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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751

독서하는 여인 : 책은 똑바로 앉아서 읽어야 하나? 1 그 서점 출입구 위의 저 독서상(讀書像)은 아무래도 불편해 보였습니다. 웬만한 사람은 눈길이 가지 않을 높이여서 눈여겨본 사람이 없을 듯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다 봤을까요? 나는 할 일이 별로 없어서 쳐다보지 않을 만한 곳도 없었습니다. 하늘도 자주 올려다보았습니다. '거기서 뭐 하세요? 전요, 퇴임을 해서 쓸쓸하거든요? 어떻게 좀 무슨 수가 없을까요? 심심하시면 저 좀 그곳으로 영영 데려가시든지요.' 마침 그 서점 직원인 듯한 사람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2 "저기요. 여기 직원이세요?" "네, '고갱'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도와주시지 않아도 되고요. 저기 좀 보세요." "? ……. 그런데요?" "저 여성이 지금 쓰러져 있잖아요." "글쎄요……. 일부러 저러고 있는 것 아닌가요? 저게 정.. 2016. 11. 15.
그 커피에 대한 추억 문창기 《커피, 그 블랙의 행복》(주) 이디야 2014       커피에 대한 자부심, 컬럼비아컬럼비아는 브라질, 베트남에 이어 세계 3위 커피 생산국이다. (……) '컬럼비아 커피=부드러운 커피'의 대명사로 불리는 것을 보면 이들의 자부심이 이해가 간다. 컬럼비아 커피는 평균적인 품질을 따져 보았을 때 편차가 가장 적어 품질 면에서 세계 1위라고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또한 컬럼비아 커피는 원산지를 표시하여 전 세계에 판매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커피 중의 하나이다.(56) 블루마운틴의 고장, 자메이카커피의 황제, 왕실의 커피로 불리우는 블루마운틴이 생산되는 나라이다. 블루마운틴의 부드럽고 조화로운 커피 맛에 대해 사람들은 늘 감탄하곤 한다. 블루마운틴 커피는 자메이카의 블루마운틴을 중심으로 한 커.. 2016. 11. 11.
《작은 아씨들 LITTLE WOMEN》 LOUISA MAY ALCOTT 《작은 아씨들 LITTLE WOMEN》 인디고 2007 "아, 다시 짐을 지고 살아야 하다니 정말 힘들어." 파티 다음날 아침 메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제 휴가도 끝나고, 지겨운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지난 한 주간의 즐거웠던 기억이 자꾸만 눈에 밟혀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매일매일 크리스마스고 새해면 얼마나 좋을까. 진짜 재미있겠지?" 조가 지루한 표정으로 하품을 하며 대꾸했다. "지금의 반도 재미없을 걸. 하지만 저녁 만찬에 꽃다발을 받고, 파티에 갔다가 마차로 돌아오고, 일 대신 책이나 읽으며 쉴 수 있다면 정말 신날 거야. 꼭 다른 사람이 된 것 같겠지. 그렇게 사는 애들이 항상 부러워. 화려한 것들이 난 너무 좋거든." 메그가 낡은 옷 두 벌을 놓고 어떤.. 2016. 11. 2.
책 고르기, 즐겁고도 어려운 일 책 고르기, 즐겁고도 어려운 일 Ⅰ 책 고르기는 즐겁고도 어렵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즐겁다는 건 적은 돈으로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사치이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그건 어려운 작업이고 더구나 남을 위한 것이라면 더욱 그럴 것은 당연합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은 책이 마음에 드는 .. 2016. 10. 27.
