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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751

로제 그르니에 『내가 사랑했던 개, 율리시즈 Les Larmes D'Ulysse』 로제 그르니에『내가 사랑했던 개, 율리시즈 Les Larmes D'Ulysse』김화영 옮김 현대문학 2002      율리시즈라는 이름을 가진 개는 많다. 그렇지만 정작 율리시즈 자신의 개는 이름이 무엇이었던가? 아르고스. 그 개는 페넬로페보다 더 딱한 처지에 놓인 채 주인을 기다린다. 언제나 신중한 이 이타카의 왕은 오랜 순항 끝에 마침내 자신의 조국인 섬나라로 돌아오자 아테나와 몰래 짜고서 남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변장을 한다. 그렇지만 애견 아르고스는 그를 단박에 알아본다. 이제 주인이 집을 떠나고 없는지라 아무도 돌보지 않게 된 개는 대문 앞, 노새와 소들이 배설한 거름더미 위에 퍼질러 누워 있었다. 율리시즈의 하인들은 드넓은 영지의 땅에 시비할 거름을 푸러 찾아오곤 했다. 아르고스는 거기서 이가 .. 2016. 6. 13.
I remember everything you've taught me I remember everything you’ve taught me He would talk about his death Last winter, as my grandfather and I were waiting for my toast I orderd, I was staring at clerk’s hands, not moving an inch. Because I just wanted to pretend that I didn’t hear my grandfather as if I were deaf. I already knew what my grandfather would say. He didn’t care about me and kept talking. "I .. 2016. 6. 10.
한강 『채식주의자』 한강 『채식주의자』창비, 2016(초판28쇄)      영혜는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 건 아니었고 도저히 고기를 먹을 수 없게 하는 꿈2을 꾸었다. 그렇지만 최소한 '채식주의자'가 아니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듯한 세상에서 남편은 물론 그 누구도 그녀의 '채식주의'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녀는 피폐해진다.(「채식주의자」).  미술을 하는 형부(언니 인혜의 남편)의 예술혼이 그 '채식주의자'를 대상으로 하여 불붙게 된다. 아내로부터 영혜에게 몽고반점이 있다는 말을 들은 다음이었다.3 두 사람은 몸에 꽃을 그리고 그 '꽃들의 교합'인양 영혼을 불태운다.4 '몰상식'한 일을 벌인 남녀니까 그들은 '사람들'로부터 밀려나게 된다(「몽고반점」).  남편을 버린 인혜는,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동생.. 2016. 6. 8.
미즈바야시 아키라 『멜로디 Melodie』 미즈바야시 아키라 『멜로디 Melodie』 이재룡 옮김, 현대문학 2016 집 안에서도 우리는 서로 딱 들러붙은 한 몸처럼 느꼈다. 아침이면 나는 또 다른 의식의 순간을 가졌는데 식사하기 전에 멜로디는 내가 맛있게 먹으라는 명령을 내릴 때까지 사랑이 짙게 밴 인내심으로 먹기 전까지 나를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내가 컴퓨터 앞에서 작업을 할 때면 대체로 멜로디는 내 발치에서 세상에서 가장 평화스러운 모습으로 졸았다. 혹은 자기가 좋아하는 다른 자리에 누워 있었는데 거기에서 멜로디는 오페라와 실내음악을 전문으로 방송하는 라디오에서 하루 종일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음악을 어떤 때는 신중히, 어떤 때는 심드렁하게 들었다. 그의 취향은 나와 같았다. 아니, 그보다는 나의 취향이 그의 취향이 되었다.(202~203) .. 2016. 5. 30.
아일린 폴락 『평행 우주 속의 소녀』 아일린 폴락 『평행 우주 속의 소녀』The Only Woman in the Room한국여성과총 옮김, 이새, 2015      여성은 20세기 초까지도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과학자' 대접을 받지 못했다. 1903년 노벨물리학상, 1911년 노벨화학상까지 받은 마리 퀴리(Marie Curie)가 당시 프랑스과학아카데미(Academy of Science)의 회원 선출에서 어이없이 탈락한 것은 극적인 사례다. 노벨상 역사에서 두 개 과학 분야에서 두 번의 상을 받은 건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하지만 그런 성취에도 불구하고 마리 퀴리는 무선통신 분야의 남성 브랜리(E. Branley)에게 밀려 탈락된다. 프랑스과학아카데미 최초의 여성 회원은 1962년, 그리고 최초의 여성 정회원은 1979년에 가서야 나타난다.. 2016. 5. 15.
김숨 『한 명』(抄) 김숨 『한 명』(抄) 『현대문학』 장편연재소설 소녀상(2012.9.26) 투명한 유리잔 속 우유를 그녀가 바라보기만 하자 옷수선가게 여자가 마시라고 재촉한다. "우유를 먹으면 소화가 안 돼서." 우유를 보면 남자 정액 생각이 나서³⁰⁾라고 차마 말할 수 없어 그녀는 그렇게 둘러댄다. 정액을 삼키라고 했지.³¹⁾ 나이가 지긋한 장교였다. 술에 잔뜩 취해 방으로 들어와서는 송진처럼 달라붙었다. 그녀가 발로 차면서 거부하자 군복 허리춤에서 단도를 뽑더니 다다미에 꽂았다. 다다미에는 단도로 찍은 칼자국이 누렇게 시들어 떨어진 솔잎처럼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소녀들은 일본 군인들이 시키는 대로 해야 했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권총으로 아래를 쏘기도 했으니까. 권총 방아쇠를 당길 때 그들은 총구멍이 겨누는 곳.. 2016. 5. 7.
