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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장 컬럼82

학급 담임 배정 「학교장 칼럼」이라니, 지금 생각하니까 참 거창하고 생소한 느낌을 줍니다. 지난 18일 저녁, 송별회 자리에서 우리 남양주양지초등학교 홈페이지 담당 선생님께 부탁해서 거기에 탑재되어 있는 제 인사말과 학교장칼럼, 이 블로그로의 링크를 삭제해달라고 부탁했었습니다. 이번 주 초에 확인해보았더니 그 부탁대로 제 흔적이 다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런 느낌으로 「학교장 칼럼」도 그만 쓰려고 하다가 한번만 더 쓰게 됐습니다. 써봤자 몇 번을 더 쓰겠습니까. 봄방학 중입니다. 선생님들은 더러 학교에 나가기도 합니다. 새 학년도 준비를 위한 '전 직원 출근일'도 있습니다. 어떤 선생님은 3월1일자로 전근하게 된 학교에 나가서 학년 학급 배정을 받아 교실 정리를 하기도 합니다. 전근되기 이전 학교에 소속된 선생님인데도 .. 2010. 2. 25.
회고사 -아이들의 모습- 교장이 졸업생 대표에게만 졸업장을 주고 나머지 아이들에게는 담임에게 받게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므로 제가 졸업생들에게 일일이 졸업장을 나누어주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거추장스럽기도 했을 것입니다. 신기해할 사람들은 대체로 학부모들이고 거추장스러워할 사람들은 아이들이나 교사들이었을까요? 그런데 두 학교에서 여섯 번째 치른 졸업식에서 아이들이나 교사들이나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습니다. 하기야 '별것아닌' 상장까지 하다못해 교장실로 불러서라도 제 손으로 직접 주어야 직성이 풀리는 교장이니까 한 해의 마지막 행사에서 굳이 교장의 그 생각을 꺾어보려고 나서진 않겠지요. 학부모들로서도 '그런가보다' 할 사람이 대부분이고, 더러는 '그 참 별나구나' 했을 것입니다. 그 중에 '오리아빠'라는 분이 있습.. 2010. 2. 15.
천사들을 만나러 다닌 길 사진에 나타나 있는 길은 시시해보이지만, 그건 원시시대 휴대전화로 찍었기 때문입니다. 이 길은 내가 2년 6개월간 '양지' 아이들을 만나러 다닌 길입니다. 4, 50분이 걸리던 길이 왕복 4차선으로 확장되어 20분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막히거나 말거나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고 생각하면 힘들지 않았지만, 이제 쌩쌩 달릴 수 있으니까 얼마나 좋아졌습니까. 그 길을 오가며 늘 천사들을 만나보러 다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그들에게 꾸중을 하거나 낯을 찡거리거나 소리를 치거나 ……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우선 나에게는 그렇게 할 자격이 없습니다. '사람'이 '천사'에게 그렇게 하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어울리지도 않는 일입니다. 내가 그들에게 잘 대해주면 그들도 나에게 잘 대해줍니다. 내가 그들이 있는.. 2010. 2. 10.
발견 -과제물 전시회- 가령, '겨울방학 과제물 전시회'라면, 지난해 12월 어느 날, '공통과제' 혹은 '개별과제', '선택과제' 같은 이름으로 내어준 과제에 아이들이 겨우내 정성을 기울인 결과일까요? 어떤 선생님은 "그건 학부모 숙제"라며 질색을 하고, 그런 견해에 저도 절대적으로 공감(?)하는 바이지만, 오늘은 그걸 문제삼고 싶지는 않습니다. 방학 동안 아이와 한없이 뒹굴며 지낼 수 있는 처지라면, 초등학생인 자녀에게 "나하고 함께 해볼래?" 그러고 싶지 않을까요? 그것마저 비교육적이니 어떠니 하는 것 자체가 싫어졌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과제를 내어주고, 그 과제들을 해결하게 하고, 해결한 결과를 살펴보는 것을 '교육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겨울방학 활동도 그렇고, 한 시간 한 시간 수업도 다 그렇습니다. 그렇.. 2010. 2. 9.