알랭 푸르니에 《대장 몬느》 알랭 푸르니에 장편소설 《대장 몬느 Le Grand Meaulnes》 김치수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7 # 아늑한 농촌 마을 생트아가트에 모험심 강한 미소년 오귀스탱 몬느가 나타난다. 그는 나약하고 감수성 강한 프랑수와 쇠렐의 청년기를 뒤흔들어놓았다. 몬느는 '잃어버린 영지'를 찾아가는 모험으로 프란츠 드 갈레를 만나게 되고 그의 여동생 이본 드 갈레와 결혼하게 되지만, 프란츠는 그의 이상형 발랑틴과 맺어지지 못한다. 몬느는 이번에는 처남 프란츠를 위해 발랑틴을 찾아나서는 모험의 길을 떠나고 혼자 남은 이본은 딸을 낳으며 목숨을 잃는다. 쇠렐은, 이제 이본이 낳은 아이를 돌보며 행복해 하지만 뒤늦게 나타난 몬느에게 그 딸을 돌려준다. # 잃어버렸거나 사라져버린 그 시절, 내 곁에도 '대장 몬느'가 있.. 2016. 10. 27.
《철학자와 늑대》 마크 롤랜즈 Mark Rowlands 《철학자와 늑대》 THE PHILOSOPHER AND THE WOLF LESSONS FROM THE WILD on LOVE, DEATH AND HAPPINESS (강수희 옮김, 추수밭 2016) Ⅰ 철학자 마크 롤랜즈가 11년간 늑대와 함께 지낸 이야기이다. '죽음이 그들을 갈라놓을 때까지'의 이야기가 소설처럼 펼쳐진다. 늑대로부터 배우는 철학, 철학과 함께하는 소설이라고 하면 좋겠다. 늑대를 키울 수 있나? 있다. "정 키워야겠다면, 그때부터 인생이 완전히 달라질 것을 각오해야 한다."(33) 늑대를 '지배'하게 되었나? 아니다. 늑대 브레닌이 철학자 롤랜즈를 지배한다. 늑대는 개들과는 차원이 다른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 그리고 사람은 점점 중요하지 않게 .. 2016. 10. 19.
L. 프랭크 바움 《오즈의 마법사》 L. 프랭크 바움 L. FRANK BAUM, PICTURES BY W.W. DENSLOW 《오즈의 마법사》THE WONDERFUL WIZARD OF OZ 부희령 옮김, 일러스트 7321DESIGN 신관철·진효미, 허밍버드 2013 1 재미있습니다. 칠십이 넘었어도 이러니(아, 이건 좀 비밀) 애들은 오죽하겠나 싶습니다. 애들에게는 재미보다 더 좋은 점이 있고, 그게 핵심이라고 할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지혜와 사랑, 용기를 갖추는 길이 이 이야기 속에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가령 지혜는 경험을 통하여 얻을 수 있고, 누구나 두려움을 느끼지만 자신감을 가짐으로써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용기를 낼 수 있다는 것인데, 아이들은 이 이야기를 정신없이 읽어가며 그걸 터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려움(장.. 2016. 10. 8.
놀라운 열거(列擧) 1. 여러 가지 북유럽 관광안내 책자, 스웨덴 실용회화, 아비스코 국립공원 지도, 인터넷을 통해 수집한 아비스코 관련 자료들, 숲속의 이정표를 찍은 사진, 등산화, 방수가 되는 셔츠와 바지 그리고 점퍼, 야전삽, 바람을 넣지 않은 소형 에어 풀, 담요, 1인용 텐트, 침낭, 바셀린, 압박붕대와 상비약, 방풍 재킷, 내의 한 벌, 등산용 속옷, 명양말, 방수방한 장갑, 스위스 아미 나이프, 씨에라 컵, 선글라스, 얼굴을 가리는 바라크라바, 알람시계, 휴대용 랜턴과 헤드 랜턴, 참치 통조림, 콩 통조림, 비스킷 형식으로 만들어진 건조된 식량, 고열량 에너지바, 성인용 기저귀, 고체연료, 압축 팩에 넣어 온 70리터 대형 배낭 등등. (……) 로비엔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간식을 판매하고 있었다. 나는 치즈 맛이.. 2016. 10. 6.
