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오바마 《비커밍》
BECOMING
김명남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8
카페 '오늘의 동시문학'에서 동시 '다 그래'(오은영)를 읽고, 사람들은 부모 자식 간, 형제간, 부부간 싸움 얘기는 잘 하지 않지만 최근 블로그에 싸우는 얘기를 쓴 세 사람(유산 다툼에 불참을 선언한 분, 남편과의 언짢은 대화를 솔직 담백하게 털어놓는 분, 비 오는 날 부침개를 구우려다가 잠깐 시비를 벌인 시인) 얘기를 읽었는데 나 같은 남자들은 간덩이가 작아서 그런 걸 아예 쓰지도 못하여 세 분 다 여성이고, 유산 다툼을 피한 분에게는 다들 칭찬을 늘어놓았고, 남편과의 언짢은 일을 기록한 분에게는 매번 그런 남편은 물리쳐야 한다는 의견을 내는 사람도 있고, 부침개 얘기를 한 시인에겐 "다 그래요~"가 주류였다고 써놓았더니 그걸 읽은 어떤 이가 오바마 전 대통령 부인 미셸 여사도 남편을 창밖으로 밀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고 얼마 전 신문에 났더라고 해서 내가 이번에는 "헉! 그 여성의 자서전('비커밍')을 함 읽어봐야겠는데요?" 하고 답을 했는데, 며칠 후 '나무늘보'라는 분이 책에 뭐라고 나와 있더냐고 묻기에 아직 못 읽었다고, 미안하다고 쓴 다음 마침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아, 이런, 560여 쪽이나 되어서 대략 열흘만에 독파했다.
'괜히 읽어보고 알려준다고 했지?'
처음에는 그랬다.
'내가 지금 남의 자서전이나 읽고 앉아 있을 군번은 아니잖은가?'
그렇게 생각하자 잠깐 한심하다는 느낌도 있었다.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자서전의 경우에는 좋은 책이었다.
남의 자서전이나 읽고 앉아 있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미셸은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이자 전문직(변호사) 여성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다웠다.
어릴 때 내 꿈은 소박했다. 개를 키우고 싶었다. 계단 있는 집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 가족만 두 층을 다 쓰고 싶었다. (...)
어른이 아이에게 뭘 물을 때 '크면 뭐가 되고 싶니?'만큼 쓸데없는 질문이 없을 것 같다. 이 질문은 성장을 유한한 과정으로 여긴다. 우리가 인생의 어느 시점에 무언가가 되면 그것으로 끝인 것처럼 여긴다.
미셸은 서문을 이렇게 시작했고 자서전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다음과 같이 썼다.
쉰네 살인 나는 아직도 발전하는 중이다. 바라건대 앞으로도 늘 그러면 좋겠다.
내게 무언가가 된다는 것은 어딘가에 다다르거나 어떤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대신 그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움직임, 진화하는 방법, 더 나은 자신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과정이다. 그 여정에는 끝이 없다. 나는 엄마가 되었지만, 아직도 아이들로부터 배울 게 많고 줄 것도 많다. 나는 아내가 되었지만, 아직도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인생을 함께하는 일에 적응하려고 애쓰는 중이며 때로 그 어려움 앞에서 겸허해진다. 나는 어떻게 보면 권력을 가진 사람이 되었지만, 아직도 때때로 불안하고 내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다고 느낀다.
무언가가 된다는 것은 하나의 과정이고, 하나의 길을 걸어가는 발걸음이다. 인내와 수고가 다 필요하다. 무언가가 된다는 것은 앞으로도 더 성장할 여지가 있다는 생각을 언제까지나 버리지 않는 것이다.
어이없게도(?) 미셸이 남편을 창문으로 밀치고 싶어한 장면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 문장 발견을 목표로 삼고 읽었으므로 몇 문장 혹은 몇 단락을 빼놓고 속독으로 읽고 싶은 걸 자제했는데도 끝내 보이지 않아서 좀 실망스러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훌륭한 부부를 흠집 내고 싶은 음흉한 생각까지는 없었다.
정말 훌륭한 부부도 있기는 있다.
미셸이 쓴 문장들은 유려했고, 기억해두고 싶은 내용도 여러 가지였지만 프롤로그의 아이들 얘기 한 문단만은 옮겨두고 싶었다.
낙관주의는 모든 아이의 마음에 늘 깃들어 있다. 아이들은 매일 아침 세상의 선함과 가능성의 마법을 믿으면서 깨어난다. 아이들은 냉소적이지 않다. 뼛속까지 신념에 차 있다. 우리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강하게 버티면서 좀 더 공정하고 인간적인 세상을 만들려는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강인함과 희망을 둘 다 간직해야 하고, 우리가 아직도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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