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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180

새로 교장이 되신 선생님께 교장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교장이 되셨더군요. 오늘날 학교에서 이야기하는 모든 것이 거짓이 아니라면, 학교에서 제시하는 수많은 지표 중에서 아이들이 제일 좋아할 만한 것은 어떤 것이겠습니까? "성실한 인간이 되자"고 하면 어떻습니까? '성실한 인간?'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요? '그래, 이 참에 나도 한번 성실한 인간이 되어 볼까?' 그런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지표일까요? 네댓 가지로 나누어 제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말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입니다. 1. 스스로 해결하는 실력 있는 어린이 2. 새로운 생각으로 탐구하는 어린이 3. 더불어 함께하는 예의 바른 어린이 4. 마음씨 곱고 몸이 튼튼한 어린이 # 저는 교장이 되었을 때 '학교 교육목표'라는 걸 아예 없앨까 한 적이 있습니다... 2011. 10. 29.
'성적'과 '살벌한 엄마' 성적이 떨어졌다고, 그 아이를 낳은 '엄마'가 "그 아이의 책상에 톱질을 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기도 했답니다."너는 살아봤자 사회에서 쓰레기야. 아무리 주워 키운 자식도 그렇게는 안 크겠다."분을 참지 못한 그 엄마는 구타도 서슴지 않았고, 밥을 먹고 있을 때나 심지어 잠을 잘 때조차 발길질을 해댔답니다. 드디어 서울가정법원에서는 이 엄마의 비뚤어진 교육열로 파탄을 맞게 된 부부에게 이혼을 해버리라고 했답니다. 그리고 교육을 핑계로 자녀에게 인격적 모독과 구타를 했고, 자신의 훈육 방법을 나무라는 남편을 일방적으로 매도했으며, 아들에게도 어머니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갈등을 심화시킨 점 등을 고려하면 이 가정이 파탄을 맞게 된 주된 책임은 이 엄마에게 있다고 밝혔답니다.항소를 .. 2011. 10. 24.
한국엔 왜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이 없나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지 열흘쯤 지났습니다. 미련이 많이 남았는지 신문에는 아직도 간간히 그의 이야기가 실립니다. 지난 9월 9일, 한 신문에서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과의 인터뷰 기사를 봤습니다.* 문답 중에 '한국엔 왜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이 없는가'에 대해 없는 것이 아니라 알아보지를 못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 독창성을 말씀하셨는데, 한국엔 왜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이 나오질 않는 걸까요. “잡스가 없는 게 아니에요. 있어요. 그걸 알아보지 못하는 거지. 또는 왕따를 시키는 거지. 독창성은 남들이 당연시하는 것, 이미 해답이 나온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리는 데서 나옵니다. 유행을 따르거나 남의 것을 모방하는 데서는 독창성이 나오질 않아요. 물고기 그림을 .. 2011. 10. 16.
우리는 행복해지고 있는가 알랭 드 보통의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으며 남녀 간의 심리를 어떻게 이처럼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을까 감탄한 적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연애를 하는 동안 의도적으로 심리적 변화를 기록해 두는 데 심혈을 기울였는가?' '그렇게 해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가?' 심지어 그런 의문을 가지기도 했습니다.그러다가 『여행의 기술』을 읽고는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거지?’ 싶었습니다. 번역이 이상해서였을까요? 그 얘기를 이 블로그의 어디에서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일상의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의 방한 기사를 봤습니다. 「우린 모두 미친 존재… 한 발짝만 뒤로 물러섰으면」(조선일보, 2011.9.28.A23, 어수웅 기자 jan10@chosun.com).도입 글과 인터뷰 한 대목을 옮깁니다. 거.. 2011. 10. 3.
교감선생님께-수석교사제에 대해서- 교감선생님. 수석교사제가 법제화되었다면서요? 자세한 건 잘 모르지만, 어느 교원단체가 수석교사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한지 아마도 20여 년이 지난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요청이었다면 그 간절함이 극에 달했고, 그 요청이 이루어지기 전에 저승으로 간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석교사제는 문제점도 많은 제도입니까?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저는 아주 소박한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 문제점들에 대해 여러 선생님들과 교장, 교감선생님들께서 함께 고민하시고, 해결해 나가시고, 정부의 힘이 필요한 것은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청, 교육지원청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 얼마든지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교장, 교감선생님들의 관점이 아닌가 싶고, 특히 교감선생님들.. 2011. 8. 4.
