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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751

주례민 《그린썸 Green Thumb》 주례민 글·사진 《그린썸 Green Thumb》 위고 2014 막상 센트럴파크에 들어가면 옴스테드의 직감적 설계를 이해하기 위해 창조자의 관점에서 내려다보려는 분석적이고 탐구적인 시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자연의 위엄 앞에서 자신이 한낱 작은 풀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는다. 그런데 그 기분이 나쁘지 않다. 자연스럽게 공원의 일부가 되는 느낌이 오히려 편안하다. (...) 원래부터 거기에 있었다는 느낌이다. 산책로, 조깅로, 자전거 도로, 승마 도로 등 기능이 다른 여러 길이 얽혀 있지만 서로 충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244) 사람의 발길을 붙잡는 정원,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정원을 만드는 데 꽃만 한 것이 없다. 내가 만들고 싶은 정원은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식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 2021. 11. 16.
아잔 브람 《아무것도 남기지 않기》 아잔 브람 《아무것도 남기지 않기》 불광출판사 2020 어떤 사람들은 결점을 찾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결점을 찾는 마음을 계발해왔습니다. 저로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저의 말이나 행동에서도 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심지어 부처님에게서도 결점을 찾아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가장 순수하고 지혜롭고 아름다운 부처님에게서도 결점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사람의 마음입니다. 그러니 누구에게서나 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결점을 찾는 것은 세상을 잘못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결점을 찾는 마음 대신에 고마워하는 마음을 계발하십시오. 완벽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79~80) 저는 수행에 장애가 일어나면 멧따, 자애로움을 이용합니다. 수행의 과정에서 어떤 장애가 일어나든 그것에 자.. 2021. 11. 12.
나이트 스쿨 선언문 리처드 와이즈먼이라는 사람은 잠과 꿈에 대해 자신이 알아낸 모든 걸 다 설명해주고 난 뒤 제대로 잠을 못 자는 사람들이 잘 자고, 근사한 잠을 잘 수 있도록 자신이 알아낸 내용을 널리 알리고 싶어서 열 가지 나이트 스쿨 기법을 모아 "선언문"을 만들었습니다. 책에는 그 열 가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있지만 제목과 열쇠가 되는 단어를 옮겨놓겠습니다. 나이트 스쿨 선언문 모든 사람이 밤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 줄 열 가지 기법을 소개한다. 1. 침실로 향할 때 졸음을 느끼고 싶다면...... 잠을 쫓는 파란빛 추방하기 2. 빨리 잠들고 싶다면...... 긍정적인 이미지와 역설의 원리 활용하기(매우 재미있는 각본으로 연기한다고 상상하다가 그래도 효과가 없으면 차라리 아예 깨어 있도록 한다.) 3. 잠.. 2021. 10. 16.
잠과 꿈의 과학《나이트 스쿨 NIGHT SCHOOL》 리처드 와이즈먼 《나이트 스쿨 NIGHT SCHOOL》 한창호 옮김, 미래엔(와이즈베리) 2015 "오늘날 대부분의 학생들이 심각할 정도로 수면 부족 상태에서 등교하고, 성인의 수면 부재는 기록적으로 높으며, 수면제에 대한 수요가 해마다 높아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인간관계, 건강, 생산성을 망치고 있는, 좀비 같은 수면 박탈 상태"에 있으므로 지금 우리는 밤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바꾸어야 하며 혁명과 다름없을 정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리처드 와이즈먼은 명쾌하게 주장했습니다. 이런 내용입니다. 혹시, 밤에 잠은 잘 주무시나요? *수면의 과학 : 수면 중 두뇌와 신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 수면 부족의 치명적 위험 :수면이 부족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 최고의 잠을 자는 비결 : 갓난아기처.. 2021. 10. 15.
안병영 에세이 《인생 삼모작》 안병영 에세이 《인생 삼모작》 21세기북스 2021 우리나라에선 유일하게 두 번 교육부 장관을 지낸 분이다. 김영삼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때였고, 공교롭게도 그 두 번 다 근무 기간이 겹쳤다. 곁에서 보면 어이없지 않은가 싶은 분도 없진 않지만 이런 분도 있나 싶은 분도 있다. 김영삼 대통령 때는 말단 직원이어서 개인적으로 장관을 만날 일은 없었지만 노무현 대통령 때는 자주 가까이에서 말씀을 듣고 사사로운 격려와 함께 심지어 꾸중을 듣기도 했다. 나중에 내가 교장으로 나갔을 때 부총리직에서 물러나 연세대 교수로 복귀했을 때였고 학교를 찾아와 아이들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각각 강의를 해주기도 해서 나로서는 각별한 사랑을 받았다. 언젠가 보좌신부님이 교리반 아이들을 모아, 성당에서 봉사해야 할 역할에 따라 .. 2021. 10. 11.
