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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장 컬럼

멘토링(mentoring) Ⅰ

by 답설재 2008. 5. 15.

멘토링을 DAUM 백과(위키백과)에서 찾아보았더니 다음과 같이 풀이되어 있었습니다.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 구성원을 1대 1로 전담해 지도조언하면서 실력과 잠재력을 개발시키는 것을 말한다. 조언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을 멘토, 조언을 맡는 사람을 멘티라고 한다.

멘토라는 말의 어원은 그리스 신화에서 비롯됐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로 출정하며 아들 텔레마코스를 절친한 친구인 멘토에게 맡겼다. 그는 오디세우스가 돌아올 때까지 아들의 친구, 선생, 조언자, 아버지 역할을 하며 잘 돌봐주었다. 그 후로 멘토는 지혜와 신뢰로 인생을 이끌어주는 지도자라는 의미를 뜻하게 됐다.

기업에서도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데, 회사나 업무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신입사원들을 1:1로 전담하여 지도, 코치, 조언하면서 실력과 잠재력을 개발, 성장할 수 있게 한다. 기업에서의 멘토링은 현장훈련을 통한 인재육성 활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리스․로마 신화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에 수많은 신과 영웅이 등장합니다. 그 여러 가지 이야기 중에서 제일 긴 이야기가 트로이 전쟁이 아닐까 싶습니다.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는, 그 잔치마당에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는 글씨를 쓴 황금사과 한 알을 던졌습니다. 이 사과를 본 지혜의 여신 아테나는 처음으로 지혜롭지 못한 짓을 하고 말았습니다. 헤라, 아프로디테와 서로 아름다움을 겨루었던 것입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성의 본성은, 비록 신이라 할지라도 어쩔 수 없는 것일까요?) 이 꼴을 본 제우스는 세 여신의 그 다툼에 끼어들고 싶지 않아서(그게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했겠지요) 세 여신을 자신의 양떼를 돌보고 있는 아름다운 양치기 파리스에게 보내 승부를 가리라고 했습니다. 헤라는 파리스에게 권력과 부를 약속했고, 아테나는 전쟁에서의 영광과 공명, 아프로디테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삼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남자들 중에는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여성을 아내로 맞이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은 걸까요?) 파리스는 그 중에서 아프로디테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아프로디테의 보호를 받게 된 파리스는 트로이아를 떠나 그리스의 스파르타로 건너가 메넬라오스 왕의 환대를 받았습니다. 왕의 아내 헬레네는 대단히 아름다운 여인이어서 왕비가 되기 전에 구혼자가 매우 많았습니다. 그들은 역시 구혼자의 한 사람이었던 오디세우스(Odysseus)의 제안에 따라 그녀가 누구와 결혼하더라도 그녀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필요하면 원수를 갚는 데도 힘을 합치기로 약속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메넬라오스 왕의 아내가 된 바로 그 헬레네가, 이제 아프로디테가 파리스에게 주겠다고 약속한 그 여인이 된 것입니다.

 

파리스는 여신 아프로디테의 도움을 받아 헬레네를 설득한 뒤 함께 트로이아로 달아났습니다. 이 일 때문에 저 유명한 트로이아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호메로스가 쓴 고대의 위대한 서사시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는 바로 그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트로이아의 왕 헥토르의 죽음으로 끝나는 『일리아드』는 ‘트로이아의 노래’라는 뜻이고, 『오디세이』는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라는 뜻으로, 이 전쟁에 참전한 수많은 영웅들의 운명을 노래한 서사시입니다.

이 전쟁을 스파르타의 승리로 이끄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이 오디세우스입니다. 그는 페넬로페라는 여성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으므로 전쟁에 나가기가 싫어서 꾀를 부리다가 할 수 없이 참전한 지장(智將)이었습니다. 가장 뛰어난 무장 아킬레우스를 이 전쟁에 끌어들인 것도 오디세우스입니다. 아킬레우스의 어머니는 펠레우스와 결혼한 바로 그 테티스인데, 테티스는 아들 아킬레우스가 이 전쟁에서 훌륭한 전적을 거두겠지만 결국은 토로이아 성을 눈앞에 두고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나 오디세우스의 지혜를 당할 수가 없어 아들을 참전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오랜 세월을 버틴 트로이아성을 무너뜨리고 만 저 유명한 그리스군의 거대한 목마(木馬)를 만들게 한 것도 오디세우스였습니다.

