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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수업공개

by 답설재 2010. 5. 12.

 

 

 

 

한국의 교사들은 모두 올해부터 학부모들에게 연간 4회씩 수업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연간 4회? 꼭 그렇게 해야 한다면, 좋아, 수업발표대회에도 나가자, 그렇게 결심한 교사가 경기도에만도 수천 명이랍니다.

 

5월도 중순이니까 일단 대체로 한 번씩은 공개했겠지요. 1학기 내에 최소한 한 번은 더 공개해야 정상적인 일정일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 처음 공개한 날은, 학부모들이 많이 왔습니까? 다음번에는 어떻겠습니까? 다음에도 많이 올 것 같습니까?

솔직히 말해서 계속 많이 오는 것이 좋겠습니까, 흐지부지 점점 줄어들어 나중에는 겨우 몇 명만 와서 하나마나한 일이 되고 마는 것이 좋겠습니까? "평가고 뭐고, 꼴 좋다!" 그렇게 되고 마는 것이 마음은 편하겠습니까?

 

우리는, 교사는 가르치는 일이 본질적인 일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해왔습니다. 잡무를 줄여달라고 호소하고 애원했습니다.

가르치는 건 영 ‘허당’인 주제에 지엽적인 일, 가령 문서 만드는 일, 어디에서 누가 부르면 달려가 사무 봐주는 일에는 귀신같은 사람이 앞서가는 꼴을 보고 허탈해한 적은 없습니까?

 

정부에서 전국 180개 지역교육청을 ‘교육지원청’으로 개편하여 감독·점검 위주의 장학지도나 학교평가 업무를 축소 또는 본청으로 이관하고 학교를 지원하는 서비스 기관으로 바꾸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잘 가르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게 바로 핵심이라는 것 아닙니까? 이번에도 또 무슨 이유를 들어 이 계획이 무산된다면 우리나라는 '한참을 더 기다려야' 정신을 차릴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수업공개 이야기입니다. 학부모가 많이 오게 해야 합니다. 이제 마지막이라고 여기고 이걸 '붙잡고 늘어져야'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게 본질이니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교장·교감부터 수업을 공개하는 교실에 들어가 보는 일입니다. 즉 학부모에게 공개하는 수업이라도 일일이 지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도'가 못마땅하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 많은 학급을 한두 번도 아니고, 어떻게? 다른 일은 언제 하고? 우리(교장·교감)도 별도의 평가를 받지 않느냐?”

그렇다면 흐지부지 될 것이 분명합니다. 수업이 본질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허탈한 지경에 도달하게 될 것입니다.

"작은 학교는 몰라도……"

그런 소리도 마십시오. 능력 있다고 큰 학교 맡긴 것 아닙니까?

다른 일을 다 집어치우든지 대폭 버리든지 하고, 이 일에 매달려야 합니다. 이건 절대적인 일입니다. 대통령 임명장을 받은 교장이 그것 하나 못하겠습니까.

 

이번 기회를 놓치면 우리가 교육의 본질에 충실할 수 있는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다시 오지 않고, 미래학자들이 이야기하는 다음 세대의, 다른 형태의 학교가 등장하는 때까지 이 형태로 가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일단 이번 기회를 붙잡아 두어야 합니다. 어렵더라도 잘 해내야 합니다.

이게 싫어서 수업공개고 뭐고 다 집어치우게 되면, 그때부터 우리는 아뭇소리 말아야 하고 무엇을 시키든 그저 고분고분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가령 연간 2회로 축소해도 된다거나 평가방법을 바꾸어야 한다거나 어떻게 하자거나 하는 문제는 다음 문제입니다.

 

교사는 수업을 하는 사람이고, 교장·교감은 그 교사들을 도와주고 자문해주는 사람입니다. 앞으로 잘 하면 ‘교육장’도 ‘교육지원청장’이 되지 않습니까?

교원만 생각한다면 교사는 주연(主演)을 맡은 사람들이고, 교장·교감은 조연(助演)을 맡은 사람들입니다. 학교에는 주연이 많고 조연이 적을 뿐입니다.

 

 

참고자료를 붙입니다.

페이스 팝콘·애덤 한프트가 지은 『미래생활사전』(을유문화사, 2003, 216쪽)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Teacher History 교사 경력

교사의 책임이 늘어가고 있는 시대에 교사들은 더욱 강도 높은 검증과정을 피해 갈 수 없다. 머지않아 인터넷상에서 교사의 교수법 포트폴리오를 확인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또한 해당 교사의 학생들이 표준화 시험에서 어떤 성적을 올렸는지, 학부모들의 의견은 어떤지, 어떤 숙제를 내주고 평가 기준은 무엇인지 등등을 인터넷에서 다 찾아볼 수 있다. 학급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진정한 척도로서 그 교사의 학생들이 다음 학년에서는 어떻게 지내는지를 알아볼 수도 있다. 교원노동조합은 이에 반대할 것이지만 결국은 대중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것이다.

 

 

수업(授業)에 관한 한 긍정적으로 보십시오. 여러분이 교육대학교를 다닐 때처럼! 교생실습을 했던 그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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