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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독도수업' 유감

by 답설재 2011. 7. 28.

  2학기부터 초등학생들이 ‘독도수업’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5·6학년을 대상으로 하되, 한 학기에 몰아서 하거나 두 학기에 나눠서 하거나 수업 시기는 학교 재량에 맡겨서 연간 8~10시간씩 실시하도록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각 교육청 및 학교에 권고할 계획이며, 교재는 동북아역사재단에서 마련한 교재를 보급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중·고등학교에서는 각각 2학년을 대상으로 2012학년도부터 이 수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본 의회 의원들이 울릉도를 '항의방문' 하겠다고 나서는 등 독도 영유권 문제와 관련해 한·일간에 갈등이 깊어져 가고 있는 걸 생각하면 이 계획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기사를 보고 참으로 답답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우선 “교육과학기술부가 독도 관련 교육 강화에 나섰다”는 기사는, 도대체 무엇을 보고 ‘강화’라고 하는지 의심스럽다. 우리 국민은 너나 할 것 없이 분개했지만, 일본은 이미 초·중·고등학교 '학습지도요령'(국가 교육과정 기준)에 독도 내용을 넣고, 이에 따라 '학습지도요령해설' 작성, 초·중·고 교과서 개발이 차근차근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과정 수시 개정 체제까지 마련해 두고 필요할 때마다 그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독도 학습 내용을 정규 교육과정에 잘 반영하기보다는 이처럼 특별수업 형태로 실시하려고 하는 것이 합리적인 조치인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독도수업은 권고사항으로 진학지도 시간이나 특별활동 등 창의적 체험 활동 이수 시간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한 독도 부교재는 수업시간 외에도 국어의 읽기 지도나 사회과 지리 지도 등 타과목에서도 활용될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독도 수업과 독도 수업 교재에 대해 이와 같이 설명했다고 한다. 이 설명은 독도 학습을 정규 교육과정에 반영하지 않은데 따른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지나지 않는다.

 

  독도 수업을 왜 권고 사항으로 다루어야 하는가?

  독도 수업을 왜 특별활동이나 창의적 재량활동 시간에 실시해야 하는가, 특별활동이나 창의적 재량활동의 성격에 맞기나 한 것인가?

  국어과나 사회과 시간에는 그 시간에 다루어야 할 교육과정과 교과서 내용이 조밀하게 계획되어 있으므로 특별한 조치에 따라 별도의 계획을 수립하지 않는 한 국어, 사회 담당 교사가 독도에 관한 내용을 지도해 줄 것이라는 보장을 할 수 있는가?

  독도 수업과 관련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이번 조치를 보고 이와 같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기사는 "이에 따라 학생들은 국어ㆍ사회ㆍ국사 등에서 곁다리 식으로 배우던 독도와 관련된 지식을 체계적으로 습득하게 돼 일본의 교과서 왜곡 등에 맞서 올바른 지식과 논리로 대응할 수 있게 될 전망"이라고 했다.

  국어나 사회, 국사 등 정규 교과목에서 배우는 것보다 특별활동이나 창의적 재량활동 시간에 권고 사항으로 가르치는 것이 더 체계적인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가? 그리하여 우리나라 학생들은 일본의 교과서 왜곡 등에 맞설 수 있는 올바른 지식과 대응 논리를 습득하게 될 것인가? 사실은 그 문제에도 확신을 가질 수 없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첨언하면 '수업을 듣는다'는 표현은 이제 사라져야 할 습성이다. 수업(授業)은 듣는다고 할 것이 아니라 '수업을 받는다'고 해야 한다.

  왜냐하면 교사가 '약장수처럼(!)' 설명하는 것을 듣는데 치중하던 지식주입식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수업을 들어야만 했었다. 그러나 수업은 교사의 설명을 듣기보다 교사의 안내에 따라 '자기주도적으로' 탐구해 나가야 하는 것이어야 하며, 문답, 토의, 토론, 조사, 연구, 관찰, 비교, 실험, 조작, 설명, 작도, 게시, 전시…… 등 수많은 활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활동들의 대표적인 표현이 '듣는다'는 것이라고 한다면, 필자로서는 왜 하필 가장 역겨운 단어를 선정하는지 묻고 싶은 것이다.

 

 

 

 

 

 

                                                                                     <신상윤ㆍ박병국 기자 @goooogy> cook@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