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별 가을운동회

  신종 플루가 사람을 아주 우습게 만듭니다. 난처하고 안타깝고 어렵고 미안하고 불안하고 초조하고……, 하여간 이럴 수가 있겠습니까. 

 

  우리는 지난 월요일 1학년과 유치원을 시작으로 매일 한 학년씩 운동회를 하고 있습니다. 학년별로 하니까 프로그램이 아주 풍성하여 아이들은 새참 때 벌써 지치게 될 정도로 활동량이 많습니다. 문제는 구경꾼이 저 혼자라는 사실입니다. 하루하루 하늘도 저렇게 잘 받쳐주고 아이들도 다 건강한데, 가능하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 않도록 하라니까 별 수가 없지 않습니까.

 

  그래, 지난 금요일에 학교운영위원회 임시회의를 열어서 이러한 입장과 잠정적인 2학기 학사일정을 설명했고, 아이들을 통해 전 학부모들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까지 보냈습니다.

  사정이 이러니까 구경꾼이 있을 리 없는 현실을 학부모들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우스운 입장이 된 것입니다.

 

 

양지 학부모님께

 

  하늘이 참 곱고 높은 나날입니다. 우리 양지 어린이들이 재잘대는 소리가 하늘 저 위로 어디까지라도 올라갈 것 같습니다. 신종 플루만 아니라면 이 좋은 계절에 유익한 교육활동을 마음껏 전개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으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우리 어린이들에게 미안하기까지 합니다.

 

  아시다시피 신종 플루는 감염성이 높아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감염자 수가 늘어나고 있어 학교에서도 하루하루 예방교육에 힘쓰고 있으며, 하루빨리 상황이 호전되고 예방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한 전국적인 조치입니다만, 우리 학교에서도 학교 밖에서 이루어져야 할 교육활동이나 외부인들이 많이 드나들게 되는 교육활동은 가능한 한 자제할 수밖에 없는 사정입니다.

 

  이에 따라 교내 행사이긴 하지만 외부인들이 다수 학교를 출입하게 되는 가을대운동회 대신 1주일에 걸쳐 하루씩 학년별 운동회를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예년처럼 학부모님들과 지역사회 손님들을 모시고 즐겁고 풍성한 행사를 개최하면 좋겠지만, 우리 어린이들이 외부인들과 접촉하게 될 가능성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조심스러워서 결정한 불가피한 조치입니다. 학년별 운동회는 오전 내내 학년 나름대로 다채롭고 즐거운 활동을 평소의 체육수업처럼 전개하고 점심식사도 학교급식으로 해결할 예정입니다.

 

  따라서 대단히 송구스럽지만 학부모 여러분께서는 운동회 날 학교에 오시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한두 분이 출입하시게 되더라도 일일이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사랑하는 이 어린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주신다는 마음으로 전체적으로 협조해주셔야 학교의 의도대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양지 학부모님 여러분!

  우리 학교에서는 정부의 시책에 따라 어린이들의 건강과 위생교육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가정에서도 사랑하는 자녀는 물론 학부모님 여러분께서도 학교 홈페이지에 나타나 있는 신종 플루 예방수칙을 잘 지켜 건강하신 나날을 보내시기 충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9월 11일

 

                                                                                                   남양주양지초등학교장 ○○○ 올림.

 

 

 

  오늘까지 3개 학년 운동회를 지켜보며 저는 즐겁고도 피곤합니다. 즐거운 이유는 다 아시겠지요. 피곤한 건 혼자서 그 장면들을 다 지켜보는 그 호사스러움 때문입니다.

  몇 장면을 보여드립니다. 허접한 사람을 교장이라고 쳐다봐주고 인사라도 한번 해보고싶어 야단인,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아이들입니다. 다른 장면이 더 보고 싶다면 우리 학교 홈페이지를 열어보십시오.

 

  학년별 운동회 프로그램도 보고 싶다면? 그건 일단 우리 학교의 비밀입니다.

