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우리 남양주양지초등학교의 아이들이 만드는 신문 <양지소식>에 실을 글입니다. 저는 각 학교에서 나오는 신문의 1면에 교장의 글과 사진이 실린 것을 보면 '참 꼴불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교장이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월요일만 되면 이른바 '훈화'를 하고, 앨범만 보면 첫 페이지 가득 인물사진을 싣고, 학교신문만 나오면 그렇게 1면을 차지하겠습니까. 그래서 <양지소식> 담당 선생님께서 1면에 실을 글을 달라고 했을 때 "싫다"고 했는데, 5학년 기자라는 아이가 원고 청탁서를 만들어 가지고 교장실을 찾아왔으니 그대로 거절하면 '뭐 이런 교장이 있나?' 할 것 같기도 해서 "그럼 1면에는 싣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쓰게 되었습니다. 한번 보십시오.
여러분을 지켜보며 살아가는 행복
어느 반인가, 아침나절의 운동장에서 ‘긴줄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어디 계신지 얼른 눈에 띄지 않았지만 여기저기에서 예닐곱 명씩 나뉘어 즐겁게, 한 명도 다른 짓을 하지 않고 줄넘기에 열중하는 그 모습이 보기에 참 좋았습니다. 나는 이 세상 어떤 모습보다 여러분의 그런 모습이 보기에 좋습니다. 어떤 공부든 그렇게 해야 합니다. 선생님이나 부모님께서 지켜본다고 열심히 하고, “이것은 이렇게 하라. 저것은 저렇게 하라”고 일일이 시키고 지켜봐야 하는 공부라면 즐겁지도 않고 효과도 적을 것은 당연합니다. 여러분이 줄넘기를 하듯 그렇게 공부하면 누구나 성공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성공’이라는 거창한 표현을 하기보다는, 하루하루를 그렇게 생활하는 데 보람을 느껴 모든 일이 당연히 잘 이루어질 것입니다.
며칠 전 3학년에서는 학교 뒷산(우리 학교 뒷산 이름이 ‘복두산’입니까?)에 올라갔었습니다. 그날 김진하는 ‘우리 마을 소리’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썼습니다. 예쁘게 디자인한 그대로 보여주기가 어려워서 글만 보여주면 다음과 같습니다.
복두산에서는 농협에서는
“야호!” “대출 됐습니다.”
우리 병원에서는 양지초등학교에서는
“아이고, 배야.” “2+1=3이에요.”
굿모닝 마트에서는 우리 마을 소리는 참 재밌네.
“싸요! 싸!” (↗) 우리 마을은 즐거운 마을이네.
여러 아이들의 보고서가 다 볼 만했는데, 여러분께 보여주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나는 이런 작품을 참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공부는 아무나 다 잘할 수 있기도 하고, 각자 자신의 창의적인 생각을 나타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교과서를 가지고 하는 공부에서도 독창적인 생각이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더구나 앞으로는 창의력이 지배하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복도를 지나가는데 1학년 아이가 “교장선생님, 안녕하세요?” 하고 내 표정을 살폈습니다. 입학한 지 딱 한 달밖에 되지 않은, 동화책에도 나올 것 같은 그 귀여운 아이에게 나는 얼른 밝은 표정으로 “오냐!” 하고 대답해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아이는 교실로 들어가며 다른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교장선생님께 인사드렸어?” 아, 소중한 그 아이, 그 마음에 나는 감동했습니다. 혼자서 잘하기보다 주변의 다른 사람을 챙겨주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을 본받고 싶었습니다. 나도 이제는 그렇게 살아야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여러분이 다니는 이 학교의 자랑스러운 교장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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