마스노 순묘 『불필요한 것과 헤어지기』(抄) 마스노 순묘 《불필요한 것과 헤어지기》 웅진지식하우스 2016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스티븐 코비?)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 7가지 습관? 왜 7가지일까? 내 습관은 그런 사람들의 습관에 비하면 거지 같은 것일까? 1995년에 구입한, 어마어마하게도 1판 220쇄인 책이었다. 그렇게도 바빴던 시절에 밤을 세워 읽었다. 그 7가지가 어떤 것인지, 지금은 단 한 가지도 기억하지 못한다.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칼 필레머) 기억도 하기 싫은 지인이 "노인의 필독서" "어마어마하게 많이 팔린 책"이라며 선물한 책이었지. 왜 선물했을까? 내가 뭘 모른다는 뜻일까? 나와 가까워지고 싶어서였을까?... 열심히 읽고 요약하고 발췌하고 했던 건 분명한데 지금 기억나는 내용은 단 한 가지도.. 2016. 5. 3.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데이비드 케슬러 『상실 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데이비드 케슬러 『상실 수업』 김소향 옮김, 인빅투스, 2014 Ⅰ 신의 부름이 어떤 이에게는 한가로운 목요일마냥 예견되었다는 듯 다가온다. 누군가에게는 예기치 않은 노크 소리를 내며 주말 프로젝트마냥 다가와 정신없게 만들기도 한다. 별안간 아무런 예고도 없이, 사랑한 이가 죽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을 때 당신의 세상은 돌연 바뀐다.(275~276) 죽음이 더 갑작스러울수록 상실을 애도하기까지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작별인사 할 틈과 가장 친하고 소중했던 사람이 사라지고 없는 삶을 적응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부정1의 기간은 상당히 길어진다. (277) 내가 사랑한 사람은 왜 죽었는가? 그 슬픔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내가 살아 남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2016. 4. 17.
『머나먼 여행』 에런 베커 《머나먼 여행》 웅진씽크빅 2015 글자라고는 표지의 저 제목뿐입니다. 첫 페이지에는 세상의 수많은 소녀처럼 외로운 한 소녀가 보이고, 마지막 페이지에는 저렇게 소녀의 얘기를 잘 들어줄 것 같은 소년과 함께 아름다운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모습이 들어 있습니다. 아, 이 .. 2016. 4. 12.
오연호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오연호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마이북, 2015       Ⅰ  유엔 자문기구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표한 '2016 세계 행복 보고서'에서 덴마크는 세계에서 행복한 나라 1위입니다.1 지난해 스위스와 아이슬란드에 이어 3위에 올랐던 덴마크는 올해 두 계단이나 상승하며 마침내 정상에 등극했다. 반면 덴마크에 1위를 빼앗긴 스위스는 한 계단 내려가며 2위를 기록했다. SDSN은 세계 157개 나라를 상대로 국내총생산(GDP), 건강한 기대 수명, 정부와 기업의 투명성, 개인의 자유, 사회적 지원 등을 평가해 행복 지수를 산출했다. 어려울 때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있는지 등 정서적인 항목도 반영됐다.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핀란드, 캐나다, 네덜란드, 뉴질랜드, 호주, 스웨덴이 최상위 수.. 2016. 4. 6.
프랑수아즈 사강 『어떤 미소』 프랑수아즈 사강 《어떤 미소 Un Certain Sourire》 정봉구 역, 범우사, 2004 사랑이 절정에 이르렀다가 헤어진 이야기입니다. 여대생 도미니크는 애인 베르트랑의 외삼촌 뤽크와 사랑에 빠집니다. 뤽크는 아름답고 교양미 넘치는 아내 프랑스와즈와 행복하게 지내는 중년입니다. 그들은 여름 휴가에 바닷가 호텔에서 일주일, 일주일은 너무 아쉬워서 일주일 더 지냈습니다. 그렇게 한 다음, 뤽크는 아내 프랑스와즈에게로 돌아갔고, 뤽크로부터 헤어날 수 없고 죽을 것 같았던 도미니크는, 실연이라는 건 흔한 일이어서인지 그 상처가 회복됩니다. 그 러브 스토리에서 마음의 흐름을 살펴보았습니다. 1. 시작 "(……) 당신과 한번 연애를 할 수 있다면 참 근사하겠는데" 하고 뤽크 씨가 말했다. 나는 바보처럼 웃어댔.. 2016. 3. 30.
마야 안젤루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마야 안젤루 지음, 김욱동 옮김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문예출판사, 2014(2판5쇄) 그들은 집으로 갔어 They Went Home 마야 안젤루(Maya Angelou 1928~ ) 그들은 집으로 갔어 그리고 자기 부인들에게 말했지.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나 같은 여자는 알지 못했다고, 그러나…… 그들은 집으로 갔어. 그들은 말했지. 나의 집은 입으로 핥아도 좋게 깨끗하며, 내가 하는 말은 하나도 상스럽지 않고, 내게서 신비스런 분위기가 풍긴다고, 그러나…… 그들은 집으로 갔어. 뭇 남자들이 입을 열어 나를 칭찬했지, 그들은 나의 미소, 나의 재치, 나의 엉덩이를 좋아했어, 그들은 내 옆에서 하루, 이틀 혹은 사흘밤을 보냈어, 그러나…… 마야 안젤루는 현존하는 미국의 흑인여자.. 2016. 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