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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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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 아야코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2 - 계로록(戒老錄)

by 답설재 2020. 9. 24.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소노 아야코의 계로록(戒老錄)

오경순 옮김, 리수 2004

 

 

 

 

 

 

전체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자극적인 문장이 눈에 띄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 부분을 옮겨놓았습니다. 몇 가지 안 되는 것 같았는데 옮겨놓으니까 이렇습니다.

 

 

* 서문에서

 

* 나는 극도로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입장에서, 노인이 완전히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중증 치매에 대해서는 거의 공포감을 갖고 있지 않다. 내가 그렇게 되면 이미 나는 고통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누군가가 이 점에 있어서 힘들다 해도 그것은 내가 알 바가 아니다. 그게 싫다면 내가 어딘가에 공공연하게 버려질 수도 있겠지만, 정신이 나간 상태이기 때문에 별로 외롭지도 괴롭지도 않을 것이므로 태연할 것이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내가 아직 의식이 남아 있는 상태일 때다. 늙음을 자각할 수 있고 주관적으로 괴로워할 입장에 놓인 상태가 두려운 것이다.(16)

 

* 만년이란 말을 좋아한다. 그러나 만일 다른 사람보다 10년이나 20년 혹은 30년 빨리 만년을 실감한다면 그것 또한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오랜 기간 죽음을 계속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결국 (정신적인) 하나의 사치일 테니까.(19)

 

 

1. 엄중한 자기 구제

 

* 이미 나이가 이쯤 되면 사람들은 그들 나름의 긴 역사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바꾸어놓으려는 것은 교만이다.(59)

 

* 노인의 푸념은 자신도 타인도 비참하게 할 뿐이다.(60) 불평만 늘어놓는 노인 곁에는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는다.(61)

 

* "치매에 걸리지 않으려면 걷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69)

 

* 노인이 되어서도 매사에 자신이 전면에 나서려는 사람이 있다. (...) 어른답지 못하다.(71)

 

 

2. 생의 한가운데에서

 

* 노인을 경로의 의미로 관리직에 취임시켰더니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버티고 앉아 물러날 줄 몰라 애를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142)

 

* 손자의 예의범절 문제로 아들 부부와 다투는 노부부가 있다.(72)

 

* 나는 지구의 장래나 젊은이들의 미래에 대해서는 애써 냉담하려 하는 것이다.(74)

 

* 현역에서 일하는 세대는 잡무로 늘 바쁘다. 그런 것을 헤아리지 못하게 되었을 때, 우리들은 상당히 노화가 진행됐다고 생각해야 한다.(76) ‘대수롭지 않은 일’을 시간을 내어 조사하는 것은 오히려 노년의 일이다.(77)

 

*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더라도,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은 악도 아니며, 죄도 아니다.(82)

 

* 한창 일할 나이에 있는 아들의 일이 너무 많다든지, 그렇게까지 회사를 위해서 일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등의 참견은 엄격히 금해야 마땅하다. (…)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113)

 

* 인간은 본질적으로 좀처럼 변하지 않는 창조물이다. 나는 이 점에서만큼은 아무리 교육을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122) (…) 그래서 기성세대를 내쫓기 위한 숙청과 테러를 자행한다.(124) 우리들이 조직의 일원으로서(가족도 거기에 포함된다) 타인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은 냉정히 말해서 기껏해야 그 결과뿐이며 방법은 아니다.(125)

 

* 인간의 죽음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바람처럼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137)

 

* 상대가 말대꾸를 한다면, 그것은 아직 상대가 자신에게 논리적이기를 기대하는 증거이므로 크게 기뻐할 일이다.(144)

 

* 작은 물건들을 조금씩 새로 장만하는 것을 스스로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173)

 

* 내가 나의 사진을 남긴다고 하면 한 오십 장 정도만 남기고 싶다.(176)

 

* 유품을 처분하는 데는 반나절밖에는 걸리지 않았다. (…) 그러고 나니 단지 상큼한 햇살만이 텅 비 방안에 남아 있을 뿐이었다.(177)

 

* 재산조차도 아무 생각 없이 남기게 되면, 후에 남아 있는 유족들은 번거롭고 힘이 든다(178)

 

* 경제적인 배려에 관해서는 사무적으로 처리하는 것도 좋으나 그 이외의 것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죽는 편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 가족이 그것을 보고 '회개'한다든지 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180~181)

 

* 모든 문학을 이해하는 능력이란 청년의 것이 아닌, 노년의 것인지도 모르겠다.(184)

 

