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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주입식교육을 하는 나라

by 답설재 2010. 5. 19.

주입식 교육과 관련하여 기사 두 편을 옮겨놓고, 짤막한 감상을 덧붙이려고 합니다. 이 기사들을 읽으셨다면, 혹은 신문기사는 읽기 싫거나 시간이 없다면, 저 아래의 붉은색 글만 읽어보십시오.

 

 

「주입교육, 그곳엔 없다… '배우는 法' 가르칠 뿐」(조선일보, 2010년 5월 13일, E5,「교육강국 호주의 학교현장」)

 

최근 호주 조기유학이 늘고 있다.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집계한 초·중·고 유학생 출국 통계에 따르면 그해에만 2046명의 초중·고교생이 호주로 유학을 떠났다. 미국·중국·캐나다에 이어 4위에 해당한다. 호주 유학 관계자는 "부모 동행 이주나 그냥 눌러앉는 경우까지 합하면 실제로 몇 배는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왜 호주가 인기일까. 해답을 찾기 위해 현지의 중·고등 교육현장을 가봤다.

 

◆ 사립학교, "인재 공장이 아닌 리더 양성소"

 

호주 사립교육 현장 취재를 위해 지난달 28일 방문한 킹코펄 로즈베이(Kincoppal-Rose Bay) 여학교(중·고등)는 시드니 인근 로즈베이 언덕 높이 자리하고 있다. 교실 창밖으로 하버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 등 미항(美港)으로 소문난 시드니의 경치가 시원스레 펼쳐졌다.

 

11학년(고등학교 2학년에 해당) 역사 수업. 하늘색 교복에 흰 리본으로 똑같이 머릴 묶은 14명의 학생들은 1차 세계대전의 발발 원인에 대해 토론했다. 사료(史料)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느냐가 토론의 주제였다. 학생들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또 서로 반론했다. 선생님은 "사료를 누가 왜 썼는지 시대적 맥락을 잘 따져보라"며 중재자 역할만 했다. 연도를 줄줄 외게 하는 한국의 역사 교육과 사뭇 달랐다.

 

오후 3시 15분에 수업이 끝났다. 애슐리(Ashley) 등 9학년 학생 다섯명은 시내로 나가는 학교 차량에 올라탔다. "작년까진 방과 후 운동을 했는데 올해엔 소외계층 봉사활동을 나간다"는 설명이다. 애슐리는 대신 수업 시작하기 전 한 시간 동안 필드하키 연습을 한다고 했다.

 

학교는 방과 후 특별활동으로 운동과 예체능은 물론 사회 참여 활동도 지원한다. 학생들은 직접 '호주 원주민 인권운동', '저소득층 봉사단' 등 다양한 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한다. 수 랭캐스터(Lancaster) 학생처장은 "400명의 학생 모두에게 스포츠·예술·사회 활동에 골고루 참여하라고 독려한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음악을 모르는 은행가, 소외계층의 고민을 모르는 법률가, 이들이 사회의 리더가 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니키 데니스(Dennis) 교무처장은 "우리는 미래 의사·변호사만 찍어내는 인재 공장이 아니라 '균형 있는 리더'의 양성을 목표로 하는 학교"라고 거들었다.

 

 

◆ 스스로 해결하는 법을 가르치는 공교육

 

 

▲ 호주 멜버른의 공립 맥키넌 중·고등학교의 9학년 과학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실험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2007년부터 약 17조원을 투입하며 공교육 향상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멜버른=박승혁 기자

 

다음날 멜버른 외곽의 공립 맥키넌 중·고등학교(McKinnon Secondary College). 학생들이 입은 남색 교복이 눈에 띄었다. 호주 공립학교는 대부분 교복 착용이 의무화돼 있다. 교복을 거의 입지 않는 일반 미국 공립학교와 차이를 보였다. 선생님을 부를 때는 꼭 '써(Sir)' 또는 '맴(Ma'am)'을 붙였다. 그래서인지, 미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온 기자의 눈에 호주 학생들은 순종적으로 보였다. 빅토리아주 교육청의 조지 하디(Hardy) 국제실장은 "영국 교육제도의 영향이 강한 호주는 교권·학생 행실 지도 등에 있어 좀 더 보수적"이라고 했다.

