를 맡아보고 - 지난 10월 넷째 주의 분주함은 드디어 일요일(10. 28)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날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주최하는 제38회 전국교육자료전에 나가 심사를 했습니다. 올해는 그 자료전을 대전국립중앙과학관에서 개최하게 되었으므로 심사도 그곳에서 했습니다. 아침 8시 30분에 개최되는 심사위원회에 늦지 않으려고 그 새벽, 한산한 거리를 달려 서울역에서 KTX를 탔습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는 전국현장교육연구대회와 전국교육자료전을 개최하고 있는데, 저는 그동안 이 두 가지 대회의 심사를 각각 두세 차례 맡아보았습니다. 전국교육자료전은 우수한 교육자료를 교육현장에 소개하고 교육자료 제작에 대한 교사들의 관심을 높여 교육방법 개선과 교육자료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칠판교육의 장벽을 뚫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1.. 2007. 11. 5.
분주함과 한가로움이 교차하는 나날 지난주는 분주했습니다. 우리 학교 독서축제기간이기도 했고, 그 분주함 속에서 우리 아이들을 가운데 두고 내린 판단이 옳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것에 보람을 느낀 한 주이기도 했습니다. 2007 양지독서축제의 캐치프레이즈는 ‘책이 좋은 아이들, 다산 도서관’이었습니다. 중앙현관 앞의 게시판에는 “우리들 축제의 한마당. 책을 보고, 느끼고, 읽으면서 꿈을 키워요. 지혜를 가꿔요.”라는 광고가 붙어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소개하면, 10월 8일(월)부터 2주간 유치원부터 6학년까지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도서관 활용 수업, 10월 24일(수) 오전의 어린이, 학부모, 교사 대표 및 인근 학교 교장선생님들이 참석한 도서관 개관식, 10월 24일~25일 이틀간 학부모 대표들이 주관하여 학교 건물 앞에서 단풍든 산을.. 2007. 10. 31.
남양주양지초등학교 오시는 길 큰길을 좋아하는 사람은 지도에서 남양주시 오남읍 양지리를 찾아보고, 서울의 동쪽 포천․철원․화천 방향, 그러니까 여러분께서 이런저런 일로 가보시는 일동이나 광릉수목원, 산정호수로 나가는 47번 국도를 달리다가 진접읍 장현에서 오남이라는 이정표를 보시고 우회전하여 우리 학교를 찾아오시면 참 쉽습니다. 더구나 오남 초입의 왼쪽으로 읍사무소가 있고, 바로 그 뒤에 우리 학교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남양주 IC를 자주 드나들고 있으므로 제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십시오. 서울외곽순환도로 남양주 IC를 나오거나(우측으로 붙어야 좋고 삼거리에서 끼어들 때 버스를 조심하십시오.) 구리 시가지에서 춘천 가는 46번 국도를 달리면 전철 도농역 앞을 지나게 됩니다. 이어서 구리남양주교육청․남양주제2청사․경찰서 앞이고.. 2007. 10. 29.
"엄마, 바보야!" "선생님, 바보야!" 지난 10월 22일 월요일 저녁, 퇴근하여 식사를 하면서 텔레비전을 보았습니다. 「닥터스」라는 MBC 의학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데 보신 적 있습니까? 갑자기 네댓 살쯤인 아이가 병실 침대 위에서 울부짖었습니다. “엄마, 바보야!” 뺑소니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쳤는데, 응급실의 젊은 당직의사가 한 말은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봐서는 두피가 벗겨지고 피가 흐르는 정도지만, 걱정스러운 것은 뇌일혈인지 아닌지 하루 정도 두고 봐야 하겠습니다.” “엄마, 바보야!” 그 외침을 듣는 순간 나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고, 그 어린애가 가엾기 짝이 없었습니다. ‘저 어린 것이…….’ 그 애는 제 엄마를 왜 ‘바보’라고 했을까요? “왜 뺑소니를 못 잡나?” 그런 뜻이었을까요? 아니면, “왜 나를 방치하여 이렇.. 2007. 10. 24.
연주회 풍경과 교실 풍경 1990년대에 오스트레일리아에 갔을 때였습니다. ‘한국바로알리기’라는 거창한 이름의 사업 때문에 출장을 갔는데, 몇몇 기관을 방문하자 일이 끝났고 다시 시드니로 들어가 관광을 하게 되었는데 그 코스의 하나로 오페라하우스에도 들어가 보았습니다. 우리 일행은 네 명이었는데, ‘오스트레일리아 파운데이션’이라는 기관에서 나온 분이 제공한 티켓의 좌석을 찾아갔더니 3층인가의 맨 뒤쪽이었고, 무대는 그야말로 가물가물해 보여서 처음부터 흥미를 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이런 좌석에 앉아서도 객석의 매너를 지켜야 하는지 의문이었고, 하루 종일 일정이 빡빡하여 피곤하기도 해서 곧 졸음을 참지 못할 지경이 되었으므로 조용히 그 유명하다는 오페라하우스를 나와 텅 빈 거리를 혼자서 쏘다니다 호텔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신.. 2007. 10. 22.