교장이 하는 일 「"학생 1인당 만원씩" 교장 배만 불린 방과후 학교」 오늘(2월 3일) 12시 3분, 노컷뉴스(CBS사회부 조은정 기자)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기가 막힙니다. 무슨 말을 할 것도 없이 기가 막힐 뿐입니다. 얼마 전에는 칠판 구입 가지고 이런 일을 한 교장들이 있다더니 이번에는 방과후학교 가지고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이 드러났습니다. 누가 "교장은 뭘 하는 사람들인가?" 물으면 "학교에서 일이 있을 때마다 어떻게 하면 부정 비리를 저지를 수 있을까, 기회를 엿보아 돈을 떼어먹는 놈들"이라고 하면 뭐라고 하겠습니까? 할 말이 있겠습니까? 식상하긴 하지만, 다음과 같이 대답하겠습니까? "나는 그런 교장이 아니다." "그건 극히 일부의 일이다." "보도된 기사는 사실이 아니다. 적어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 2010. 2. 3.
원어민교사 루크 루크는 캐슬린의 후임으로 지난 9월 1일에 우리 학교에 온 원어민 보조교사입니다. 그는 미국으로 돌아간 캐슬린과 달리 캐나다 토론토에서 온 남성입니다. 그는 캐슬린과 다른 면모를 보이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캐슬린은 삼겹살을 좋아하고 태권도, 도자기를 열심히 배워서 고마웠지만, 루크는 필리핀 여성과 결혼하여 예쁜 딸을 두었고, 한국음식 중에 못 먹는 것이 아마 한 가지도 없을 것입니다. 청국장이나 뭐나 간에 뭐든지 잘 먹고 빨리 먹고 ‘빡빡’ 긁어서 깨끗이 먹어치우기 때문에 제가 “좀 천천히 먹는 게 좋겠다.”고 충고했더니 어느 날 제가 좀 빨리 먹는 걸 보고 부디 그러지 말라고 했습니다. 한국음식을 뭐든지 잘 먹는 그가 신통하고 고맙기 짝이 없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저는 루크를 만나면 한심한.. 2010. 1. 13.
아이들을 아름답게 보기·선생님들을 아름답게 보기 이 블로그 독자 중에는 내가 우리 학교 아이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그걸 해석하는 관점 때문에 그 아이들이 정말로 아름답게 보이더라는 분이 있습니다. 고마운 평가입니다. 나는 요즘 강의를 할 때 아래 사진을 PPT 자료의 표지 그림으로 하고, 그 위에 강의 제목(가령, '학교교육과정 자율화의 관점')을 붙입니다. 강의를 시작하며 이 사진을 다음과 같이 해석해줍니다. "여러분, 이 화면의 일곱 명 아이들 중에서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지 않을 것 같은 아이를 한 명만 골라보십시오. …… 있습니까? 자, 어느 아이입니까?" 그러면 교장, 교감은 물론 교사들도 미소를 지으며 흥미를 가지고 얘기를 듣게 됩니다. 그럴 때 핵심으로 들어갑니다. "2008학년도 우리 학교 2학년 아이들이 아프리카문화원에 체험학습을 갔을.. 2010. 1. 7.
교장실 출입문 나는 행정실을 통해 교장실을 출입하도록 해놓는데 대해 일단 '권위적인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교장이 되었을 때, 교장실 출입문부터 개방했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아예 문을 조금 열어두어 지나가는 교직원이나 아이들이 '아, 교장이 저기 앉아 있구나' 하고 알아차릴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행정실장에게는 '강력한' 부탁을 했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기업체에서 온 사람이 교장실에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그런 사람이 들어오면 그 이유를 실장님께 묻겠습니다." 심지어 이 학교에 와서는 행정실장에게 이런 말도 했습니다. "저는 교장은 기업체에서 오는 사람들을 만날 일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행정실장이 시시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적어도 교장이 그런 일까지 하는, 그런 직위는 아니기도 합.. 2009. 12. 25.