* 주변에 '나는 이런 공부를 시작했다'고 선전하고 다니는 노인이 있는데, 나로서는 유치하다고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다.(186)

 

* 전철이 이미 와 있다고 해도 뛰어갈 필요는 없다.(195)

 

* 수명이 다 된 마당에 무엇을 두려워할 것인가.(207)

 

* 정장 차림으로 나가는 일이 일종의 의무로 생각되는 곳에는 가지 않는 편이 좋다.(209)

 

* 밤에는 필요하든 필요하지 않든 인간이 존재한다는 증거로서도 일찌감치 불을 밝히는 것이 좋다.(210)

 

* 노인의 성은 생동감은 없으나 그 대신 시(詩)적 분위기를 불러일으킨다.(216)

 

* 그들은 자연 속에서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혹독한 것인가를 알고 있다. 더위와 추위, 비바람, 농작물의 고된 일, 생활의 불편함, 이러한 것들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는 점에서 시골 생활에도 적극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다.(216)

 

 

3. 죽음을 편안하고 친숙하게

 

* 늙는 것과 죽는 것 어느 것도 우리가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바라지 않는 모든 것을 뛰어넘으려면 그것에서 도망쳐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해결이란 직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225)

 

* 미리미리 늙는 것과 죽음에 대해 친숙해지는 편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226)

 

* 사후에 유산을 둘러싸고 남은 가족들이 다투는 것만큼 비참한 일은 없다. 유산 싸움은 남겨진 유산이 적어도 생기고 많아도 생긴다.(233)

 

* 병원에도 가지 않고 집안사람들에게 줄곧 몸이 아픈 것만을 호소하는 것은 (...) 성실하게 살지 않는 것이다.(235)

 

* 가출한다든지, 자살을 기도한다든지 또 투서를 하거나 동네를 배회하기도 한다. 이 가운데 어떤 것도 자신이 본심과는 관계가 없다. 인간으로서 비겁한 행동인 것이다.(244)

 

* 소년과 노인은 꿈을 갖고 있다. 소년의 꿈은 그런 대로 애교가 되지만 노인의 꿈은 주위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 뿐이다.(246)

 

* 헌신적으로 노인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병원이나 양로원의 직원이며 맏며느리이다. 하루 정도라면 누구라도 착한 사람이 될 수 있다.(247)

 

* 죽음의 방법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온 힘을 다해 죽는다.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 노인에게 유일한, 어느 누구에게도 가능한 최후에 남겨진 일이다.(249)

 

* 그것이 싫다면 찔끔찔끔 돈 내놓기를 주저하고 일전 한 푼 쓰지 않다가, 손도 대지 않은 채 남겨두고 딱하게 죽는 도리밖에 없다.(253)

 

* 성묘, 사찰 참배, 스님의 설법을 들으러 가는 것 등에 시간을 쪼개 쓰는 노인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젊었을 때부터 참 아름다운 일이라 생각했다.(259)

 

* 나는 매일 밤 기도를 제대로 할 수 없을 때라도 "오늘에 이르기까지 감사했습니다"라는 단 한마디의 신에 대한 감사만이라도 드리기로 하고 있다.(260)

 

* '덕'이란 젊었을 때에는 몸에 배기가 쉽지 않으며, 나이 들어서야 비로소 '덕'이 생겨나는 것이다.(265) 도덕과 덕은 대단히 흡사한 것 같지만 전혀 다른 것이다. 나는 옛날부터 도덕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267)

 

* 인생에서 불행한 부분과 그것에 대한 기억이야말로 손쉽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가장 유효한 원동력인 것이다.(272)

 

* 후기 : 오욕투성이일지라도 꿋꿋이 살아가라

 

* 눈도 귀도 다 망가지고 대소변을 못 가리며 고통에 괴로워하는 것 역시 하나의 인간 상태인 것이다.(287)

 

* '형이 죽으니 마치 천사가 사라진 것 같아.'(289)

 

* 아무리 늘 조치를 하고 있어도 당시 그 집은 집 전체가 지린내로 진동했다고 한다.(289)

 

* 죽음이 임박한 환자에게 가끔씩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편안함이 찾아오고 (…) 이런 극히 짧은 시간에 인간은 일생이 총결산이 될 어떤 상념에 도달할지도 모른다.(291)

 

* 이미 완쾌될 가망이 없는 병과 싸우는 것도 인간이 되기 위한 조건의 하나인 것만은 분명하다.(292)

 

* 나는 요즈음 만년에 필요한 네 가지를 허용(許容), 납득(納得), 단념(斷念), 그리고 회귀(回歸)라고 생각하게끔 되었다.(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