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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한다고 필즈상 받는 건 아니죠"

by 답설재 2011. 5. 16.

 

 

국내 수학·물리학자들이 모여 있는 고등과학원(KIAS)은 1996년 10월 정부출연으로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순수기초과학 연구소다. KIAS에는 100여명의 연구자가 포진해 있으며, 그중 20%가 외국인이다. 이곳에는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Fields)상' 수상자 에핌 젤마노프(Zelmanov·56) UC샌디에이고 교수가 석학(碩學)교수로 있다. 그는 보헤미안 기질의 소유자로도 연구원 내에서 유명하다.

 

조선일보, 2011년 5월 7일 주말 부록판 「WHY?」 「정병선의 視角」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한다고 필즈상 받는 건 아니죠"의 시작 부분입니다. 그 인터뷰 기사에서 창의성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하는 부분을 옮깁니다.

 

―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한국 대학생들은 연속 3회 4위를 기록하는 등 출중한 수학 실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젊은 수학자들이 필즈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왜일까요?

 

"지난해 중국 방문 때도 똑같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베이징에서 정치국 사람들을 만났는데 노골적으로 질문을 하더군요. 수학은 물리 등 자연과학과 달리 영재교육을 시키면 올림피아드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습니다. 올림피아드와 필즈상은 차이가 있습니다. 모두 수학적인 재능이 있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에 문제를 푸는 것과 수학자의 길을 가는 것은 다릅니다. 창의력이 개입되는지 여부도 다릅니다. 예를 들면 올림피아드는 다섯 시간 동안 문제를 푸는 것이고 필즈상은 10년 동안 연구하는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올림피아드는 훈련을 잘 시켜서 대회에 내보내는 것이고 창의적인 것보다 훈련된 학생이 상을 받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니 이런 기사는 그냥 신문기사일 뿐이고, 유명한 학자니까 본래 그런 말을 하는 것이고, 우리는 우리 식으로 죽자사자 문제 푸는 수학공부를 시키고, 수능도 그렇게 출제하면서, 만약 누가 성이 있는지 알아보는 문제를 내고 채점하면 그게 어떻게 객관적인 평가냐며 대어들고, 그렇게 대어드는 사람에겐 두손 들게 되고, 그러면서 그렇게 가르치고 배우고 평가하면서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위의 인용으로 만족하지만, 재미있는 내용을 조금만 더 옮깁니다.

 

― 필즈상은 어떤 상인가요?

 

"정말 받기 힘든 상입니다. 4년마다 주는 상이고 수상자가 매년 2~4명으로 노벨상보다 경쟁도 4배 치열하다고 보면 됩니다. 노벨상 수상자의 평균 연령은 65세이지만, 필즈상은 수상 대상 자체가 40세까지로 제한돼 있습니다. 40세 전에 연구 업적을 평가받아야 하는 것이 상당히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필즈상의 취지가 젊은 수학자들을 양성해 더 많은 수학발전을 가져오기 위한 것이기 때문인 것은 이해가 됩니다. 실제로 수학자는 40세가 넘으면 연구가 퇴보한다는 것이 학자들의 견해입니다."

 

― 구소련에서 미국으로 이민 간 배경은 무엇인가요?

 

"노보시비르스크대 교수로 있다가 이민을 간 이유는 100가지 이상입니다. 1991년 소련이 붕괴된 뒤 수학자뿐만 아니라 이론 물리학자들 대부분이 보다 나은 연구환경을 찾아 나섰고 미국과 유럽에서 소련 학자들을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맞아떨어진 것입니다. 미국 대학들은 좋은 조건과 좋은 연구환경을 제시했고 모든 커리큘럼이 오픈돼 있었습니다. 매력적이었지요. 또 저를 포함한 유대계 러시아인들은 러시아에서 박해를 받아왔는데, 자식들에게 그런 과정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 최근 개봉한 영화 '아고라'에서는 로마의 자연철학자이자 인류 최초의 여성 수학자 히타피아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하티피아의 대사 중 "아주 조금이라도 정답에 근접한다면 기꺼이 죽어도 좋아"가 나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그녀의 대사처럼 수학자들은 진실을 찾아나가는 데 열정을 쏟아냅니다. 대사 자체에 철학적인 의미도 담겨 있고 끊임없이 탐구하는 수학자의 인생을 잘 묘사했다고 봅니다. 당장 그 영화를 봐야겠습니다."

 

 

필즈상(Fields Medal)은 1924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세계수학자총회(ICM)에서 4년마다 수학 공헌자 2∼4명에 대해 시상하기로 결정한 상으로, 상금은 당시 토론토대 수학과 교수 J.C.필즈가 기부했으며, 노벨상에 수학상이 없어 수학자들은 이 상을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부른답니다.

에핌 젤마노프는 '제한된 번사이드 문제(Restricted Burnside Problem)'라고 불리던 수학계의 오랜 난제를 해결해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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