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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L. 프랭크 바움 《오즈의 마법사》

by 답설재 2016. 10. 8.

L. 프랭크 바움 L. FRANK BAUM, PICTURES BY W.W. DENSLOW

《오즈의 마법사》THE WONDERFUL WIZARD OF OZ

부희령 옮김, 일러스트 7321DESIGN 신관철·진효미, 허밍버드 2013

 

 

 

 

 

 

1

 

재미있습니다. 칠십이 넘었어도 이러니(아, 이건 좀 비밀) 애들은 오죽하겠나 싶습니다.

 

애들에게는 재미보다 더 좋은 점이 있고, 그게 핵심이라고 할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지혜와 사랑, 용기를 갖추는 길이 이 이야기 속에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가령 지혜는 경험을 통하여 얻을 수 있고, 누구나 두려움을 느끼지만 자신감을 가짐으로써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용기를 낼 수 있다는 것인데, 아이들은 이 이야기를 정신없이 읽어가며 그걸 터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려움(장애물)은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챌 수 있겠습니다. 어쩌면 그게 인생일 것입니다. 자꾸만 다가와 앞을 가로막는 어려움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것…….

 

 

2

 

황량한 캔자스 대평원의 오두막에서 헨리 아저씨, 엠 아줌마1 부부와 함께 살아가는 도로시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강아지 토토와 둘이서 회오리바람에 실려 오즈('위대하고 무서운 마법사')의 나라로 가게 되고 친구들(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사자)과 만나 온갖 놀라운 일들을 겪은 끝에 그리운 아줌마에게로 돌아온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상한 일들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헨리 아저씨가 벌떡 일어섰다.

"여보, 회오리바람이 불어오려고 해. 나는 헛간에 가봐야겠어."

헨리 아저씨가 엠 아줌마를 향해 소리치며 소와 말이 있는 헛간으로 달려갔다. 아줌마는 설거지를 멈추고 달려나왔고, 위험이 눈앞에 닥쳤음을 알아보았다.

"서둘러, 도로시! 어서 지하실로 가!"

아줌마가 소리쳤다. 그때 토토가 도로시의 품에서 뛰쳐나와 침대 밑으로 숨었다. 도로시는 토토를 붙잡으러 달려갔다. 잔뜩 겁에 질린 아줌마는 마루에 있는 문 뚜껑을 열어젖히고, 구덩이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침내 토토를 붙잡은 도로시도 뒤쫓아 달렸다. 하지만 방을 반쯤 가로질렀을 때 높고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들리더니 집이 심하게 흔들렸고, 비틀거리던 도로시는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집이 두세 바퀴 빙글빙글 돌더니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도로시는 마치 하늘로 오르는 풍선 위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남과 북 양쪽에서 불어온 바람이 도로시의 집이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만나 회오리바람의 중심을 이룬 것이었다. 보통 회오리바람의 한가운데에는 바람이 불지 않지만, 사방에서 몰려오는 엄청난 공기의 힘 때문에 집은 자꾸만 위로 밀려 올라갔다. 그리고 마침내 회오리바람의 맨 꼭대기에 이르렀다. 집은 깃털처럼 가볍게 바람의 꼭대기에 올라앉아 멀리멀리 날아갔다.(15~16)

 

 

3

 

책 표지의 저 그림은, 도로시 일행이 양귀비 들판을 지나는 모습입니다. 저 정도의 양귀비라면 꽃들이 뿜어내는 향기가 너무 독해서 곧장 잠에 빠져들게 되는데,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은 그 냄새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지만 도로시는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져 마침내 자리에 주저앉아 잠들고 싶어하기 직전이고, 사자도 몰려오는 졸음을 쫓으려 애쓰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104~105)

 

이 책에는 재미있는 그림이 자주 나옵니다. 그 중에는 W.W. DENSLOW가 그린 것도 있고, 우리나라 일러스트가 그린 것도 있는데 저 표지는 우리나라 일러스트 작품일 것 같고, 드로시가 양귀비에 취해서 허수아비와 양철 나무꾼이 부축해서 가고 있는 아래 장면은 W.W. DENSLOW 작품이 분명합니다.

 

 

 

 

 

4

 

나는 책을 읽으며 그냥 오즈의 나라에 살면 어떨까 싶었는데 ―나는 지금이라도 오즈의 나라로 가버리겠습니다. 갈 수만 있다면…… 도로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엠 아줌마를 못내 그리워 해서 어떻게든 돌아가려 헸고 결국 돌아오게 됩니다.

 

이걸 보고 "행복한 결말"이니 뭐니 할 건 없을 것 같습니다. 그건 더 살아봐야 아는 거고, 도로시는 그 황량한, 온통 잿빛인 캔자스 대평원의 오두막으로 떠날 때처럼 그냥(빈손으로) 돌아왔을 뿐이니까요.

아, 그렇지만 그 가슴 속에는 지혜와 사랑, 용기가 충만한 게 분명하니까 행복한 결말이라고 해도 좋긴 하겠습니다. 돈도

 

엄청 많이 가져왔다고 하면 더 좋을텐데……. ('L. 프랭크 바움은 돈에는 멍청했는가?')

엠 아줌마는 양배추에 물을 주러 집 밖으로 나오다가 자기를 향해 달려오는 도로시를 발견했다.

"우리 아가! 도대체 어디에 있다가 이제야 오는 거니?"

엠 아줌마가 도로시를 품에 안고 얼굴 여기저기에 마구 입을 맞추었다.2

"오즈 나라에요."

도로시가 진지하게 말했다.

"여기 토토도 왔어요. 아, 엠 아줌마! 집에 돌아와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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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저씨' '아줌마'이니 친척인지도 모르겠고, 도로시가 고아여서 헨리와 엠을 그렇게 부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 애들을 막 조져버리고 심지어 때려죽여버리는 것들은 이런 책 좀 읽어봐야 하는데......
3. 우리에겐 교과서가 거의 유일했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