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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186

부끄러운 명함 현직 교장 몇 명과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교장 비리 사건 이야기를 했습니다. "일부가 그런 짓을 하는데도 우리를 전체적으로 매도해버리니 억울하죠." 순간적으로 역정이 납니다. "제발 그 일부라는 말 좀 하지 말아요! 언제는 일부가 그랬지 다 그런 짓을 했답니까!" 이런 말도 나왔습니다. "사실은 요즘은 '교장입니다' 소리도 않고, 묻지 않으면 가만히 있습니다. 웬만하면 명함도 건네지 않지요." 그런 말을 듣고도 "왜 그렇게 합니까, 떳떳이 내밀지 않고." 그럴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렇게 부끄러워하는 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현직에 있을 때 여러 통의 명함을 뿌려댄 일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이 사람은 그런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평가를 기대한다는 것이 다 부질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 싫어하.. 2010. 12. 30.
꼴불견 내빈 Ⅰ 지난 11월 어느 날, 우리 동네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장애우 학생 대상 태권도 대회가 열렸습니다. 제법 쌀쌀한 일요일인데도 '내빈'이 많이 와 있었습니다. 나는 이제 공직에서 물러났으니까 그런 자리에 버젓이 참석하기가 쑥스러워 출입구 쪽 사람들 틈에서 살펴봤더니(우선 제 모습이 '꼴불견'이었겠지요), 단상에는 국회의원과 도의회·시의회 의원들, 교육장들이 줄지어 앉아 있고 저 안쪽 창문 아래로는 교장들과 장학관·장학사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가운데의 바닥엔 태권도복 차림의 학생들이 앉아 있고, 뒷편 의자에는 학부모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이쪽 창문 아래로 저처럼 서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알 수가 없었으므로 '신분이 모호한 사람들'이라고 해두겠습니다. Ⅱ 안내장에는 한국장애인인권헌장, 식순, 대회사.. 2010. 12. 6.
이름붙이기 Ⅰ 어느 전철역에서 어린이들의 그림을 모은 작은 전시회를 보고 핸드폰으로 찍어둔 사진이다.무제(無題)……이런 작품이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을 것 같긴 했지만, 이 작품에 '무제'라는 제목을 붙여 전시해준 분의 따듯한 마음을 헤아려보기도 했고, 제가 담임했던 그 아이도 떠올려봤다. 그도 이미 50대이니 오래 전이다.자주 싸우고 말썽을 피우는 그 아이의 도화지는, 무슨 심보였는지 물감을 덕지덕지 쳐발라서 온통 거무티티하게 변해 있었다. 비오는 날이었다. 그 아이의 마음이 그랬을 것이다. '그리라고 하니까 펴놓았지만, 그림은 무슨 그림……'기억으로는 그 아이의 가정환경은 복잡했던 것 같다. 각자가 그린 그림을 분단별로 칠판 앞에 세우게 했다. 그렇게 해놓고는 그날은 내가 직접 감상이라는 걸 해나갔는데, 라고.. 2010. 10. 25.
앨빈 토플러는 옳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대로 간다! Ⅰ 40년 만이라고 합니다. 미래학자 토플러 팀의 예측이 다음과 같이 보도되었습니다.1 '정보 과잉' '권력 이동' '디지털 혁명' '변화의 속도' '지식의 시대'. 앨빈 토플러는 옳았다. 40년 전 그가 '미래의 충격(Future Shock)'을 통해 제시한 미래에 대한 그림은 놀랍도록 들어맞고 있다. 전 세계에서 600만 권이 팔린 책 속에서 그가 만들어냈던 참신했던 용어들은 이제 일상이 되고, 상투어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앞으로 40년 동안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가. 토플러 부부가 설립한 컨설팅 회사인 '토플러 어소시에이츠'는 14일 '앞으로 40년 동안 일어날 40가지 트렌드'를 예측했다. …(후략)… 그 앨빈 토플러가, 30년 전에는, 그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많아도 그 책의 이름을 모르.. 2010. 10. 21.
생각 안하는 연습은 노동 SK가 2010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어느 신문은 한 면 가득 "용이 승천하는 사이… 사자는 끝내 깨어나지 않았다"는 제목을 붙였다. 작은 제목들은 '김성근 감독 지독한 훈련… SK 준비된 우승' '생각 안하는 연습은 노동' '꼼꼼한 정보 분석도 한몫' 등이었다. '생각 안하는 연습은 노동'……정말 그렇다. '노동'이라고 표현된 그 말의 개념을 '단순노동', 아무런 생각 없이 수없는 몸놀림만 되풀이해야 하는, 생각을 하며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아무리 많은 보수를 준다 해도 지겨워서 못하겠다고 할 단순노동쯤으로 해석한다면. 다음은 그 기사 중 한 부분이다(조선일보, 2010.10.20). SK는 역시 강했다. 플레이오프 혈전을 치르며 체력을 소진한 삼성은 경험 부족까지 절감하며 SK를.. 2010. 10. 20.
시사교육자료 활용 연구 ‘서울 G-20 정상회의 홍보물 안내’ 메일을 받았습니다. 홍보물은 네 가지입니다. * 단행본-알고보면 더 재미있는 G20 이야기 * 만화-이제 우리가 글로벌무대의 주인공 * 리플릿-우리에게 서울 G20 정상회의는 무엇인가 * G20 슬로건 현수막 교육과학기술부는 이 홍보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안내했습니다. “서울 G20 정상회의에 대한 대국민 관심 제고 및 중요성 인식 확산을 위하여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에서 제작한 홍보물(단행본, 만화, 리플릿) 및 홍보 현수막 파일을 첨부와 같이 보내드리오니 많은 활용바랍니다."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잘 활용하는 것입니까? 교원들도 많이 보고, 학생들에게도 많이 보여주고, 가령 현수막 파일은 실제로 교문 등에 내어거는 일일 것입니다. 그건 당연한 해석일 것입니다.. 2010. 7. 12.
