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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한국, 언제까지 암기만 시킬 겁니까』

by 답설재 2011. 5. 18.

 

 

 

"한국, 언제까지 암기만 시킬 겁니까"

 

 

 

 

 

  지난주 토요일 신문에서 본 기사입니다. "한국, 언제까지 암기만 시킬 겁니까" 제목만 봐도 멋지지 않습니까?

 

 

  미 교육컨설턴트 케빈 리가 본 한국교육은 이렇습니다.

  "공교육, 사교육, 심지어 논술까지 암기 일색이다."

  "창의성을 억누르는 암기교육이 모든 문제의 출발이다."

  "미국 대학들은 한국 학생들을 '독특한 존재'로 보고 있다. SAT 만점자가 많고 명문대도 잘 입학하지만, 입학 후엔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한국 학생들은 교수들 권위를 절대시한다. 그러나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자기 의견이 없다. 강의실 맨 끝에 앉는다."

  "하버드대는 한국 학생에 관한 보고서에 '대학 입학 외엔 목표가 없다. 공부하는 방법을 모른다'고 적었다고 한다. 주제에 따라 자료를 찾고 정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익혀야 하는데, 오로지 문제만 풀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 케빈 리가 제시한 해법(解法)은 디베이트(debate·절차를 갖춘 토론)입니다. 미국에서는 전국 중·고생 디배이트 대회가 자주 열리고, 토론 교육도 활발하답니다. '그야 뭐 그렇겠지요. 미국이니까요.'

  아니, 한국도 토론 대회 성적을 대학입학전형에 반영해 준다고 하면 당장 얼마든지, 미국보다 몇 배는 더 토론 교육이 활발해지지 않을까요? 그러다가 그게 '과열(過熱) 현상'으로 판단되면 "이제부터 그런 성적은 반영하지 않도록 하겠다" "반영하지 않는 대학에는 예산을 더 주겠다"고 해야 하겠지만.

  왜 그렇게 비관적으로 보느냐고 물으시면 논술교육을 예로 들겠습니다.

 

 

  "한국, 언제까지 암기만 시킬 겁니까!"

  어쨌든 멋지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될까요? '디베이트'로 한국 교육을 바꾸어보려고 귀국했다는데, 될까요? 우리는 그가 하는 말보다 더한 말도 듣지 않는 나라이지 않습니까?

  무슨 말이냐 하면, 가령 이미 30년 전에 『제3의 물결』(1980)에서 ‘시간엄수, 복종, 기계적인 반복 작업이 현대 산업사회 교육의 맹점’이라고 주장한 앨빈 토플러는, 우리나라의 초청강연에서 “풀빵 찍듯 하는 교육”(2007) “밤 11시까지 가르치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는 교육”(2008)이라며 우리 교육을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지만, 그의 책을 '세상에서 제일 많이 사 보는' 우리는 그의 우리 교육에 대한 비판만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지 않습니까?

 

  토플러의 말도 듣지 않는 우리가 케빈 리의 말을 들을까요?

  그의 의욕이 이벤트로 끝나고 마는 건 아닐까요?

  이런 생각도 가능하겠습니다. '저 사람 처음에는 무료 대회를 연다고 하지만 대베이트니 뭐니 하며 고상한 용어로 돈 벌러 온 건 아닐까? 얼굴을 보니까 벌써 그렇게 생겼는데?'

 

 

  <조선일보 기사 원문>1

 

"한국, 언제까지 암기만 시킬 겁니까"

 

 

 

 

 

  美 교육컨설턴트 케빈 리

  토론 교육 전수하러 한국에…

  "디베이트 무료대회 엽니다"

 

  "한국에서는 공교육·사교육, 심지어 논술까지 암기 일색이잖아요. 언제까지 이럴 겁니까? 이제 바꿀 때가 됐어요."

  미국에서 교육컨설턴트로 활동해온 케빈 리(46) '투게더 디베이트 클럽' 대표는 창의성을 억누르는 암기 교육이 모든 문제의 출발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캐나다를 거쳐 11년 전 미국으로 가 대학진학 전략을 연구하고 조언해왔다. 교민 대상으로 미주교육신문을 발행했고, 한인 학생에게 SAT(대학입학자격시험) 준비법을 강의했다. 그러다가 "한국 교육을 바꿔보고 싶다"며 몇 달 전 귀국했다.

  "미국 대학들은 한국 학생들을 '독특한 존재'로 보고 있어요. SAT 만점자가 많고 명문대도 잘 입학하지만 입학 후엔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죠."

  그가 미국 대학 교수들을 인터뷰한 결과, 한국 학생은 이렇게 요약된다고 했다. '교수들 권위를 절대시한다.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자기 의견이 없다. 강의실 맨 끝에 앉는다.' 심지어 하버드대는 한국 학생에 관한 보고서에 "대학 입학 외엔 목표가 없다. 공부하는 방법을 모른다"고 적었다고 한다. "주제에 따라 자료를 찾고 정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익혀야 하는데, 오로지 문제만 풀기 때문이죠."

  그가 말하는 대안은 디베이트(debate·절차를 갖춘 토론)다. 미국은 전국 중·고생 디베이트 대회가 자주 열리고, 토론 교육도 활발하다. 디베이트 코치 자격 인증자만 5000명이 넘는다. 그의 '투게더 디베이트 클럽'은 그 첫 작업으로 오는 29일 한국기자협회와 함께 초·중·고 학생 디베이트 대회를 연다. 초등 4학년 이상 누구나 참가할 수 있고, 무료다. (http://cafe.naver.com/togetherdebateclub)

                                                                                                            오현석 기자 socia@chosun.com

 

 

  1. 조선일보, 2011.5.14.A29. 사진은 chosun.com에서 가져옴.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