쓸쓸한 전시장 11월 4일은 우리 학교에서 경기도교육청 지정 교육과정 평가정책 연구학교 보고회를 개최하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신종플루가 확산됨에 따라 휴교하는 학교까지 있어서 그 보고회가 사이버 보고회로 대체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내가 그런 일은 하지 말라고 해도 이것저것 챙기고 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섭섭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참 썰렁한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하겠습니까. 교육과정기획부장과 교육과정연구부장이 차려놓은 전시장이라도 한번 구경하라고 해서 5층의 그 전시장에 가보았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그들은 올해에 있었던 교육과정 활동 결과물을 거기에 많이 모아놓고 있었습니다. 이건 보고회를 앞두고 준비한 것이 아닙니다. 3월부터 현재까지 여러 가지 '체험활.. 2009. 11. 11.
소나무 바라보기 학교 진입로가 새로 포장되었습니다. 지난 9월 하순 어느 날, 읍장을 찾아가 차 한 잔 달라고 해놓고 얘기를 꺼냈더니 올해는 시청의 예산 조기집행으로 남은 예산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간곡히 부탁해보겠다고 하더니 지난 2일(월요일) 오전에 저렇게 단장되었습니다. 2007년 9월에 이 학교에 와서 지금까지 약 2년간, IMF 때 지어서 시설·설비가 이렇게 허술하다는 이 학교의 리모델링에 세월을 보낸 것 같습니다. 도서관 리모델링, 교감실 및 회의실 마련, 과학실 리모델링, 행정실 정비, 유치원 리모델링 및 종일반 교실 마련, 유치원 놀이터 조성, 체육실 마련, 각 교실 책걸상 및 사물함 교체, 프로젝션 TV 교체, 급식실 시설·설비 교체, 교사용 책걸상 교체, 수도 배관 및 전기 배선 공사…… 찾아보면 더 있.. 2009. 11. 9.
멕킨지 연구소와의 인터뷰 지난 10월 29일(목) 오후 3시에 맥킨지 연구소 연구원들이 우리 학교를 찾아왔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Chinezi_Chijioke와 아랍에미리트에서 온 Eman Bataineh 두 사람이었습니다. 교장실로 안내된 그들은 한국이 교육 강국이 된 배경(world's best school systems)에 대해 질문했고, 저와 세 명의 교사들(용경분, 김치영, 안현석)이 차근차근 대답해주었습니다. '맥킨지'라는 연구소가 있다는 것은 신문에서도 더러 보았지만, 어떤 연구소인지 공식적인 내용을 보려고 인터넷에서 '맥킨지 서울'을 검색해보았더니 그들은 자기네 회사를 다음과 같이 거창하게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McKinsey & Company is one of the most successful mana.. 2009. 11. 7.
경주가상여행 아래 사진은 우리 학교 6학년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경주역사골든벨' '에밀레종을 울려라'를 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이미 사진으로 몇 장면 보여드린 바와 같이 그 아이들은, 3일간 경주가상여행을 했습니다. 오늘은 그 여행을 지도하신 선생님들의 평가보고서를 보여드립니다. 이건 약간의 비밀 사항이지만, 내년에는 신종 플루로 수학여행도 하지 못하는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므로 이제 털어놓아도 괜찮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수학여행 아니어도 평소에 이런 학습을 자주 전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스타일의 학습에 관해서는 『유네스코 사회과교육 핸드북』 소개에서 이미 보여드린 바 있습니다. 학교교육은, 다른 모든 일처럼 계획을 세워 실천하고, 그 결과를 평가 환류함으로써 더 수준 높은 교육을 할 수 있게.. 2009. 1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