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보기의 즐거움751 찰스 부코우스키 《팩토텀》 찰스 부코우스키(장편소설) 《팩토텀》Factotum1 석기용 옮김, 문학동네 2017 1 "같이 들어가서 한잔 하고 가요." "뭐라고? 술 먹고 감옥에 갔다 나오자마자 바로 또 술을 마시고 싶다는 얘기냐?" "바로 이럴 때가 술 생각이 가장 간절한 법이에요." "네 엄마한테는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술을 마시고 싶었다는 얘길랑은 절대로 하지 마라." 아버지가 경고했다. "여자도 먹고 싶네." "뭐라고?"(45) 아무래도 갈 데까지 간 인간인가 싶었습니다. 2 이런 것도 있습니다. "당신 얼굴은 아주 이상하게 생겼어요."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못 생긴 건 아니에요." "일에 찌든 4번 발송계원이죠." "사랑에 빠져본 적 있어요?" "사랑은 진짜 인간들이나 하는 겁니다." "당신도 진짜처럼 들리는데요.. 2020. 3. 19. 스튜디오아이레 《한국의 요괴 도깨비 도감》 스튜디오아이레 글·그림 《한국의 요괴 도깨비 도감》 대원씨아이 2010 1 책이나 보면 된다고도 하겠지만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눈을 책갈피 사이로 들이밀면 생각이 곧 다른 곳으로 달아나버립니다. '완연한 봄인데 언제 우리는……' 이신율리 시인의 소개로 『한국 요괴 도감』이라는 책을 본 이야기를 썼더니 소설 《기억과 몽상》을 발표한 윤혁 작가(블로그 《언덕에서》)가 보고 자신은 『귀신과 트라우마』(윤혜신)라는 책을 읽고 무섭기만 했던 처녀귀신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2 그래서 내가 『한국 요괴 도감』은 들여다볼수록 머리가 상쾌해지곤 하는데 『귀신과 트라우마』는 제목만 봐도 골치가 아플 것 같다고 했더니 윤 작가는 "귀신의 이모저모를 흥미진진하게 탐색하면서, 우리나라 귀신의 이미지와 유형.. 2020. 3. 12. 스티븐 코비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스티븐 코비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HABITS OF HIGHLY EFFECTIVE PEOPLE 김경섭, 김원섭 옮김, 김영사, 1995(1판 220쇄) 1 설이 오고 가더니 곧 '있으나마나 한' 정월 대보름이었고, 그새 뭘 했는지 이월의 보름이 되었습니다. 초저녁 동쪽 창 너머의 보름달, 새벽녘 서쪽 창의 보름달이 시들합니다. 그런데도 옛집의 그 거실에서 이 책을 읽던 가을밤이 떠오릅니다.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야 지금이라도 또 이 책을 읽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도 않은데 왜 읽겠습니까? 1995년 판을 사두었다가 1999년에 읽었던 것 같습니다. 1994년에 초판이 나왔는데 겨우 1년 만인 1995년에 220쇄라니! 상상이 어렵습니다. 이러니까 인터넷 검색창에 "성공하는 사람들의"까지만 넣.. 2020. 3. 9. 고성배 《한국요괴도감》 고성배 《한국요괴도감》 위즈덤하우스 2019 1 내게 몇 권만 가지고 떠나라면 꼭 선택해야 할 책입니다. 책을 만든 방법부터 특이한 '한국 요괴 도감'! 선철(線綴), 반양장본(半洋裝本)? "속장을 실로 매고 겉장을 접착시켜 씌운 다음 속장과 겉장을 동시에 마무른 책". 그 설명이 맞긴 한데 '등표지'(책장에 꽂아 놓았을 때 세로로 책 제목이 보이는 부분)가 없습니다. 아래위 입술이 없으면 턱뼈에 이빨이 앙상하게 붙어 있을 흉측한 해골의 모습처럼. 그 대신(등표지가 없는 대신), 아랫부분에 저렇게 다홍치마처럼 책싸개가 있어 등표지 구실을 하는 거기에 책 이름이 있어서 책싸개를 벗겨버리고 보관하긴 난처할 것입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까 제책(製冊)에 무슨 하자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겠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2020. 3. 5. 