 

  사진을 찍은 사람 : 이은수 선생님(포스터)

                            우리 학교의 자랑스런 공익요원 무지개반 보조 김재위(운동회 모습들) 

 

 

 

 

 

 

 

 

 

 

 

 

 

 

 

 

 

 

 

 

 

 

 

 

 

 

 

 

 

 

 

 

 

 

 

 

  그렇게 혼자 앉아서 아이들과 선생님들, 가을하늘……을 바라보며 별별 생각을 다 합니다.

  만국기가 펄럭이는 초등학교 운동회 날 온 가족이 다 몰려와 운동장 가, 화단 가, 출입구 옆, 복도와 현관, 뒷마당, 심지어 화장실 앞에까지 자리를 깔고 둘러앉아 통닭과 김밥을 먹는 건 하나의 문화가 되었습니다. 큰공굴리기, 기마전, 부채춤, 줄다리기, 어른달리기, 노인경기와 내빈경기도 전통문화가 되었습니다.

  아, 또 있습니다. 아이들이 단체경기나 공연을 펼치면 운동장 가운데고 어디고 막무가내로 들어가 디카를 들이대는 것도 하나의 문화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보고 운동회에 지장을 준다며 굳이 말리는 사람도 없이 다 양해할 수 있는 일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그게 불가능해서 괜히 상념에 젖었던 모양입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이런 교육활동을 하면 당일 평가를 실시합니다. 평가는 즉시 하는 게 효과적이거든요. 현실에 대한 명징한 관찰과 비판의 눈에는 보다 나은 '내일'이 담겨 있기 마련이므로, 우리는 세상에 이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확실한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평가의 구체적 내용도 일단 다 비밀이지만, 특별히 한 학년분만 보여드립니다.

 

 

2009학년도 학년별 가을운동회 교육활동평가

 

                                                                                                                                                                                      2학년

 

 

  1. 목적 : 다양한 운동과 놀이를 하면서 건강한 정신과 체력을 기르고, 경기에 대한 규칙과 질서의식을 함양한다.

 

 

  2. 실시 개요

   가. 일 시 : 2009년 9월 15일(화) 9 : 00 - 12 : 00

   나. 장 소 : 운동장

   다. 활동 내용 - 개회식 : 의식행사 및 준비체조(탱구와 울라숑)

    - 60 m 개인 달리기,

    - 반 대항경기 3종 경기(공 몰기 , 글자 맞추기, 후프에 신발 던져 넣기)

    - 단체경기 : 콩주머니 던지기, 혼성계주

    - 폐회식 : 점수발표 및 정리체조(탱구와 울라숑)

 

 

  3. 결과 평가

 

   ▪ 계 획

   가. 신체활동을 증진할 수 있는 놀이중심 활동과 정서적 체험을 경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였음.

   나. 학생들의 흥미와 의욕을 최대한 북돋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게임 도구를 준비하고 점수 기록판을 만들었음.

   다. 사전협의를 철저히 하여 일정, 담당, 준비물을 확인하고 제작하였음.

 

   ▪ 운 영

   가.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재미있는 율동을 하여 운동회 분위기를 조성하였고 시작 전 구호를 함께 외쳐 자신감을 북돋았음.

   나. 반 대항 경기로 축구공 몰기를 하여 학생들의 소근육과 집중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으며, 글자 맞추기를 하여 반 전체가 의미 있는 글자를 완성함으로써 협동심과 미래의 꿈에 대한 자존감을 키울 수 있었고, 후프를 향해 신발 던지기를 하면서 신체기능의 조절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음.

   다. 단체경기인 콩주머니 넣기, 청백 계주를 통하여 운동회의 재미를 한층 느낄 수 있었고 협동심과 질서의식을 기를 수 있었음.

라. 점수판에 학급별 점수를 기록하여 성취의욕을 높여 주었으며 승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고, 반별 질서 점수를 주어 질서의식을 높이는데 기여함.

 

  4. 교육과정에 반영할 점

   가. 학생들이 소집단별로 놀이를 할 수 있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학생들의 신체발달과 욕구를 충족시켜 주어야 함.

   나. 학생들의 실제생활과 연계한 학습요소와 학생들이 익혀야 할 기능과 요소들을 파악하여 활동에 적절한 방법과 절차를 생각하여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함.

   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준비하고 정리하는 태도를 길러주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