'독도수업' 유감 2학기부터 초등학생들이 ‘독도수업’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5·6학년을 대상으로 하되, 한 학기에 몰아서 하거나 두 학기에 나눠서 하거나 수업 시기는 학교 재량에 맡겨서 연간 8~10시간씩 실시하도록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각 교육청 및 학교에 권고할 계획이며, 교재는 동북아역사재단에서 마련한 교재를 보급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중·고등학교에서는 각각 2학년을 대상으로 2012학년도부터 이 수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본 의회 의원들이 울릉도를 '항의방문' 하겠다고 나서는 등 독도 영유권 문제와 관련해 한·일간에 갈등이 깊어져 가고 있는 걸 생각하면 이 계획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기사를 보고 참으로 답답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우선 “교육과학기술부가 독도 관.. 2011. 7. 28.
정답을 가르쳐주는 선생님 우리의 '표준화' 시험은 이렇다. 적어도 1년에 한 번 신문사는 '표준화' 시험 결과를 신문에 게재하여 다른 학교들과 비교한다. 학교 관계자는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린다. 이 시험 점수는 학교의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기준 미달 학교는 예산이 삭감되거나 등급이 하향 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잠깐! 이 시험 결과는 정확하지가 않다. 어떤 경향을 강조해서 보여줄 수도 있지만 일선에서 일하는 교육자라면 이미 누구나 그런 경향은 파악하고 있다. 주에서 주관하는 시험은 별도의 감독 없이 진행된다. 보통 감독관이 따로 나오지 않고 학생과 교사만 있는 교실에서 시험이 치러진다. 학생들의 말에 따르면, 어떤 선생님은 학생들 뒤에서 시험지를 지켜보다가 은근히 (헛기침을 하며) 혹은 노골적으로.. 2011. 7. 10.
『내 아이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내 아이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보낸 메일을 열어봤더니 이런 멋지고 재미있는 만화가 들어 있었습니다(2011.06.15). 과학기술과 예술의 융합교육! 멋지지 않습니까? ♣ 얼마 전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수학을 공식이나 외워서 문제를 푸는 데 혈안이 되게 하는 현재의 지도법을 .. 2011. 6. 27.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저녁을 먹고, 텔레비전마저 꺼버려서 서재에 와 앉으면 세상이 적막해진다. 거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어릴 적 그 시골 마을보다 더 조용해진다. '이러면서 죽어가는 거겠지' 문득 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 나는 이 적막을 이렇게 좋아한다. 이 적막을 견디기 어려워하면서도 늘 그리워한다. '이러면서 죽어가는 거겠지.' 그런데도 아직 마음 속에는 내가 교사였다는 흔적이 강하게 남아 있어서, 흔히 그 교사의 습성대로 생각하고 움직인다. 텔레비전을 볼 때도 신문을 볼 때도 교육에 관한 내용이면 귀를 기울이고 본문을 읽어보게 된다. "넌 이제 교사가 아니다!" 하고 퇴임을 시켰으니까 그렇게 하는 것은 세상에 대해 미안하게 혹은 쑥스럽게 여겨야 할 일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 일이 아니므로 좀 .. 2011. 6. 13.
포졸과 왕비 포졸과 왕비 ◈ 이광재 前 강원도지사의 인터뷰 기사를 봤습니다. 조선일보 2011년 5월 21일(토) 주말 부록 Why 1~2면, 제목 "당분간은 시련의 계절/운명이라면 또 기회 오겠죠"(「강훈 기자의 와일드 터치」, nukus@chosun.com) 교육적으로 인상 깊은 문답이 있었습니다. ―집안 형편은? "아버지가 .. 2011. 5. 27.
『한국, 언제까지 암기만 시킬 겁니까』 "한국, 언제까지 암기만 시킬 겁니까" Ⅰ 지난주 토요일 신문에서 본 기사입니다. "한국, 언제까지 암기만 시킬 겁니까" 제목만 봐도 멋지지 않습니까? Ⅱ 미 교육컨설턴트 케빈 리가 본 한국교육은 이렇습니다. "공교육, 사교육, 심지어 논술까지 암기 일색이다." "창의성을 억누르는 암기.. 2011. 5. 18.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한다고 필즈상 받는 건 아니죠" 국내 수학·물리학자들이 모여 있는 고등과학원(KIAS)은 1996년 10월 정부출연으로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순수기초과학 연구소다. KIAS에는 100여명의 연구자가 포진해 있으며, 그중 20%가 외국인이다. 이곳에는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Fields)상' 수상자 에핌 젤마노프(Zelmanov·56) UC샌디에이고 교수가 석학(碩學)교수로 있다. 그는 보헤미안 기질의 소유자로도 연구원 내에서 유명하다. 조선일보, 2011년 5월 7일 주말 부록판 「WHY?」 「정병선의 視角」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한다고 필즈상 받는 건 아니죠"의 시작 부분입니다. 그 인터뷰 기사에서 창의성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하는 부분을 옮깁니다. ―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한국 대학생들은 연속 3회 4위를 .. 2011. 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