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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751

장 그르니에 《어느 개의 죽음》 장 그르니에 《어느 개의 죽음》 지현 옮김, 민음사 2015 장 그르니에는 알베르 카뮈에게 철학을 가르쳤습니다. "나는 내가 맡은 젊은이들에게 가르칠 책임이 있다는 점보다는 오히려 그들 자신에 대해 가르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그들에게 애착을 갖게 되었다. 나의 책무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라고 믿었다."1 단순하게(혹은 오만하게) "젊은이들을 가르친다"고 하지 않고 "그들 자신에 대해 가르친다"고 한 그르니에, "나의 책무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라고 믿었다"고 한 그르니에가 존경스러웠습니다.2 일찍 그를 알았더라면, 나도 조금은 더 나은 교사였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을 '누구에게나' 똑같이 가르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우리 교육을 좀 더 깊이 있게 반성하는 교사였을 것입니다.. 2017. 1. 17.
허희정 「파운드케이크」 월간『현대문학』2016년 12월호에서 허희정*의 단편소설을 읽었습니다. 마지막 부분입니다.  갯벌을 떠난 다음에도 자꾸 걸었어. 갯벌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 너무 멀리 와버린 데다가, 갯벌이 어딘지도 알 수가 없었거든. 자꾸 걷다 보니, 짐이 너무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가드레일 너머로 그냥 통째로 던저버렸어. 그땐 정말로 신나는 기분이었어!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무거운 게 가벼워지진 않더군. 이상하게 여전히 온몸이 무거웠어. 어쩌면 진흙 때문이었을지도 몰라. 그래도 방도가 없으니까 일단 걸었어. 걷다 보면 모든 게 해결이 될 거라고 생각을 했지. 그런데 점점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더라고. 정신을 차려보니까 자꾸만, 자꾸만 물건들이 커지는 것 같았어. 그래도 나는 그냥 .. 2017. 1. 10.
줄리안 반스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줄리안 반스 Julian Barnes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NOTHING TO BE FRIGHTENED OF》 최세희 옮김, 다산책방 2016 줄리언 반스의 에세이입니다. 그는 노년을 주제로 한 단편소설1, 자살과 기억을 소재로 한 소설2, 아내와의 사별과 그 슬픔을 이야기한 에세이3 등을 썼답니다. 가족과 친구, 지인들, 작가나 음악가 등 유명인사들의 죽음에 관한 일화를 자유롭게, 때로는 익살스럽게, 끝없이 늘어놓았습니다. 죽음에 관한 것이라면 뭐든 이야기했습니다. 신에 대한 비아냥, 두려움과 공포, 노년과 죽음의 의미, 내려놓기, 죽음의 순간, 죽음 직전의 모습과 주검의 모습, 불행한 죽음, 죽음의 인식, 태도, 묘지, 옛날과 오늘날의 죽음, 회한, 마지막에 대한 계획, 죽어가며 들을 음.. 2017. 1. 8.
E.T.A. 호프만 《호두까기 인형》 E.T.A. 호프만 《호두까기 인형》 정지현 옮김, 규하 그림, 인디고 2014 1 '호두까기 인형'도 모른 채(아는 체하며) 가르쳤으니…… 그 아이들이 알면 뭐라고 하겠습니까? 알고 보니 사탕, 장난감 얘기였습니다. 좀 재미없게 얘기하면, 물활론(物活論)? 애니미즘(animism)? 모든 물체에 생명을 부여하는 유아들이라면 어느 아이나 이야기를 따라 저 환상의 나라로 떠나지 않을 수 없게 할 동화, 호두까기 인형을 따라 아름다운 인형의 나라를 찾아간 이야기였습니다. 2 의사 슈탈바움 씨네 세 아이들 루이제, 프리츠, 마리는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아름다운 선물들을 받습니다. 특히 고등법원 판사인 드로셀마이어 대부는 손재주가 좋아서 진기한 장난감들을 만들어 선물합니다. 마리는 오빠 프리츠가 고장을 내버린 호두.. 2017. 1. 1.
