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보기의 즐거움751 리처드 칼슨《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리처드 칼슨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강미경 옮김, 창작시대 2008 (2판 25쇄=1·2판 90쇄) 뻔한 얘기일 것 같아서 몇 번이나 뽑았다가 도로 집어넣었던 책입니다. 오랫동안 꽂혀 있었던 건 제목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것 같아서였습니다. 가령 이런 얘기입니다. 누구나 생각이라는 것을 한다. 그리고 사람들 모두에게는 각기 모두 다른 '기분'이라는 것이 있다. 생각과 기분이 저마다 독특하기 때문에 다들 각자의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된다. 당신을 비롯해 당신의 사랑하는 배우자, 당신의 믿음직한 동료, 당신의 귀여운 자녀도 예외일 수는 없다. (...) 사람들마다 다른 생각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 2020. 11. 18. 김종란 옛 그림 에세이집 《옛 그림 잦추기》 김종란 옛 그림 에세이집 《옛 그림 잦추기》 소후 2019 1 옛 그림 삼십여 점을 이야기합니다. 이 그림은 아주 잘 그렸다, 이 그림의 특징은 이런 것이다, 이 화가는 이러저러해서 유명하다, 그런 얘기는 하지도 않습니다. 잘 그렸는지 못 그렸는지는 출중한 전문가들에게 맡겨버리고(그림 수준은 누구나 알아야 하는 건 아니므로) 나 같은 사람은 그림을 배우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림을 보는 사람이니까 옛 그림은 이런 눈으로 보면 되겠구나,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전문가들은 또 뭐라고 할는지........... 2 지금도 내가 교육부에서 학생들 교과서를 편찬·심사·관리하는 편수관이라면, 혹은 어느 출판사에서 사회나 국어, 미술 같은 과목의 교과서를 만드는 편집인이라면 이런 글을 실어서 .. 2020. 11. 6. 요코야마 히데오 《클라이머즈 하이》 요코야마 히데오 《클라이머즈 하이》 박정임 옮김, 북폴리오 2013 사상 최악의 항공기 추락 사고(JAL 123)를 배경으로 지방 신문기자 유키 가즈마사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책을 들고 있을 때는 코로나를 잊었다. 그게 왠지 미안한 느낌이긴 했지만 형편없이 가늘어진 기력을 쉬게 할 수 있었다고 하면 될지 모르겠다. 유키는 쓰고 싶은 걸 썼고, 싣고 싶은 걸 실었고, 위아래를 의식한 타협을 하지 않았다. 실어야 할 투고(投稿), 그러나 모두들 꺼려하는 원고를 실은 유키는 마침내 17년간 근무한 본사에서 구사쓰 통신부로 쫓겨나 다시 17년을 근무한다. 그는 그곳에서도 전원생활에 관한 기사를 썼다. 사표를 내고 보자는 생각을 가졌다가 동료들의 만류를 들었고, 아내와 아들, 도와주어야 할 친구를 생각했다. 무.. 2020. 11. 5. 앙드레 고르 『D에게 보낸 편지』 앙드레 고르 </s.. 2020. 10. 17. 움베르트 에코 『논문 잘 쓰는 방법』 움베르트 에코『논문 잘 쓰는 방법』김운찬 옮김, 열린책들, 2006 나도 논물을 쓰고 싶었지.언젠가는 논물을 한번 써보자 했었지.누더기가 되어가는데도 마음 한쪽에 푸르름을 간직했던 날들..........언제까지였나? 부지런히 옮겨쓴 이 파일을 임시보관함에 저장한 시각은 쑥스럽게도 2010-03-28 17:40....... 1932년 이탈리아의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난 에코는 현재 블로냐 대학의 교수이다.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에코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철학과 중세를 배경으로 한 소설에서부터 현대의 대중문화와 가상현실에 대한 담론에 이르기까지 미학, 기호학, 문학, 에세이, 문화 비평 등의 영역에서 이론과 실천의 경계를 넘나들며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 .. 2020. 10. 15. 미셸 오바마 《비커밍》 미셸 오바마 《비커밍》 BECOMING 김명남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8 카페 '오늘의 동시문학'에서 동시 '다 그래'(오은영)를 읽고, 사람들은 부모 자식 간, 형제간, 부부간 싸움 얘기는 잘 하지 않지만 최근 블로그에 싸우는 얘기를 쓴 세 사람(유산 다툼에 불참을 선언한 분, 남편과의 언짢은 대화를 솔직 담백하게 털어놓는 분, 비 오는 날 부침개를 구우려다가 잠깐 시비를 벌인 시인) 얘기를 읽었는데 나 같은 남자들은 간덩이가 작아서 그런 걸 아예 쓰지도 못하여 세 분 다 여성이고, 유산 다툼을 피한 분에게는 다들 칭찬을 늘어놓았고, 남편과의 언짢은 일을 기록한 분에게는 매번 그런 남편은 물리쳐야 한다는 의견을 내는 사람도 있고, 부침개 얘기를 한 시인에겐 "다 그래요~"가 주류였다고 써놓았더니 그.. 2020. 10. 12. 토마스 베른하르트 《옛 거장들》 토마스 베른하르트 《옛 거장들》 김연순·박희석 옮김, 현암사 1997 이 책을 읽고 '내가 책을 읽는 의미가 어디에 있는가?' '이러다가 죽는가?' '죽음에 가까이 가서 읽을 만한 책이 있는가?' '바라볼 만한 그림이 있는가?' '들을 만한 음악이 있는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음악 평론가인 레거가 한 말을 전한 소설입니다. 의미심장한 문장이 끝까지 문단 구분도 없이 이어집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단 한 문단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미술사가가 바로 미술을 망치는 사람이지요 하고 레거는 말했다. 미술사가는 미술에 대해 너무 많이 떠벌려 미술을 죽이기까지 합니다. 미술사가들이 너무 떠벌려 미술은 죽습니다. 