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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by 답설재 2020. 9. 16.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

남순우 옮김 / 혜원출판사 2005

 

 

 

 

 

딸 다섯을 둔 가정, 그 딸들의 결혼을 이야기한다.

 

베넷 씨는 날카로운 재치와 풍자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으며, 신중하면서도 변덕스럽고 복잡한 사람이었다. 그러므로 23년이나 함께 생활한 그의 아내조차도 남편의 성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반면에 그의 부인은 속으로 감추지 못하고 쉽사리 노출시키는 성격이었다. 그녀는 이해력이 부족하고 지식이나 교양이 풍부하지 못하여, 변덕스러운 성격을 가진 여자였다. 뭔가 마음에 안 들면 자기 신경이 예민해서 그렇다고 혼자 결론을 내리곤 했다. 딸들을 결혼시키는 것이 그녀의 인생 목적이었고, 다른 집을 방문하여 수다를 떠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8)

 

이 집의 둘째 딸 엘리자베스는, 용모가 뛰어나고 연 수입이 1만 파운드나 되는 귀족 청년 피츠윌리암 다아시의 오만한 태도를 혐오하고, 그 다아시는 엘리자베스가 예쁘지 않아서 같이 춤을 추고 싶지 않다고 공언해버렸다. 엘리자베스는 다아시를 외모만 보고 오만하다는 편견을 가지게 되고,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의 어머니가 맏딸 제인을 자신의 친구 빙리에게 시집보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고 엘리자베스도 그렇게 저속할 것이라고 판단한 데서 그런 오만한 태도를 보이게 된 것이었다.

 

이들 선남선녀가 그러한 오만과 편견 속에서 서로를 알아가는 동안 사랑이 완성되어 간다.

물론 이들의 결혼을 방해하는 막강한 힘이 작용하기도 한다. 다아시의 이모 캐서린 부인이 자신의 딸을 다아시와 결혼시키고 싶어 엘리자베스를 찾아와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어쩌면 이토록 완고하고 제멋대로일까? 정말로 수치스러운 일이야. 이게 내가 지난봄에 베풀었던 친절에 대한 인사인가? 은혜를 이런 식으로 갚을 수도 있는 건가? 자, 여기 앉아 봐요. 베넷 양, 난 무슨 일이 있어도 목적을 달성하고야 말겠다는 결심을 하고 여기에 왔다는 걸 알아야 해요. 절대로 단념치 않을 거야. 난 지금까지 남의 변덕에 져 보지도 않았고, 또 실망을 참고 견디어 본 적도 없어요."

"그렇다면 부인의 지금 입장을 한층 가련하게 하는 게 될 뿐이에요. 제가 그런 위협에 마음을 바꾸거나 하진 않을 테니까요."

"내 말을 막지 마! 잠자코 듣기만 하라니까. 내 딸과 조카는 하늘이 정해 준 배필이야. 그 애들 외가는 똑같이 귀족의 혈통이고, 친가로는 비록 작위는 없다 해도 명예롭고 존경받을 가문이라고! 양편의 재산 또한 말할 필요도 없지. 두 사람의 친척들 뜻에 의해 결합되어야 할 운명이었는데, 도대체 네가 뭐기에 나서서 갈라놓으려는 거야? 가문이나 그럴듯한 친척이나 재산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어린 여자가 건방지게도 권리 주장을 하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어림도 없어. 스스로의 행복을 원한다면 자신의 신분을 깨닫고 나서 행동해야 할 거야."

"만약 조카 되는 분과 결혼한다 해도 전 저의 신분을 잊지는 않을 거예요. 그분은 신사이고 저 역시 신사의 딸입니다. 그 점에 있어서 우린 평등하지요."(363~364)

 

아주 고전적으로 아주 고전적 주제인 '사랑'을 이야기한다. 평온하고 따스한 눈으로 사람들의 마음과 대화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그런데도 그 전개가 답답하지 않고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심지어 남녀 간에 손 잡는 장면 하나 나오지 않는데도 그렇다. 전혀 질리지 않는다. 그게 놀라웠다.

 

엘리자베스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리기 시작했다.

"전 그를 정말로 좋아해요. 그를 진심으로 사랑해요. 사실 그는 근거 없는 오만을 부리지는 않아요. 매우 자상하고 부드럽지요. 그의 됨됨이를 아직 모르시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러니 그를 몰아세워 저를 괴롭게 하지 마세요."(384~385)

 

오만과 편견?

그것은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에게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소설의 등장인물은  모두 오만 혹은 편견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오만 혹은 편견을 가진 존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