국립중앙박물관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 국립중앙박물관 2016 1 불쑥불쑥 찾아오는 황 선생님이 보여준 책입니다. 황 선생님은 초·중·고 교과서나 문화재 설명자료 같은 것에서 오류를 찾는 일에 매진(!)하고 있는 인사입니다. 돈이 되든 되지 않든 그렇게 합니다. 관련 공무원 중에는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는 당신이 한 일의 오류를 알고 있다"는데야 좋아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그를 좋아하는 사람을 대기는 어렵고, 그를 싫어하고 그도 그들을 싫어하는 경우를 대라면 당장 몇 명 대고 그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지도 이야기해 줄 수 있습니다. 그가 발견하는 오류라는 것에 대해 어처구니없다고 할 사람도 있습니다. 가령 어떤 역사적 인물의 생몰연대 같은 건 후손들도 일일이 암기하고 있지 않을 것이 .. 2016. 12. 26.
마누엘 푸익 《조그만 입술》 마누엘 푸익 《조그만 입술》 송병선 옮김, 책세상 2004 1 '레테'는 연옥 입구의 강이랍니다. 언젠가 연옥은 없는 것으로 정했다는 글을 읽은 것 같은데 그러면 지옥도 그렇게 될 수 있겠지요? 하기야 천국이고 천당이고 뭐고...라는 사람도 많으니까요. "그리움", "그리움" 하지만 레테가 생각날 때보다 더 큰 그리움을 느낄 수는 없었습니다. 모든 걸 다 잊게 된다? 어떻게? 이 누추함까지 다 떨쳐버릴 수 있는 건 환영할 일이지만, 아무리 험난한 저승에서라도,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잊지는 않아야 할 한 사람은 어떻게 합니까? …… 모든 것 다 내어주더라도 그 기억만은 간직하고 싶다면 그 강변에서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내어놓아야 할 그 순간 그가 얼마나 그리울지, 생각만으로도 나는 눈물을 글썽.. 2016. 12. 24.
할레드 호세이니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왕은철 옮김, 현대문학 2007 라일라가 물었다. "엄마를 이곳에 데려온 적 있어요?" "그럼, 여러 번 같이 왔지. 네 오빠들이 태어나기 전에도 왔고 후에도 왔다. 네 엄마는 그때만 해도 모험심이 강하고 아주 생기발랄한 사람이었다. 네 엄마는 지금까지 내가 만난 사람 중에서 가장 발랄하고 행복했던 여자였다." 그는 기억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웃는 모습도 근사했지. 라일라, 네 엄마와 결혼한 이유는 바로 그 웃는 모습 때문이었다. 정말이야. 웃는 모습이 사람을 꼼짝 못하게 했다. 저항할 수가 없었지." 바비에 대한 애정이 파도처럼 몰려왔다. 이후로 늘 그녀는 그를 그런 모습으로 기억했다. 팔꿈치를 바위에 받치고, 손으로 턱을 감싸고, 햇볕에 눈을 찡그리고,.. 2016. 12. 18.
윤재현 《오오, 인도여》 윤재현 《오오, 인도여》 書路 1994 하우라 기차역은 지옥이다. 피난민의 행렬처럼 하우라는 매일같이 떠나는 사람들과 도착하는 사람들로 법석인다. 난리다. 지옥이 아니고서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로 붐빌 까닭이 없다. 짐과 짐. 그 속에 갇힌 사람들. 뒤범벅이 된 질서. 그러나 오히려 편안하다. 차라기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미 내게 익숙해 있던 질서가 오히려 여기서는 거추장스럽다.(31~32) 인도에 가보고 싶었다. 현직에 있을 때는 해외에 갈 기회가 있어도 웬만하면 다른 이에게 양보했다. 나중에 한가로울 때 개별적으로 인도에도 가볼 것이기 때문이었다. 우선 타지마할(Taj Mahal)을 보고 싶었다. 무갈 황제 샤자한은 사랑하는 아내 뭄타즈 마할(Mumtaz Mahal)이 죽자 22년에 걸쳐 저승의 아내를.. 2016. 12. 15.