트로이아가 함락되자 메넬라오스 왕이 아내 헬레네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은 물론입니다. 그러나 그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오디세우스의 귀향길은 길고도 험한 고난의 길었습니다. 그는 수많은 곳에서 갖은 고생을 다하고 20년 만에 고향 이타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토마스불핀치/한백우옮김, 『그리스로마신화』, 홍신문화사, 1997, 296~364쪽).

 

이제 멘토링의 어원이 되는 부분을 인용해보겠습니다(위의 책, 340~341쪽, 일부 단어를 약간 수정함).

 

페늘롱(프랑스 성직자)은 《텔레마코스의 모험》이라는 작품에서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가 아버지를 찾아다니면서 경험한 갖가지 모험을 그리고 있다. 그가 아버지의 발자취를 더듬어 찾아간 곳에는 칼립소(신의 속성을 지닌 바다의 님프, 오디세우스를 사랑하여 온갖 유혹을 했으나 제우스의 명령으로 돌려보냈음)의 섬도 들어 있다. 칼립소는 그의 아버지 오디세우스를 유혹했던 경우와 마찬가지로 온갖 수단을 다하여 텔레마코스를 잡아두려고 애쓰며 자신처럼 불사(不死)의 몸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유혹했다. 그러나 아테나 여신은 멘토르(오디세우스가 트로이아로 떠나기 전에 아들의 교육을 부탁했던 친구)의 모습을 빌려 텔레마코스를 따라가 그의 행동 일체를 지배했기 때문에, 이때도 칼립소의 유혹은 거절당하고 말았다. 텔레마코스와 멘토르는 달리 그 섬을 빠져나갈 길이 없음을 알고, 절벽에서 몸을 던져 바람이 잠잠해질 때를 기다리던 배를 향해 헤엄쳐 갔다.

바이런은 텔레마코스와 멘토르가 절벽에서 뛰어내린 일을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지중해에 자리 잡은 자매 섬.

칼립소의 섬들을 그냥 지나가서는 안 된다.

그곳의 항구는 지친 선원에게 지금도 미소를 보낸다.

신이 아닌 인간을 아내로 선택한 영웅을 사랑한

저 아름다운 여신이 슬퍼하며

절벽에 서서 보람도 없이 먼 바다를 바라보던 것도 아득한 옛일이건만,

이곳은 또한 저 영웅의 아들이 엄격한 멘토르의 강권에 떼밀려

절벽 위에서 먼 바다로 뛰어든 곳,

이리하여 두 사람을 잃은 님프의 여왕은 이중으로 한숨을 쉬었다.

 

《헤롤드 경의 순유》

 

 

오늘은 ‘스승의날’입니다. 오늘날은 멘토르가 텔레마코스를 가르치던 때와 전혀 달라서 우리는 단 한 명의 제자를 두고 가르치는 것은 아니지만, 또 그렇게 가르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처럼 몸과 마음을 다하여, 진심과 정성을 다하여 사람을 바르게 가르치라는 뜻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가르친다면, 감동과 사랑, 열정, 헌신으로 가르친다면, 멘토르의 모습으로 현신한 여신 아테나를 따라 그 절벽에서 뛰어내린 텔레마코스처럼, 우리의 이 아이들도 우리를 잘 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요즘은 각 교육기관과 학교에서 멘토와 멘티를 정해주게 해서 멘토링을 하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지만, 또 어떤 교육청에서는 가령 금방 교장이 된 분을 멘티로 하여 고참(古參) 교장더러 멘토링을 하라는 행정적 조치를 해주기도 하지만, 그저 ‘그 참 좋은 아이디어’라며 가벼운 생각으로 멘토와 멘티를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 같기도 합니다. 그렇게 하면 수혜자나 지원자나 ‘뭐 별 거 아니네?’ 하며 교육 자체를 별 거 아닌 걸로 여기는 또 하나의 부정적 계기가 될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멘토르와 텔레마코스처럼, 그렇게 모든 것을 거는, 모든 것을 걸지는 못하더라도 가르치고 배우는 것에 적어도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멘토와 멘티가 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2008. 5. 15. 스승의 날에

 

                                                                                                남양주양지초등학교장 올림

 

 

<추신>

평생을 교육자라는 이름으로 살고, 이제 돌아와 누워 있음에,

무엇을 더 바라고 후회하겠습니까.

다만, 그 흔한 후배 교육자들 중에 단 한 명의 '멘티'를 두지 못하고 돌아온 것이 한탄스럽고 부끄러울 뿐입니다.

 

2011.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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