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
국립중앙박물관 2016
1
불쑥불쑥 찾아오는 황 선생님이 보여준 책입니다.
황 선생님은 초·중·고 교과서나 문화재 설명자료 같은 것에서 오류를 찾는 일에 매진(!)하고 있는 인사입니다. 돈이 되든 되지 않든 그렇게 합니다. 관련 공무원 중에는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는 당신이 한 일의 오류를 알고 있다"는데야 좋아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그를 좋아하는 사람을 대기는 어렵고, 그를 싫어하고 그도 그들을 싫어하는 경우를 대라면 당장 몇 명 대고 그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지도 이야기해 줄 수 있습니다.
그가 발견하는 오류라는 것에 대해 어처구니없다고 할 사람도 있습니다. 가령 어떤 역사적 인물의 생몰연대 같은 건 후손들도 일일이 암기하고 있지 않을 것이 분명한데―"당신의 ○대 조부는 몇 년에 태어나 몇 년도에 죽었는가?" "……." "이런 후레자식 같으니라고!" 그러면 말이 되겠습니까?― 그는 그런 연대의 오류를 용하게 밝혀냅니다.
또 이 페이지에서는 "울주 암각화"라고 해놓고 저 페이지에서는 "울산 암각화"라고 했고, "완(宛: 굽을 완)" 자는 지명으로 쓰일 때는 '나라 이름 원'이 되어 가령 "大宛"은 "대완"이 아니라 "대원"이라는 식입니다. ㅎ~.
도대체 누가 이런 사실에 정통하여 바로 쓸 수 있겠습니까? 이런 것이 정확하다고 해서 좋은 교과서가 되고 학생들이 공부를 더 잘하게 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 정말 그렇습니까? 정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까? 정확성 같은 건 학생들 교육에 별 상관이 없습니까? ㅎㅎㅎ…… 이런 건 절대적으로 어떻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문제일 것입니다.
다만, 남들이 소홀하게 넘어가는 것이라고 하여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소홀하게 여길 수는 없다는 것 또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입니다. 말하자면 교과서는 어쨌든 정확한 것이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유독 나하고는 오랫동안 친밀하게 지내는 그 황 선생님이 이 일을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장하지 않습니까?
2
딴 얘기가 너무 길었습니다.
그 황 선생님이 일전에 사무실에 와서 무슨 얘기를 하며 전거(典據)로 슬쩍 내보인 책이 이 책입니다.
얼른 한 권 구입했습니다.
내지가 겨우 76쪽인 책인데, 게다가 ("야호!") 52쪽까지는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나머지가 논고(論考)**로 되어 있습니다.
3
책이 도착하자마자 예전에 초등학교 때 교과서를 받았을 때처럼 사진은 '순식간에'(10여 분만에) 다 봤습니다.
가까이 두고 싶은 책입니다. 논고는 (읽어도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어서 아예 읽지 않으려는 핑계 같긴 하지만) 언제든 필요할 때 잘 읽기로 하고(^^), 사진은 보고 싶을 때마다 들여다볼 것입니다.
구입하기를 잘했고, 슬쩍 보여주기만 하고 가버린 황 선생님이 고마웠습니다.
4
아무래도 가난하게 살아가는 그가 아프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오류를 많이 찾아내어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을 두고두고 괴롭혀야 하고, 나는 그가 슬쩍 보여주는 책 중에 이처럼 좋은 것이 있으면 얼른 구입해서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그가 가져왔다가 주고 간 책들도 있습니다. 그 이야기도 해야 마땅한데…….
그는 나와 동갑입니다. 연전에 그가 나이를 묻더니 그랬습니다.
"어허허…… 우린 동갑이네요? 어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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