호시노 미치오 『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호시노 미치오 『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이규원 옮김, 청어람미디어 2007 2007년에 읽고 내내 곁에 두었습니다. 호시노 미치오. 생명과 자연에 대한 그의 경외심이 사무쳐서 그리움이 되었습니다. 그 사무치는 그리움을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어하며 지낸 시간이 어언 10년이 되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는 알래스카에서 살았어. 사냥에 대해서 생각했지. 살기 위해 동물을 죽인다, 그건 납득할 수 있어. 하지만 즐기기 위해서 동물을 죽이는 것은 나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어.(31~32) 그는 늘 관용과 친절, 그리고 강인한 의지를 풍긴다. 짐과 함께 있는 시간은 언제나 기분이 좋았다.(41) 내가 감동한 것은 분명 이리 때문이 아니라 그를 둘러싸고 펼쳐진 공간 때문이었다. 그 배후에 .. 2016. 12. 10.
〈가혹한 소년들〉 〈가혹한 소년들〉 이런 우리를 누가 인간이라고 하겠습니까? 아니 사실 우리는 인간이라는 게 무엇인지도 몰랐습니다. 그러므로 고아원 선생들이 우리를 매일 두들겨 팼던 건 당연했는지도 모릅니다. 짐승은 짐승처럼 다뤄야 하는 법입니다. 우리는 우리대로 말없이 맞았습니다. 순종적인 짐승이 되는 것이 우리의 미덕이고, 우리의 목표였습니다. 우리의 얼굴에 침을 뱉으면 고개를 숙이고, 발로 차면 엎드려서 선생님 죄송합니다를 연발했습니다. 왜 죄송한 걸까요? 그들이 때리기 때문에 죄송한 겁니다. 그들이 때리지 않으면 죄송하지 않은 겁니다. (……) 임승훈(소설) 〈가혹한 소년들〉(『현대문학』 2016년 10월호 82~115), 100. 이런 소설을 읽으면 그 장면을 잊을 수가 없게 됩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2016. 12. 8.
이혜정 《서울대에서는 누가 A+을 받는가》 이혜정 《서울대에서는 누가 A+을 받는가》다산에듀, 2014      '어렴풋한 증거들로 확신을 가졌던 것에 대해 마침내 논리적으로 파헤쳐 그 안에서 밖으로 이야기해 버린 책'이라고 하면 정확할 것입니다.그러면 "나는 그렇게 해서 학점을 받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하겠지만 우리는 "서울대 출신이 겨우 그런 거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1 수용적 사고력이란 상대방이 가르치는 내용을 아무런 의심이나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서 이해하고 암기해 시험에서 정확하게 기억해 내는 능력이다. 그에 반해 비판적 사고력이란 주어진 내용을 이렇게도 생각해 보고 저렇게도 생각해 보고 뒤집어서도 생각해 보는 등, 상대방이 가르치는 내용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다시 들여다보는 능력이다. 또한 창의적 사고력은 주어진 내용에 .. 2016. 12. 4.
이사벨라 버드 비숍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 KOREA AND HER NEIGHBOURS』 Ⅲ 이사벨라 버드 비숍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 KOREA AND HER NEIGHBOURS』 Ⅲ 이인화 옮김, 살림 1994 - 한국의 귀신들 - 귀신의 서열1 1. 하늘의 귀신 2. 땅의 귀신 3. 산과 언덕의 귀신 4. 용의 귀신 5. 마을의 구역을 지배하는 귀신 6. 불교에서 유래한 귀신 7. 지붕의 용마루대의 귀신 (가택의 귀신들) 8. 물건과 가구의 귀신 9. 이씨 왕조의 귀신 10. 부엌을 관리하는 귀신 11. 이씨 왕조를 보조하는 귀신 12. 조상을 돌보는 귀신 13. 이씨 왕조의 수호자와 하인들의 귀신 14. 부엌에서 무당을 도와주는 귀신 15. 물건과 소지품의 귀신2 16. 천연두의 귀신 17. 동물의 형태를 취하는 귀신 18. 어린 소녀들에게 내려서 그들을 무당으로 만드는 귀신 19. 북.. 2016. 1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