 

스무명 남짓한 8학년 학생들이 있는 마케팅 수업 시간. 이날 과제는 '나만의 브랜드 만들기'였다. 사마라(Samara)는 익숙한 솜씨로 포토샵을 이용해 '봉커즈'라는 그녀만의 독특한 사탕 브랜드를 만들었다. "실제 사탕 브랜드 추파춥스에서 색감, '롤리가블'에서 캐릭터를 따왔다"고 했다. 선생님은 "기존의 상품과 차별화되는 점이 뭔지 덧붙여서 수업 홈페이지에 올려놓으라"고 지시했다.

 

피사 비니언 교장은 "학교가 인생의 모든 답을 가르쳐 줄 수는 없다. 대신 학생들이 단순히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배우는 법을 배우도록(learn how to learn) 가르친다"고 했다. 모범답안만 달달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는 법을 일깨워준다는 것이다. 대신 필요한 교육재는 모자람 없도록 지원해준다는 것이 기본 전제라고 했다. 호주의 케빈 러드(Rudd) 정부는 2007년 출범 이후 '교육혁명'이란 기치 아래 162억 호주달러(약 17조원)를 투입해 공교육 향상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자가 찾은 맥키넌 학교의 과학·미술 교실에는 개인 책상마다 컴퓨터가 보급돼 있었다. 노트북은 무상대여해 줬다.

 

 

「주입식 강의만 하니… 해외기업들 한국 대학 졸업장 저평가」(조선일보, 2010년 5월 15일, A6,「아시아 대학평가」)

 

서울 소재 명문 K대 경영학과 출신 이모(26)씨는 지난해 미국 대형 보험사 S사와 신발유통업체 D사 등 현지 기업 2곳에 응시했다. 이씨는 평균 A학점으로 졸업했고, 1년 영국 연수에다 토익 950점대를 받는 등 ‘1등급 스펙(spec·외형적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화상(畵像)면접에 나선 현지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영어 잘 하는 사람은 미국에도 많다”며 “당신의 능력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씨가 K대가 얼마나 좋은 학교이고 어떤 것을 배웠는지 유창한 영어로 설명했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결국 두 곳 모두 낙방했다.

 

외국기업 전문 헤드헌터들은 “국내 명문대 졸업장은 국제무대에서 큰 의미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대학의 브랜드 가치가 저평가돼 있는 데다, 대학들이 ‘고객(해외기업)’이 원하는 교육을 시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헤드헌팅업체 HR코리아의 최효진 대표는 “사례중심 수업을 경험하지 못한 한국 대학생들은 입사 후 문제에 부닥쳤을 때 해결하려 하기보다 안 되는 이유를 나열하는 데 익숙하다”며 “대학이 정답이냐 아니냐 식의 주입식 강의만 하니 외국계 기업이 국내 대학 졸업장에 낮은 평가를 내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후략)…

 

 

앞의 기사 제목은 「주입교육, 그곳엔 없다… '배우는 法' 가르칠 뿐」입니다.

기사를 읽어보면, 호주의 교육은 고등학교에서까지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육과정 해설』에서 강조하는 체험중심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말하자면, 호주에서는 고등학교에서도 우리나라 초등학교처럼 가르친다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다른 나라는 어떻습니까? 호주는 아주 특별한 나라입니까? 저는 외국을 거의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신문에서 우리처럼 주입식 교육을 하는 나라가 있더라는 기사를 본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그것은 초·중·고등학교를 막론하고 그렇습니다.

 

그러면  이 지구상에 우리나라 신문사에서 취재할 만한, 제대로 된 나라치고, 주입식 교육을 하는 나라는 단 한 나라도 없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신문기자들도 저러한 생각을 고쳐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지적하면, 「주입교육, 그곳엔 없다」를 「주입식교육, 아무 곳에서도 하지 않는다」로 표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신문기사의 논조가 많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우선, 늦은 밤까지 가르치고 배우는 학교를 좋은 학교로 칭찬하지 않게 되고 -이러다가 아이들 다 잡을 것입니다- 짧은 시간, 혹은 동일한 시간에 더 잘 가르치는 학교가 두각을 나타내게 될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학원강사식의 찬란한 강의를 하는 교사를 훌륭한 교사라며 소개하는 기사가 사라질 것입니다.

외국의 사례를 소개할 때는 "이런 식의 주입식 교육으로는 안 된다"고 주장하다가 보통 때는 다시 "'죽어라!' 하고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하거나 "봐라! 학원강사처럼 저렇게 설명해야 잘 설명하는 것 아니냐!"고 하면 우리 교육의 길이 불분명해집니다.

 

주입식 교육을 버리게 되면, 그 외에도 큰 변화가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건 다음 일이니까 오늘은 여기까지만 이야기하고 말겠습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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