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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CCTV 설치율 95.9%」

by 답설재 2010. 4. 29.

「서울지역 학교 CCTV 설치율 95.9%」1

 

 

 

 

 

'서울 교장들은 참 좋겠다' 싶습니까? '4.1% 학교 교장은 CCTV도 달지 않고 도대체 뭐 하고 있나' 싶기도 합니까?

 

언젠가…(이젠 옛날 얘기하듯 하게 되었습니다)… 교장회의에 참석해본 적이 있습니다. 생활지도가 문제가 된 때였습니다. 이른바 '생활지도 전문'이라는 교육장이란 녀석이 그 당시에 일어난 사건 몇 가지를 소개하더니 호기롭게2 주문(注文)했습니다.

"교장실에서 뭐 합니까!"

"하루에 몇 차례씩 순시를 하세요! 아이들이 언제 교장이 나타날지 모르도록 자주 순시를 하면 그곳에서 나쁜 짓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나, 참... 그럼 나쁜 짓은 다른 곳에 가서 하게 하란 뜻이었을까요?

순시나 자주 하는 것이 교장의 주요 역할이라면 그걸 무슨 교육의 전문가라고 구태여 자격까지 이야기해야 할까요?

'아하! 그렇게 하면 되는구나, 그걸 몰랐네!'

그런 교장이 있었을까요? 있었다면 그 따위가 교장을 하고 있으니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지요.

 

행정은 어떻게 된 일인지 자꾸 소극적인 방법에 매달리려는 경향이 아닌가 싶은 느낌을 줄 때가 있습니다. 소극적인 방법이 편하고 적극적인 방법일수록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일까요?

가령, "우리에게 와서 '학교폭력'을 신고 좀 해달라"는 주문이 그런 경우가 아닐까요? 그렇게 해놓고 이러겠지요?

"봐! 신고하라고 써붙이니까 감쪽 같잖아."

 

자꾸 옛날이 그리워집니다. 그 전문직 간부의 주문대로라면 '게을러빠진 교장' 대신 CCTV가 '뒷마당'을 밤낮없이 지키고 있는 그런 학교가 아닌, 아늑한 교정에서 '까르르르' 웃고 '왁자지껄" 떠들어대며 지내던 그 아이들이 그립습니다.

외부인의 침입을 막는 데도 큰몫을 하는 CCTV라는 걸 누가 모릅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이 어려운, 험난한 시대에, 그러나 마지막으로 남아 있어야 할 '지상낙원(地上樂園)'쯤이어도 좋을 학교에까지 CCTV를 달아놓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해놓고 마음 편히 지내겠다는 뜻입니까? 아니면 마음 편하게 지내라는 뜻입니까? 그것도 아니면, 그렇게 하면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뜻입니까?

 

그렇다면 이제 CCTV를 많이 달 수 있는 교장이 유능한 교장입니까?

교문을 들어서려면 누구라도 행정실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CCTV의 효과가 제대로 빛을 발휘하게 하려면 이 세상을 CCTV로 덮어야 합니다. 그러면 범인들도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비로소 행복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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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화일보, 2010년 4월 26일, 9면.
2. 호기롭다(豪氣롭다) :[형용사] 1 씩씩하고 호방한 기상이 있다. 2 꺼드럭거리며 뽐내는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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