'변형 교복 투쟁' 이 기사 보셨습니까?(문화일보, 2010.6.1, 11면) 법률적인 판단은 그렇겠다 치고 사람에 따라 당연히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 그것 참 좋은 생각이다! 교장이라는 것들이 그런 걸 방치해두다니……” 그럴 수도 있겠지요. 이럴 수도 있지 않을까요? “호랑이 담배 피던 얘기 하고 있네.” “자기네는 미니 치마, S라인 찾지 않나?” “세상이 다 변했는데, 그걸 교장이 막으라고? 교장 따위가 무슨 수로?” …… 자존감 형성에 관한 어느 학자의 보고가 생각났습니다. 자존감 형성은 자신의 역량에 대해 어떻게 지각하느냐와 관계가 있으며, 자존감 형성에 영향을 주는 역량에는 5가지 하위요소가 포함되는데, 그것은 '학업 역량, 사회적 수용도 역량, 품행 역량, 운동 역량, 그리고 신체 외모.. 2010. 6. 15.
아이들이 주연이라는 선생님 세상이 교사를 우습게 여기기도 합니다.자기네들 멋대로 이야기하는 걸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세상이 교사를 아무리 우습게 여겨도교사는 아이들만 상대하며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다른 것으로는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아이들과 사는 것만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나는 아이들이 주연(主演)이라는 교사들을 많이 만났습니다.사실은, 그런 교사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대부분일 것입니다.그들이 아무 말 않고 있어서 사람들이 잘 모르기도 하지만사람들이 그런 교사들을 만나보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심지어 그 교사들과 함께 생활하는 교장이라는 사람도그들을 잘 알아보지 못하기도 하니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내 사정을 좀 얘기하면,나는 공교롭게 퇴임을 앞둔 지난겨울부터 난생처음으로 아팠습니다. 심장 .. 2010. 6. 6.
학교장 경영관 Ⅱ 요즘 교장·교감 자격연수기간이어서인지 '학교장 경영관'이란 단어로 이 블로그를 찾아오는 사람이 더러 있습니다. '경영관'이란 무엇일까요? '경영의 관점'? 그렇다면 학급담임에게는 학급을 경영하는 관점이 있어야 당연하고, 교장·교감·행정실장에게는 당연히 각자의 직무에 따라 학교를 경영하는 관점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1 어느 신문에 난 인터뷰 기사의 첫 부분입니다. 다운증후군을 앓는 딸 ◇◇를 키우면서 정치를 결심했다고 하는데. 10여 년 전 좋다는 사립초등학교에 넣으려고 갔다가 거절당했다. 유명하다는 여 교장이 다짜고짜 반말로 ‘엄마, 꿈 깨’라고 소리를 질렀다. 나도 나지만, 아이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했다. 장애아를 차별하는 학교를 징계해야 한다고 해당 교육청에 항의했다. 그랬더니 듣기 좋은 말로 동정.. 2010. 5. 27.
학교생활 즐기고 있는가 "학교생활 자유스럽게 충분히 즐기고 있는가" 지난 5월 18일, 서울 서초구 J호텔에서 ‘WCU 국제콘퍼런스’가 열렸답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한 이 콘퍼런스에는 200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쿠르트 뷔트리히(WÜthrich) 스위스 연방공과대 교수, 2005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로버트 그럽스(G.. 2010. 5. 25.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교육 이야기 조선일보 주말 섹션 「Why?」에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이 인터뷰를 옮겨쓰는 이유를 소제목으로 나타내면서 일부를 옮겼다.         〈선생님들은 항상 제게 뭔가를 외우라고 했어요〉  베르베르의 삶에서 '8세'는 중요한 시기다. 그때 그는 아시아 여성에 관심을 가졌고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고등학생 때는 만화신문 '유포리'를 펴냈고 올더스 헉슬리와 허버트 조지 엘즈의 영향으로 과학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18세 때 지금의 그를 만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개미'를 쓰기 시작했다. 툴루즈대를 마친 후 국립언론학교에 입학해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 베르베르는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지에서 과학부기자로 7년 동안을 일했다.― 8살 때 아시아 여성에 눈을 돌렸다니 퍽 조.. 2010. 5. 20.
주입식교육을 하는 나라 주입식 교육과 관련하여 기사 두 편을 옮겨놓고, 짤막한 감상을 덧붙이려고 합니다. 이 기사들을 읽으셨다면, 혹은 신문기사는 읽기 싫거나 시간이 없다면, 저 아래의 붉은색 글만 읽어보십시오. 「주입교육, 그곳엔 없다… '배우는 法' 가르칠 뿐」(조선일보, 2010년 5월 13일, E5,「교육강국 호주의 학교현장」) 최근 호주 조기유학이 늘고 있다.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집계한 초·중·고 유학생 출국 통계에 따르면 그해에만 2046명의 초중·고교생이 호주로 유학을 떠났다. 미국·중국·캐나다에 이어 4위에 해당한다. 호주 유학 관계자는 "부모 동행 이주나 그냥 눌러앉는 경우까지 합하면 실제로 몇 배는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왜 호주가 인기일까. 해답을 찾기 위해 현지의 중·고등 교육현장을 가봤다. ◆.. 2010. 5.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