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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장 컬럼

남양주양지, 독서량 최고!

by 답설재 2009. 9. 23.


남양주양지, 독서량 최고!


 

<여름방학 내내 우리 학교 교문에 내걸렸던 현수막>

 

교육청에서 온 문서를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2009년도 학교도서관 다독 표창 대상자 상장 수령 알림’(교육장이 우리 아이와 학부모를 불러 직접 상장을 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언제쯤 그런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첨부물을 보았더니 우리 학교 6학년 2반 이혜진이가 572권을 읽어서 구리․남양주교육청 관내 전체 초․중학생 중 2위를 차지했고, 학부모 정수정 씨는 389권을 읽어서 전체 학부모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다독자가 최고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그럼, 적게 읽을수록 좋다는 말이냐?”고 되물어도 좋을 것입니다.

책을 많이 읽은 학생․학부모가 신문․방송에 나오는 경우는 드물어서 그런 이벤트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조용히 상장이나 받아가라'는 그 문서의 내용만으로도 저로서는 반갑기 짝이 없는 일이어서 우리 학교 독서활동이 조용한 혁명을 일으켰다고 자평하고 싶습니다. 학생과 학부모 대표가 전체 수위라면 우리 학교 독서 수준이 가장 높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떠들썩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이런 모습이 우리 '양지'의 참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부터 가을독서축제가 시작됩니다. 아이들과 교사․학부모들이 함께해야 하는 교육활동을 앞두면 걱정이 많습니다. 교장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줄 알아도 초조하고 조마조마합니다. 지난봄 독서축제는 잘 치렀는데, 이번에는 신종플루가 이렇게 훼방을 놓습니다. 많이 힘들겠지만 아이들에게처럼 발열 체크, 손소독을 철저히 하면서 최소한의 도우미 어머니들만 참여하게 하고, 아이들이 섭섭해 하지 않도록 도서바자회, 독서지도 전문가 초청 특강, 독서사진전, 시화전, 독후활동작품전시회, 권장도서전시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책은 학생들에게만 판매하여 학부모와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미래관에서 동화작가 고수산나 씨 초청 강연회를 엽니다. 그분은『세상에서 가장 작은 동생』(문화관광체육부 선정 우수도서, 처음으로 일본에 번역되었다고 하는 작품),『삽살개 이야기』등 아이들에게는 유명한 동화를 썼습니다. 부천에서 이곳까지 오게 되므로 제가 점심을 사기로 했습니다. 그를 기다리는 아이들에게는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강연이 될 것입니다.

 

다음 글은, 지난봄, 그 꽃피던 양지뜰에서 35명의 도우미 어머니들이 열었던 도서바자회 이야기입니다.


도서바자회 스케치


                                                                              김소미(4-1 김한빈의 어머니, 도우미회 총무)


도서도우미가 어떤 일을 하는 지도 모른 채 학교 다닐 적의 도서관 책 냄새의 추억과 도서 도우미를 하면 아이들 공부에 조그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짧은 생각으로 도서 도우미를 하겠다고 한, ‘조금 무식하고 많이 용감한 엄마’들이 이틀간의 바자회를 마쳤습니다.

학부모총회가 열린 날, 이런저런 이유로 도서도우미가 된 엄마들이 풋풋한 아기 선생님과 인사를 한 다음, 모두들 빨리 마치고 집에 가야 한다는 일념으로 후다닥 임원진을 뽑고, 그때만은 편안한 마음으로 귀가했습니다.

선생님으로부터 도서바자회 일정을 통보받은 임원진들의 몸과 맘이 바빠지기 시작한 것은 4월의 끄트머리였습니다. 당장 5월 1일, 설명회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업체와의 신경전에서는 조금 잘난 체해가며 조금이라도 더 좋은 조건을 얻어내려고 애쓰는 임원진의 모습은 영락없는 대한민국 아줌마들이었습니다.^^

도서목록을 결정하기 위해 일주일간 인터넷검색과 서점방문으로 바쁜 일정을 보낸 끝에 목록을 완성하고 도서도우미회 전체 모임을 가졌습니다. 서로 양보하며(?) 각자의 할 일을 선택했고, 행사 하루 전 먹거리 장터 준비와 페이스페인팅 담당 엄마들의 교육도 다 끝냈습니다.

드디어 행사 당일, 업체가 공급한 카드체크기가 작동이 되지 않아 당황한 일이 있었고, 업체는 등록했다는 책이 등록되어 있지 않아 계산이 이뤄지지 않는가 하면, 책표지 정가보다 등록된 책 금액이 비싸게 나와 책을 팔 수 없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돈이 오가는 판매대의 엄마들 얼굴은 긴장 그 자체였습니다.

먹거리 장터에서는 꼬마손님들이 너무 밀려 떡 튀기는 엄마들이 화상을 입을 지경이었고, 초보 화가 엄마들 앞에 몰려든 아이들은 능력 이상의 페이스페인팅을 주문해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종일 정신없었던 바자회 첫날이 마감될 즈음 “아줌마 그림, 짱이에요!”, “떡꼬치 맛있어요!”, “책값이 생각보다 많이 저렴해요!” 여러 가지 칭찬에 기분이 ‘업’된 용감한 엄마들의 반가운 한마디, “이제 좀 알겠다!” 다음 날에는 비가 온다는 뉴스에 책들과 집기를 과학실에 옮겨놓고 우리는 퇴근(?)을 했습니다.

비가 내린 이튿날에는 과학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아이들만 들락거릴 뿐 학부모들의 발길은 뜸했습니다. 여전히 길게 늘어선 페이스페인팅 줄과 조금은 썰렁해 보이는 도서 바자회가 대조를 이뤄 판매대 엄마들의 심경을 어지럽히기도 했습니다.

오후 3시30분경, 이제 아이들의 재잘거림도 잠잠해지자, 이제 마감을 해야 한다는 본능으로 서로 말하지 않아도 남은 책을 세고 판매 금액을 계산하고 있었습니다. 많이 팔리지 않았을 거라는 걱정과 다들 고생했다는 격려가 오가고, 난생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서로간의 수다가 빗소리 속의 음악처럼 들렸습니다. 정산이 끝난 후 남은 기금은 1,366,000원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슴속에는 이 기금과 비교가 되지 않을 엄마들의 사랑과 열정이 가득 남았습니다.

화가로, 요리사로, 판매원으로 어느 때보다 많이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대화를 나눴으며, 많이 고민하고 웃었던 이틀이었습니다. 책을 많이 팔아야 한다는 생각은 잠시, 아이들이 좋은 책을 고르도록 옆에서 온갖 잔소리를 하는 통에 “아줌마는 엄마랑 똑 같애!”라는 칭찬(?)까지 들은 이틀이었습니다.

‘계산이 틀리지는 않을까?’, ‘아이들이 그림을 못 그린다고 하지 않을까?’, ‘떡꼬치가 맛이 없진 않을까?’, 이틀간 걱정이 늘어졌던 소심한 그녀들, 하지만 바자회가 끝나자마자 “2학기에는 더 잘 할 것 같다”, “이틀은 너무 짧다”는 단순하고 사랑스러운 그녀들이 있어 행복한 이틀이었습니다.

 

독서 축제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해하실까 봐 몇 장면만 보여드립니다. 앞의 7장은 공익요원 김재위 씨, 뒤의 5장은 이은수 선생님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