여기 의자에 .. 2020. 10. 4. 소노 아야코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2 - 계로록(戒老錄)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소노 아야코의 계로록(戒老錄) 오경순 옮김, 리수 2004 전체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자극적인 문장이 눈에 띄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 부분을 옮겨놓았습니다. 몇 가지 안 되는 것 같았는데 옮겨놓으니까 이렇습니다. * 서문에서 * 나는 극도로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입장에서, 노인이 완전히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중증 치매에 대해서는 거의 공포감을 갖고 있지 않다. 내가 그렇게 되면 이미 나는 고통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누군가가 이 점에 있어서 힘들다 해도 그것은 내가 알 바가 아니다. 그게 싫다면 내가 어딘가에 공공연하게 버려질 수도 있겠지만, 정신이 나간 상태이기 때문에 별로 외롭지도 괴롭지도 않을 것이므로 태연할 것이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내.. 2020. 9. 24. 존 듀이 『민주주의와 교육 Democracy and Education』 존 듀이 John Dewey(1859-1952)『민주주의와 교육』 『Democracy and Education: an Introduction to the philosophy of Education 1916』李烘雨 번역·주석, 교육과학사 2015(개정·증보판 7쇄) 듀이의 철학은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누가 어렵다고 직접적으로 말해준 건 아니었지만, 한국의 교육계는 일생에 걸쳐 그렇게 생각하도록 은연중에 주입해주었습니다.교육행정가들은 교육자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지 않고 내 말을 잘 들으라고 합니다. 듀이는 이렇게 말했기 때문에 내 말이 맞다, 내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주입했습니다. 예 1_ 생물과 무생물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전자가 갱신에 의하여 스스로를 존속시켜 나간다.. 2020. 9. 20.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 남순우 옮김 / 혜원출판사 2005 딸 다섯을 둔 가정, 그 딸들의 결혼을 이야기한다. 베넷 씨는 날카로운 재치와 풍자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으며, 신중하면서도 변덕스럽고 복잡한 사람이었다. 그러므로 23년이나 함께 생활한 그의 아내조차도 남편의 성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반면에 그의 부인은 속으로 감추지 못하고 쉽사리 노출시키는 성격이었다. 그녀는 이해력이 부족하고 지식이나 교양이 풍부하지 못하여, 변덕스러운 성격을 가진 여자였다. 뭔가 마음에 안 들면 자기 신경이 예민해서 그렇다고 혼자 결론을 내리곤 했다. 딸들을 결혼시키는 것이 그녀의 인생 목적이었고, 다른 집을 방문하여 수다를 떠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8) 이 집의 .. 2020. 9. 16.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렛미인》 2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렛미인》 2 최세희 옮김, 문학동네 2009 벵캐 에드바츠는 단지 시체를 냉장실로 옮기는 일을 할 뿐이었습니다. 호칸 뱅츠손의 시체를 옮기고 퇴근을 하려는 밤, 이 흉측한 뱀파이어가 부스스 일어나 앉았고, "에에에에에에에……" 하거나 "아아아아아아아!" 하고 부르짖었다면 그는 어떠했겠습니까? 수동으로 문을 열고 시체안치실로 들어간 그는 고무장갑을 꼈다. 이게 뭐야? 시트에 덮혀 있던 남자의 몸뚱이가 완전히 드러나 있었다. 성기는 발기해 왼쪽으로 꼿꼿이 서 있었다. 시트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벵케는 숨을 헐떡였고, 담배연기에 손상된 그의 기도에서 꺽꺽 소리가 났다. 남자는 죽지 않았다. 아니, 죽었을 리가 없었다…… 움직였으니 말이다. (…) 남자의 성한 손이 느실거렸다. 벵.. 2020. 9. 2.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렛미인》 1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렛미인》 1 최세희 옮김, 문학동네 2009 "(…) 그들은 뜰에서 하루 종일 기다렸습니다. 날이 저물기 시작했을 때 성에서 한 남자가 나오더니 들어와도 좋다고 말했습니다." 엘리는 여자가 깊고 고르게 숨을 내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여자는 어느덧 잠들어 있었다. 엘리의 무릎에 와 닿는 여자의 숨결이 따스했다. 엘리는 여자의 귀 바로 아래 탄력을 잃은 주름진 살갗 밑에서 팔딱팔딱 뛰는 맥박을 발견했다. 고양이는 잠잠해졌다. 화면에서는 자연 다큐멘터리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고 있었다. 엘리가 여자의 목 부위 동맥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자, 손끝으로 새의 심장 같은 박동이 전해졌다. 엘리는 소파 등받이에 몸을 받치고 조심스럽게 여자의 머리를 앞으로 밀어 무릎 위에 오게 했다. .. 2020. 9. 2. 이전 1 ··· 20 21 22 23 24 25 26 ··· 6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