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한국엔 왜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이 없나

by 답설재 2011. 10. 16.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지 열흘쯤 지났습니다. 미련이 많이 남았는지 신문에는 아직도 간간히 그의 이야기가 실립니다.

지난 9월 9일, 한 신문에서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과의 인터뷰 기사를 봤습니다.*

문답 중에 '한국엔 왜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이 없는가'에 대해 없는 것이 아니라 알아보지를 못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 독창성을 말씀하셨는데, 한국엔 왜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이 나오질 않는 걸까요.

 

“잡스가 없는 게 아니에요. 있어요. 그걸 알아보지 못하는 거지. 또는 왕따를 시키는 거지. 독창성은 남들이 당연시하는 것, 이미 해답이 나온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리는 데서 나옵니다. 유행을 따르거나 남의 것을 모방하는 데서는 독창성이 나오질 않아요. 물고기 그림을 그리면 왜 전부 왼쪽 방향을 보고 있습니까. 오른쪽으로 보는 물고기를 그리는 독창성이 필요해요. 잡스 같은 인물을 알아주고 그런 사람을 키우는 애플 같은 회사가 없는 게 문제죠. 천리마는 있는데 백락이 없는 겁니다. 페이스북을 창안한 저커버그는 몇 번이나 학업을 포기할 뻔했지만 학교와 사회가 그를 살렸죠. 그를 인정해 준 미국 사회의 문화자본과 관용이 우리에게도 필요합니다.”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는 그런 인물을 알아주고 키우는 회사가 있다고 하고, 저커버그에 대해서는 학교와 회사가 그를 살렸다고 했습니다.

 

독창성을 알아봐 주고 인정해 주는 학교가 없다면 그런 학원이라도 있으면 다행일 것입니다. 그런 학교나 학원이 없다면, 그런 가정이라도 있으면 다행이고, 학교와 학원, 가정이 그렇지 못하면 사회(회사 등)라도 그런 사회라면 그만해도 다행일 것입니다.

아니 학교나 학원, 가정, 회사 중 어느 한 곳이라도 '스티브 잡스'를 알아봐 주는 곳이 있는 나라라면, 그 나라는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기야 그런 학교가 있는 나라라면, 그 나라에는 그런 가정, 그런 회사도 많을 것은 당연합니다.

 

 

 

 

이어령 선생은 그 인터뷰에서 "최근의 무상급식 논란과 관련해 한 말씀…"이라고 하자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유상급식이냐 단계급식이냐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모든 사람의 입맛도 다르고 환경이 다른데 동일한 메뉴로 동일한 사람이 동일한 시간에 똑같이 밥 먹는 거, 이게 과연 교육적으로 어떠냐는 게 근본적인 거죠. 일본에서는 자녀들에게 도시락을 싸줍니다. 내 아들은 내가 따뜻하게 해주겠다는 겁니다. 평등성 속에서 다양성을 줘야 해요. 어머니 손맛이 교육이고, 도시락 열어서 어머니의 숨결과 사랑을 느끼는 게 교육입니다. 물질자본은 평등을 구현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문화자본은 절대로 안 돼요. 개성, 분위기, 취미 이런 걸 어떻게 평등을 합니까. 경제자본이 문화자본으로 이행하면 절대로 획일적 평등성을 강요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돼요.”

 

 

학교에서 밥을 주니까 참 편합니다. 편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눈물로 혹은 미소로 그 밥을 싸준 기억이 없는 엄마, 엄마가 그 눈물, 그 미소로 싸준 도시락을 열어본 기억이 없는 아이는 이 세상에 대해 모르는 것이 있게 됩니다.

제가 뭘 제대로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하루가 다른 세상이고 이미 퇴임한 주제니까요. 세상은 많이 달라졌을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예전에 교장을 할 때 학부모 총회를 한다고 하면 그 이야기도 좀 했었습니다.

 

 

* 문화일보, 2011.9.9. 29~30면, 파워인터뷰,「이어령 '산업화·민주화 영웅들 짐 내려놓고 떠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