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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학교생활 즐기고 있는가

by 답설재 2010. 5. 25.

 

 

 

"학교생활 자유스럽게 충분히 즐기고 있는가"

 

 

 

  지난 5월 18일, 서울 서초구 J호텔에서 ‘WCU 국제콘퍼런스’가 열렸답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한 이 콘퍼런스에는 200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쿠르트 뷔트리히(WÜthrich) 스위스 연방공과대 교수, 2005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로버트 그럽스(Grubbs) 캘리포니아공대 교수, 2006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로저 콘버그(Kornberg) 스탠퍼드대 교수 등 노벨화학상 수상자 3명이 전국에서 올라온 초등학생 20명, 고등학생 87명과 1시간 30여분 동안 만났답니다.1

 

  다음은 조선일보 기사의 제목과 본문의 일부입니다.

 

 

  노벨상 수상자 3명 방한… 한국 학생들에게 던진 질문은?

  "학교생활 자유스럽게 충분히 즐기고 있는가"

 

  "하루 일정이 빡빡하면 창의적인 생각 안 나와… 운동 등으로 흥미 키워야"

  "실패를 맛보는게 중요, 원인을 생각하게 되고 오히려 열정 갖게 돼…"

 

  "자, 이번엔 내가 질문을 해보겠어요. 여러분은 학교생활을 즐기고 있습니까?"

  200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쿠르트 뷔트리히(W�jthrich) 스위스연방공과대 교수가 한국의 고등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은 서로를 쳐다볼 뿐,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강원외고 김하은양이 수줍게 일어나 영어로 답했다. "사실 기대했던 것만큼 고등학교 생활이 즐겁지 않아요.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자유가 거의 없습니다. 먹고, 공부하고, 잠만 자요. 운동 같은 다른 활동을 할 시간을 갖고 싶어요."

  대답에 놀란 뷔트리히 교수는 이번엔 "일주일에 자유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다. 강양이 "평일엔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 12시 30분에 자니 시간이 없고, 주말에야 3시간 시간이 난다"고 답하자, 뷔트리히 교수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그는 "새벽부터 자정까지 이어지는 빡빡한 일과 속에선 창의적인 생각이 나오기 힘들다"며 "운동이나 그림 그리기 등 자신이 원하는 흥미있는 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략)…

  2006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로저 콘버그(Kornberg) 스탠퍼드대 교수는 "연구를 하면서 절망의 순간이 오면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강원외고 1학년 리규정양의 질문에 "연구를 하다 보면 자주 실패를 한다. 그러나 오히려 매일같이 실패를 맛보는 것이 중요하다. 실패를 할수록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흥미와 열정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라며 '실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초등학생들은 들떠 있었다. 2005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로버트 그럽스(Grubbs) 캘리포니아공대 교수가 등장하자마자,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몇몇 아이들은 '스타'라도 만난 듯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한 학생이 "노벨상 상금이 얼마냐"고 묻자 그럽스 교수는 "상금은 총 100만달러였지만 함께 상을 받은 3명과 나눴고, 정부에서 세금까지 떼어가 내가 받은 돈은 얼마 안 된다"고 답해 학생들을 웃겼다.

  …(후략)…

 

 

 

▲ 2005년 노벨화학 상 수상자 로버트 그럽스 교수를 만나자 아이들은 휴대폰 카메라부터 꺼내들었다. 18일 서울 서초구 J호텔에서 열린‘WCU 국제콘퍼런스’에서. /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그러고보면 우리는 이들의 충고와는 정반대의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우리는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자유스럽게 충분히 즐기도록 해주고 있습니까?

  - 장난치지 않고 떠들지 않고, 선생님 말씀만 잘 들으면 공부시간이나 쉬는 시간이나 얼마든지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습니까? 아이들이 좋아하고 있다면 다행입니다.

  하루 일정이 빡빡하지 않도록 느슨하게 해주고, 운동 등으로 흥미를 키워주고 있습니까?

  - 쉬는 시간이 10분씩이나 되고, 오후에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으로 흥미를 키울 수 있습니까? 아이들이 좋아하고 있다면 다행입니다.

  실패를 맛보는 공부를 시키고 있습니까? 실패한 원인을 생각하게 해주고, 그리하여 열정을 갖게 해주고 있습니까?

  - 선생님들이 참조하는 교사용지도서나 선생님께서 작성하는 수업안이 그렇게 되어 있습니까? 정말로 그렇게 되어 있다면 다행이지만 제가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의 그 아이들에게 학교생활이 자유스럽고 충분히 즐거운가 물어보십시오.

  그 아이들에게 가정생활은 그런지 물어보십시오.

 

 

 

  1. 조선일보, 2010년 5월 19일, A14면,「노벨상 수상자 3명 방한… 한국 학생들에게 던진 질문은? '학교생활 자유스럽게 충분히 즐기고 있는가'」(김연주 기자 carol@chosun.com 기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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