아멜리 노통브《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적의 화장법》 성귀수 옮김, 문학세계사 2005 1 비행기 출발이 지연되어 책을 읽고 있는 제롬 앙귀스트에게 텍스토르 텍셀이라는 사람이 다가와 20년 전에 자신이 앙귀스트의 아내를 강간했고, 10년 전에는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조목조목 고백합니다. 그리고는 제발 벌을 받게 해달라고, 죽여달라고 간청하지만 앙귀스트는 그 고백을 부정하려고 합니다. "당신 정말이지 비겁한 작자로군! 결국엔 나를 죽이지 않으려고 내가 살인자라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려는 수작이야."(109) 2 결국 사내는 자신이 바로 제롬 앙귀스트 당신 자신이라고 주장합니다. "내가 자네야. 자네 자신은 모르지만 그런 자네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자네의 어느 부분이 바로 나이지. 자네가 억지로 잊어버리려고 하는 자네의 한 부.. 2020. 2. 29. 아모스 오즈 《나의 미카엘》 아모스 오즈 《나의 미카엘》 최창모 옮김, 민음사 1998 1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사랑하던 사람들이 죽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은 어렸을 때는 내게 사랑하는 힘이 넘쳤지만 이제는 그 사랑하는 힘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죽고 싶지 않다. 나는 지금 서른 살이고 결혼했다. 나의 남편은 미카엘 고넨 박사로 지질학자이며 성품이 좋은 사람이다. 나는 그를 사랑했다. 우리들은 십 년 전 테라 상타 대학에서 만났다. 나는 히브리 대학 1학년이었고 그 당시는 아직 히브리 대학의 강의를 테라 상타 대학에서 받을 때였다. 우리는 이렇게 만났다.(7) 이렇게 시작됩니다. 한나는 미카엘의 모든 것을 사랑했습니다. 그의 손은 강하고 엄청나게 자제력이 있었다. 나는 짧은 손가락과 납작한 손톱을 보.. 2020. 2. 25. 메릴린 로빈슨 《하우스키핑》 메릴린 로빈슨 《하우스키핑》 HouseKeeping 유향란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 어머니는 루스와 루실 자매를 외할머니에게 데려다 놓고 차를 몰아 호수로 뛰어들었습니다. 그 호수는 철도에서 일하던 외할아버지가 기차와 함께 수장되었다는 곳입니다. 아버지는? 만나본 적도 없습니다. 외할머니가 죽은 후에는 잠시 외고모할머니 두 분의 보호를 받았고 마침내 막내이모 실비가 와서 자매를 보살핍니다. 실비 이모에게서는 외할머니와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지만 다정다감하거나 가정적이지 않았고 살림에 성의도 없고 기이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특이한 생활을 하는 여성이었습니다. 루실은 루스와 실비 이모를 두고 가정과 선생님 댁으로 떠나버립니다. 마을 사람들이 루스를 실비에게 맡겨두기가 어렵다는 결정을 내리게 되자.. 2020. 1. 21. 미하엘 엔데 《마법 학교》 미하엘 엔데 《마법 학교》 카트린 트로이버 그림|유헤자 옮김 | 푸른숲 2004 1 연초(年初)라고 해봐야 1월 1일 하루만 휴일이니까 연초라는 말이 풍기는 것만큼은 조용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현직에서 물러난 나 같은 경우에는 연초라고 해서 특별할 것이 전혀 없습니다. 굳이 조용하기로 따진다면 일 년 내내 연초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또 웃으시겠지만 왠지 좀 조용한 연초에 동화를 읽었습니다. 소원(所願) 나라 이야기였습니다. 소원 나라는 소원을 이룰 수 있는 나라입니다. 미하엘 엔데는 소원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직접 찾아가 깊이 연구할 기회가 있었답니다. 일단 그곳 소원 학교(말하자면 소원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의 수업을 참관하게 되었습니다. 소원이 없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짐작하셨겠지만.. 2020. 1. 16. 봄날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봄날 지음, 반비, 2019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수학여행을 보내달라고 아버지에게 부탁했다. 