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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장 컬럼

학급 담임 배정

by 답설재 2010. 2. 25.

「학교장 칼럼」이라니, 지금 생각하니까 참 거창하고 생소한 느낌을 줍니다.

 

지난 18일 저녁, 송별회 자리에서 우리 남양주양지초등학교 홈페이지 담당 선생님께 부탁해서 거기에 탑재되어 있는 제 인사말과 학교장칼럼, 이 블로그로의 링크를 삭제해달라고 부탁했었습니다. 이번 주 초에 확인해보았더니 그 부탁대로 제 흔적이 다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런 느낌으로 「학교장 칼럼」도 그만 쓰려고 하다가 한번만 더 쓰게 됐습니다.

써봤자 몇 번을 더 쓰겠습니까.

 

 

 

<2009 남양주양지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들, 나는 이분들을 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봄방학 중입니다. 선생님들은 더러 학교에 나가기도 합니다. 새 학년도 준비를 위한 '전 직원 출근일'도 있습니다.

어떤 선생님은 3월1일자로 전근하게 된 학교에 나가서 학년 학급 배정을 받아 교실 정리를 하기도 합니다. 전근되기 이전 학교에 소속된 선생님인데도 그렇게 합니다. 그런 선생님은 많이 서글플 것입니다.

전근 가게 된 그 학교에서는 몇 학년 담임이 되었을까요?

 

교장으로 나와서 깜짝 놀란 일 중의 한 가지가 바로 담임 배정 문제였습니다. 물론 제가 교사였을 시절에도 1학년은 1점, 6학년은 6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새로 전근 오는 교사에게 당장 6학년이나 1학년 담임을 시키는 일은, 희망하지 않는 한 거의 없었습니다.

 

요즘은 6학년 담임은 거의 새로 전입해오는 교사들에게 시킨다면서요? 다른 학교도 그렇습니까? 그게 사실입니까?

저는 그게 부끄러웠습니다. 학부모 총회를 하는 날, 담임 소개를 하며 부끄러워서 혼이 났습니다. 그래서 지난해에는 6학년 8개 반 중 대부분을 이미 우리 학교에 와 있는 교사들에게 배정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현상을 보며 자꾸 '조삼모사(朝三暮四)' 생각을 합니다.

 

열자의 「황제편」 장자의 「제물편」에 나오는 얘기랍니다.

송(宋) 저공(狙公)이 어쩌다가 생활이 어려워져서 원숭이들에게 줄 먹이인 도토리의 양을 줄여야 하게 되었습니다. 하루에 여덟 개나 아홉 개 혹은 열 개씩 주던 것을 딱 일곱 개로 줄일 작정을 했던 것일까요? 저공은 원숭이들에게 선포했습니다.

"얘들아, 내일부터는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씩 줄 작정이다."

원숭이들이 난리를 쳤습니다. 자칫하면 저공에게 덤벼들어 몰아낼 태세였습니다. 저공은 얼른 다시 선포했습니다.

"아니다! 내가 착각했다! 아침메는 4개, 저녁에는 3개씩을 주겠다!"

원숭이들은 당장 조용해졌습니다.

 

어떻습니까?

학년을 번갈아가며 담임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공평하고 논리적이라면, 그래서 언젠가 한 번씩은 6학년을 담임해야 한다면, 그걸 왜 전근 온 첫해에 해야 합니까? 그렇지 않아도 부담스러운 일이 많은 그 첫해에 해야 합니까? 너무 가혹하지 않습니까?

 

혹 요리조리 빠지다보면 6학년 담임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까?

그건 비겁하지 않습니까? 그런 방법으로 살아가고 싶습니까?

그게 아니라면, 6학년을 담임하지 못할 무슨 이유가 있습니까? 도통 실력이 없거나 나이가 많아 기력이 백발노인처럼 떨어졌거나 설명할 수는 없지만 6학년 아이들을 보면 공포심을 느끼거나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그렇다고 널리 공표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좋을 일 아닙니까?

 

혹 초등학교는 학년간 연령 차가 커서 저학년과 고학년의 지도에는 전문성의 차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주장을 하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왜 아직까지 교육대학의 지도법 강의에서 그것을 반영해주지 않고 있을까요?

 

그런 것이 아닙니까?

제가 예시한 것에는 그럴듯한 이유가 없습니까?

그렇다면 이제 답은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조삼모사'입니다.

우리가 '조삼모사'도 깨닫지 못하는 그 원숭이들이나 마찬가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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