오남에 사는 이유 흔히 이야기하기로는 편의시설이 좋고 교통이 편리하고 학교나 학원 등 자녀교육의 조건이 좋고 환경이 쾌적한 곳의 집값이 비싸다고 하는데, 또 다른 조건도 있습니까? 아니, 여러분은 그러한 조건 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또, 여러분은 왜 오남에 집을 구하여 살고 있거나 오남에 직장을 두고 있습니까? 오남은 연혁을 봐도 별것 없습니다. 1983년에 오남리, 팔현리, 양지리가 진접면에 편입되었고, 1992년에 오남출장소가 생겼으며, 1995년에 오남면이 되었고, 2001년 9월에 오남읍으로 승격되었습니다. ‘오남’이라는 지명은 오산(梧山)의 ‘오'자와 어남(於南)의 ‘남'자를 따서 유래한 것이라 하기도 하고, 세조가 묘지를 찾으러 광릉으로 가는 길에 건너다 본 곳이라 하여.. 2007. 10. 17.
기상청보다 나으면 좋을 교장의 기상관측능력 10월 9일 우리 학교 운동회 날에는 모처럼 일찍 일어났습니다. 새벽하늘에서 반짝이는 금성(金星)이 아름답고 다행스러웠습니다. 서양에서는 금성을 사랑과 미의 여신의 이름을 따서 ‘비너스’라고 부른답니다. 그 별이 지구와 태양의 사이에 있을 때에는 약 4,000만 km 이내까지 접근하므로 달 다음으로 밝게 빛나는 별입니다. 자주 보셨겠지요. 제법 쌀쌀한 듯한 새벽 공기가 못마땅하기는 했으나 비가 내리는데 비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이 개회식을 진행할 때만 해도 한기(寒氣)를 느꼈으나 이내 포근해졌고 운동장을 달리는 아이들은 더위를 느낄 것 같았습니다. 종일 높고 푸른 우리의 전형적인 가을 날씨여서 저 아득한 기억 속의 어린 시절 그 시골 운동회 날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내빈의 자격으로 우리.. 2007. 10. 12.
전근 축하 전보와 편지 근무처를 옮기면 전근인데, 사람들은 일단 이를 '영전'으로 표현하며 전근이라든가 좌천이라고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이번에 내가 전근 왔을 때도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를 하거나 화분을 보내거나 전보나 편지를 보내준 분들이 있었습니다. 직접 방문한 사람을 영접하거나 화분을 받거나 전화를 받는 경우에는 대체로 반갑고 고마운 느낌이 드는 것은 물론이지만, 유독 축전이나 편지를 받으면 일단 고마워하면서도 그 짧은 문장이나 문양을 분석하게 되는 것이 버릇이 되었습니다. 대부분 이미 정해 놓은 문안 중에서 고르고 전보의 값에 따라 고급이나 중급의 문양을 정하는데 뭘 분석하느냐고 할 수 있지만, 그 단순함 속에도 보내는 사람의 정성과 성의가 담겨 있으니 분석 거리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편지 형식의 축하 서신인.. 2007. 10. 4.
노老 교사의 힘 지난 9월 13일은 부산한 하루였습니다. 그날 오후에는 3학년에서 학부모님들을 초청하여 수업을 공개하는 날이었고, 오후 4시에는 한국교과서연구재단 회의에 참석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 회의는 1년에 세 번 발행하는 저널「교과서연구」편집기획위원회로, 내가 위원장이기 때문에 결석을 하기는 어려워도 내 형편에 맞춰 날짜를 정할 수는 있었는데, 사전에 학교의 주요 업무와 대조하여 일정을 조정하는 데 소홀하여 이미 확정해준 날짜여서 어쩔 수 없이 그대로 개최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내가 그곳에 갔었다는 것을 누가 기억해줄는지 모르지만, 오전에는 한덕종 교감선생님과 이웃 오남중학교 식당 개관식에 가서 우리 오남읍을 중심으로 한 구리․남양주의 여러 기관 인사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점심식사까지 같이하고 학교로 들어왔습니.. 2007. 10. 1.
학교장 칼럼을 시작하며 제가 근무하는 남양주양지초등학교 홈페이지에서 '학교장 칼럼'이라는 이름의 코너를 발견했습니다. '칼럼'이라고 하니까 웬지 좀 고급스럽고, 그러면서도 제가 그 칼럼을 쓰는 사람이니까 괜히 좀 주제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생각해도 그 곳을 빈 난으로 두는 것이 부담이 되어 한번 써보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그 칼럼을 이곳에도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학교장 칼럼」을 시작하면서 제가 이 학교에 온지 4주째입니다. 그동안 홈페이지의 이곳저곳을 들여다보았고,「학교장 칼럼」이란 코너도 두 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당연히 아무것도 실려 있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 코너의 주인이고 글을 쓴 적이 없으므로 아무것도 실려 있지 않은 것이 당연한데도 두 번을 들어와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한 것입니다... 2007. 9.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