이사벨라 버드 비숍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 KOREA AND HER NEIGHBOURS』 Ⅱ 이사벨라 버드 비숍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 KOREA AND HER NEIGHBOURS』 이인화 옮김, 살림 1994 -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 - 〈실태〉(예) 양반의 자제는 그들의 공부방에서 서당까지 그들의 책을 직접 들고 가지 않는다. 이 기생충이나 다를 바 없는 계급은 여행할 때 그가 소집할 수 있는 만큼의 많은 하인들을 데리고 다니는 것이 습관적으로 요구된다.(126) 괴상망측한 차림새, 라는 것이 신부에 대한 우리의 느낌이다. 얼굴은 하얀 분으로 덮어씌우다시피 했고 뺨에는 붉은 점을 찍었으며 눈꺼풀은 뭔지 끈적끈적한 혼합물로 붙여놓았다.(141) 말하자면 상류계급의 사람들보다 하류계급의 사람들이 훨씬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는 것 같았다. 한국의 여성들은 항상 멍에를 짊어지고 산다. 그들은 결.. 2016. 9. 27.
알베르 카뮈(소설) 《이방인》 알베르 카뮈 《이방인》 ILLUST 호세 무뇨스 그림 |김화영 옮김 카뮈의 작품이어도 시큰둥했었는데(그는 "아, 됐어." 하겠지만) 다시 읽으며 흥미진진했다. 그러니까 나는 드디어 초보단계에 들어섰다. 할일이 싫어서 책을 읽었을 것이고, 이 책을 읽으며 그랬을 것이다. '별 희한한…….' 그러면서도 읽은 건 '부조리' '실존주의' 같은, 어렵고 설명해 줄 사람도 없는 그런 용어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는 첫 심문 때처럼 빙그레 웃으면서 그건 참 지당한 이유라고 말한 다음, "하기야 그건 대수롭지 않은 일입니다" 하고 덧붙였다. 그는 말을 뚝 그치고 나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자세를 바로 하면서,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당신입니다" 하고 빠른 어조로 말했다.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잘 알 수.. 2016. 9. 22.
조지 오웰 《1984》 조지 오웰(소설)《1984》George Orwell : Nineteen Eighty-Four김기혁 옮김, 문학동네 2016      Ⅰ  '소설이다' '소설일 뿐이다' 하며 읽는데도 자주 그 상황이 실제 같아서 빠져들며 읽었다. 공포감이 엄습했다.자신이 인간이란 게 슬프게 느껴지기도 했다.인간이 권력 앞에서 어떻게 절망하고, 패배하고, 파멸해 가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지금 이 세상은 이 소설 속 세상의 다음 세상인가?그렇다면 좋겠지만, 앞으로 이런 세상이 올 수도 있다는 건 아닐까?  Ⅱ  세계는 오세아니아와 유라시아, 동아시아의 3대 초강대국으로 나뉘어 전쟁을 하고 있다. 전면전이나 종전도 없고 승리도 패배도 없이 줄기차에 계속되기만 하는 전쟁. 구호는"전쟁은 평화"다.오세아니아는 당이 사상과 역사.. 2016. 9. 21.
올리버 색스 「안식일Sabbath」 「안식일Sabbath」 (올리버 색스가 마지막에 쓴 글)1 (……)2 1946년 나는 비교적 꽉 찬 시나고그에서 친척 수십 명과 함께 바르 미츠바Bar Mitzvah(유대교에서 남자아이가 13세가 되면 행하는 성인식으로 예배에서 그날의 기도문을 읽는다―옮긴이) 낭독을 했다. 그러나 내게는 그것이 공식적인 유대교 의식의 마지막이었다. 나는 성인 유대교 신자의 의례적 의무를―가령 매일 기도하는 것, 평일 아침 기도하기 전에 몸에 테필린tefillin(이마와 팔에 가죽 끈으로 매다는 작은 성물함―옮긴이)을 두르는 것―따르지 않았고, 부모님의 신앙과 습관에도 자주 무심해졌다. 그 과정에서 딱히 결정적인 단절의 계기 같은 것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열여덟 살이 되었을 때 일이 벌어졌다. 아버지가 내 성적인 감정을.. 2016. 9.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