엄마도 거들어줘서 간신히 허락을 받아내어 기뻤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담임교사와 교감 선생의 "공납금도 제대로 못 내는 주제에 무슨 수학여행이냐? 그 돈으로 공납금이나 내라."라는 한 마디에 나는 수학여행을 포기했다. 전부 돈이 문제였다. 담임교사는 내가 어떤 환경에서 사는지 알려고 들지 않았고, 공부 잘하고 돈 많은 집안의 아이들에게만 신경 썼다. 담임교사의 눈에 나는 그저 가난하고 지질한 아이였다.(21~22) 내가 20여 년간 경험한 성매매 업소는 나를 때린 아버지와 어린 나를 성추행한 삼촌과 나를 강간하며 웃던 그놈, 임신한 나를 버리고 간 군인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 2020. 1. 10. 베르나르 베르베르 《죽음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죽음 2》 Depuis l'au-delà 전미연 옮김, 열린책들, 2019 1 가브리엘(영혼)은 자신을 살해한 범인을 찾으려고 할아버지 영혼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아뿔싸! 할머니 영혼을 만납니다. 「미안하지만 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 나는 네 할미가 환생했을 줄 알았지 아직까지 구천에 있는 줄은 몰랐어. 날 찾아냈으니 또 얼마나 괴롭히겠니.」 그들은 높이 날아올라 그녀와의 거리를 넓힌다. 하지만 뜻밖의 재회에 감격한 그녀는 빠른 속도로 그들을 뒤쫓기 시작한다. 「임자! 임자!__」 _ 「날 저렇게 부를 때마다 소름이 쫙 끼쳐!」_ _ 「거의 따라잡혔어요!」_ _ 「좋은 생각이 났어! 저 거머리를 따돌릴 방법이 떠올랐으니 날 따라오렴!_」(26) 할아버지 영혼은 (할머니의 .. 2019. 12. 29. 그림을 보고 쓰러진 사람 1 월간 『현대문학』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프루스트)가 연재되고 있었습니다. 그 소설을 읽는 재미로 다음 달 책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곤 했습니다. 소설에서는 그림도 소개되곤 했는데 「델프트 풍경」도 그중 한 작품이었습니다. 「델프트 풍경」은 트레이시 슈발리에가 소설 '진주 귀고리 소녀'에서 집중적으로 파헤친 그 베르메르의 작품입니다. 2010년 1월호 연재의 각주(脚註)에는 그 그림을 소재로 한 프루스트의 일화가 들어 있었는데 그중 일부입니다. 베르메르 드 델프트(1632~1675). 프루스트는 1921년 5월 12일, 이제 막 이 네덜란드 화가에 대한 글을 발표한 미술비평가 장루이 보두아예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썼다. "헤이그에 있는 미술관에서 「델프트 풍경」을 본 이후, 나는 이 세상에서 가.. 2019. 12. 27. 베르나르 베르베르 《죽음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죽음 1》 Depuis l'au-delà 전미연 옮김, 열린책들, 2019 1 〈누가 날 죽였지?'〉(15) 암살당한 가브리엘 웰즈의 영혼이 의문을 제기하는 장면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사후 세계가 이 소설 같다면, 이와 같은 일상(?)이 계속된다면 죽는 것도 괜찮겠다, 재미도 좀 있겠다 싶었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에 의하면 이승과는 '좀' 다른 성격의 일상이 이어집니다. 이승과 다른 점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같은 점, 다른 점보다는 좋은 점, 나쁜 점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1. 더 이상 육제적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2. 더 이상 병에 걸리지 않는다. 3. 더 이상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 4. 더 이상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된다. 5. 더 이상 잠을 자지 않아도 된다. .. 2019. 12. 20. 이전 1 ··· 23 24 25 26 27 28 29 ··· 6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