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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체험학습과 수학여행

by 답설재 2010. 3. 26.

 

 

 



체험학습과 수학여행


 

 

 


  지난 수요일에는 익산을 다녀왔습니다. 그곳 H 초등학교 H 교감선생님께서 차를 태워주셔서 미륵사지 앞을 지나갔습니다. 미륵사지는 최근에 새로 복원하고 다듬어 멋진 학습장이 된 곳입니다.

  "이제 여러 곳에서 미륵사지로 체험학습을 많이 오겠네요?"

  "…… 글쎄요. 뭐, ……."

  그렇지 않다는 얘기지요.

 

 

 

사진 출처 : 카페 인어의 연못」(cafe.daum.net/merpond)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교장 마음대로입니다.

  교장들은 안전사고를 염려하여 생색내기로 1년에 한번, 아니면 봄가을에 한번씩 두 번 정도 소풍도 아니고 현장학습도 아닌 어정쩡한 스타일의 '외출'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서 놀다 올까요?" 하고 물으면 "이게 뭔 소리야? 공부를 하고 와야지!" 할 수도 있고, "그럼, 일정이 촘촘한 현장체험을 하고 올까요?" 하고 물으면 "뭘 그렇게 하나! 좀 여유있게 놀다 오면 되지."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책임 추궁을 염두에 둔다면 그 물음과 답변이 교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교장이 안전사고 염려 때문에 현장학습을 내보내지 않는 것은 '교육적 범죄' 행위가 아닐까요?

 

  그 교감선생님께 다시 물었습니다.

  "학생들이 현장학습도 하지 않는다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복원한 보람이 없지 않습니까?"

  "주말에는 놀러오는 사람이 좀 있습니다. …… 일본 학생들도 많이 오지요."

 

  어허! 그렇다면 일본 아이들을 위해 복원하고 단장한 꼴이 되었네요?

 

  일본인들은 무섭습니다. 무섭다고 하면 일본인들이 의아해하겠지요. 그들에게는 "당신네 나라 사람들은 교육적으로 착실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들은 도요타 자동차가 어떻게 되거나말거나 그렇게 합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경제사정이 좋지 않으면 당장 해외수학여행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그러면 그렇게 하라는 지시를 담은 공문이 내려옵니다. 그러면서도 일반인들의 해외여행은 여전하고, 경제사정이 좋지 않을수록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소리는 잘 합니다.

 

  교육이 무슨 놀음놀입니까? 골프여행보다 못한 겁니까? 여유 있으면 하고, 여유가 없으면 치워버리는 그런 겁니까? 교육자들은 경제사정이 어떤가 살펴가면서, 눈치를 봐가면서 계획해야 합니까? 그렇다면 대한민국 교육자들은 얼마나 서글픈 존재입니까?

 

  그렇게 물을 것도 아니겠습니다. 교육이 교장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겁니까? 사립학교도 교장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게 교육 아닙니까? 그런데 어떻게 교장 마음대로 소풍을 보내도 되고, 현장학습을 보내도 되고, 소풍도 아니고 현장학습도 아닌 '외출'을 내보내도 됩니까? 아니, 보내도 되고 안 보내도 됩니까? 그야말로 '엿장수 마음대로'입니까?

  교장 책임경영이란 건 그런 겁니까?

 

  오늘 신문에 난 기사입니다.1 한번 보십시오. 이것 뿐이겠습니까.

 

 

 

 

 

 

 

 

 

  1. 조선일보, 2010. 3. 25, A33.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