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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교감선생님께-수석교사제에 대해서-

by 답설재 2011. 8. 4.

교감선생님.

수석교사제가 법제화되었다면서요?

자세한 건 잘 모르지만, 어느 교원단체가 수석교사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한지 아마도 20여 년이 지난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요청이었다면 그 간절함이 극에 달했고, 그 요청이 이루어지기 전에 저승으로 간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석교사제는 문제점도 많은 제도입니까?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저는 아주 소박한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 문제점들에 대해 여러 선생님들과 교장, 교감선생님들께서 함께 고민하시고, 해결해 나가시고, 정부의 힘이 필요한 것은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청, 교육지원청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 얼마든지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교장, 교감선생님들의 관점이 아닌가 싶고, 특히 교감선생님들의 힘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교감선생님.

어떤 애로사항이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저는 평생을 교단에 바치면서도 전문직이나 교감, 교장의 길을 걷지 않고 혹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아이들과 함께 교실에서 생활하는 그 선생님들의 애환은, 우리 교원들이 아니면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 애환의 비중이 문제점의 비중보다는 훨씬 더 무거울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이와 함께 혹 교장, 교감 혹은 전문직이 되지 못하는 것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고 싶다면 그 개인적인 문제가 교육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더러는 그런 선생님들에 대해 누구보다 열정적이라느니, 아이들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이라느니, 천성이 행정에는 맞지 않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더없는 적성을 가지고 있다느니 할 수 있고, 본인들 스스로 그렇게 말하는 경우를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도 때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아니지. 그분들이 때로는 어떤 눈물겨운 정서를 가지는지 내가 어떻게 다 알까' 생각하면 저절로 가슴이 저려오는 느낌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이 자리에서 그분들의 애환을 하나하나 열거한들 시원할 일도 아니겠지만, "자녀 결혼을 당해서는 사돈댁에 "아직 교사'라고 소개하기가 난처하더라"는 말 한마디만 들어봐도 그분들의 속사정을 짐작하고도 남을 것 같습니다.

아니, 그렇게 열정적이라면 그 열정 때문에라도 그분의 영향력을 더욱 널리 확산하는 길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아이들을 너무나 사랑하는 선생님이라면 그 사랑 때문에라도 그분의 영향력이 널리 확산되는 길을 찾아 드려야 할 것입니다. 사실은 그렇게 열정적이지도 않고, 아이들을 그렇게 사랑해주지 않는 교장도 있지 않습니까! 아이들에 대해, 교육에 대해 비뚤어진 열정과 사랑을 가진 분도 있지 않습니까!

 

교감선생님.

"교감이 있는데, 수석교사는 뭐하려고 두느냐!"고 하는 분도 있답니다. 그렇다면 수석교사 얘기는 왜 나왔겠습니까? 옛날부터 교감이 있었는데도 우리 교육은 왜 이 모양이 되어 있겠습니까? 아니, 그건 좀 지나친 표현이라면, 교감선생님들께서는 얼마나 할 일이 많고 바쁘신 분들입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은, 수석교사들이 교감의 위치를 넘보지 않을까 싶거나 그게 아니라면 동료장학이라는 멋진 일을 수석교사에게 넘겨주는 것이 안타깝기도 해서 하시는 말씀이겠지만, 그건 절대 우려할 사항이 아닐 것입니다. 학교라는 사회에서 교장선생님이 아니라면 그 누가 교감선생님께서 하시는 일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으며(교장인들 쉽사리 그렇게 하지도 못하겠지만), 더구나 수석교사가 있다 해서 교감선생님께서 마음먹고 하시는 장학지도에 대해 왈가왈부할 사람은 또 누구겠습니까?

그런 경우가 있다면 아마 다른 일로 불합리한 점이 있어 그 불평이 이어지는 경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교감선생님.

저는 교감선생님의 힘으로 수석교사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교감선생님께서 잘 배려해 주시면 좋을 일인데도 "에이, 수석교사젠가 뭔가가 생겨 가지고……" 하시게 되면 뭐 하나 잘 될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것저것 따질 것도 없이 우리나라 교육계에서 그것 한 가지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면 얼마나 한심한 나라, 얼마나 웃기는 교육계이겠습니까.

 

정부에 대해서도 단 한 가지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수석교사의 동료들에게 수업시수 부담을 지게 하는 건 수석교사제가 망하도록 방치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기회가 되거든 교감선생님께서 그것부터 좀 지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교감선생님의 건승을 기원하며, 수석교사를 늘 가까이 해주시는 교감선생님의 든든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