호메로스 《오디세이아》 호메로스 《오디세이아》 김대웅 편역, 아름다운날 2018 제우스의 후손 라에르테스의 아들 오디세우스가 연합군 리더의 한 명으로 난공불락의 트로이 프리아모스 성을 10년 만에 함락시킨 뒤, 다시 10년 온갖 풍상, 고난을 다 겪고 귀환하여 아내 페넬로페의 청혼자들(계산해보니까 '보좌관' 빼고도 무려 110명)을 물리치고 다시 왕위에 복귀했다는 이야기. 이건 해피엔딩이고 권선징악이어서 따지고 보면 크건 작건 인간의 길이 다 이와 유사하다는 얘기는 성립될 수 없겠다. 전라도 어디에서 오셨다는 염길환 선생님, 여느 선생님은 시험문제를 출제할 때나 사용하는 등사원지에 8절 4면 혹은 6면, 혹은 8면을 혼자 다 쓰시고 아름다운 감청색 잉크로 한 장 한 장 직접 인쇄하시는 학교신문에 이 '거창한' 얘기를 연재해주셨.. 2021. 10. 7.
《경쟁의 배신 A BIGGER PRIZE》 마거릿 헤퍼넌 《경쟁의 배신 A BIGGER PRIZE》 김성훈 옮김, RHk 2014 몇 년 간 바라보기만 한 책이다. "경쟁은 누구도 승자로 만들지 않는다" "우리가 믿어왔던 경쟁의 숨겨진 모습들"이라는 표지의 경구가 눈에 띌 때마다 교육밖에는 아는 것 없이 지낸 나는 당연하다는 듯 그 말을 교육의 현실에 비추어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그래, 교육이 경쟁으로 이루어지면 그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지. 혹 1등을 차지한 한 명? 그렇지만 그도 그 경쟁으로 행복해질 수 없는 것이라면 그 한 명조차 승자라고 할 수가 없겠지?' '경쟁 교육은 교육자라는 이름을 가진 측에게만은 유리하지. 왜 그렇게 가르치느냐고 따질 겨를이 없어지니까. 경쟁을 붙여놓으면 학생들끼리 싸우느라고 정신이 없어서 지식 공급자 .. 2021. 9. 27.
앨리스 먼로 《행복한 그림자의 춤》 앨리스 먼로 소설 《행복한 그림자의 춤》 곽명단 옮김, 뿔 2010 편하다. 읽으면서 내가 구태여 그 흐름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알아서,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그런 느낌이다. 「떠돌뱅이 회사의 카우보이」는 시골 구석구석을 누비는 외판원 아버지지 이야기다. 감기약, 철분 영영제, 티눈 약, 변비약, 부인병에 좋은 알약, 구강 청결제, 샴푸, 로션제와 연고, 레몬과 오렌지와 라즈베리 따위의 음료용 농축액, 바닐라 향료, 식용 색소, 홍차와 녹차, 생강, 정향유 따위의 양념들, 그리고 쥐약 같은 것들을 판다. 아버지는 이런 노래를 지어서 부른다. 티눈 약부터 부스럼 약까지 연고라면 갖가지 다 있습니다...... 그 아버지가 어느 날 딸을 데리고 트럭에 올랐는데 장사는 되지 않았고 돌아오는 길에 예전에.. 2021. 9. 2.
앨리스 먼로 《떠남》 앨리스 먼로 《떠남》(단편소설) 김명주 옮김, 따뜻한손 2006 칼라˙클라크 부부는 승마 강습장을 운영합니다. 수강생이 적어 생활이 어렵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마구간에 들어갔다가 안장을 매고 있는 클라크와 마주쳤다. 그것이 칼라가 사랑에 빠져버린 순간이다. 당시에는 클라크와의 관계가 단지 성욕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들 사이에는 남녀 간의 육체적 욕망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활달하고 건강미 넘치는 젊은 여성 칼라는 실비아·제이미슨 부부 집 청소를 해주며 생활합니다. 실비아는 식물학 교수이고 제이미슨은 이름난 시인입니다. 매일 똑같은 일상. 그 단조로운 삶의 리듬은 좋은 것이지만 실수는 그 리듬이 좋은 걸 모르는 데서 비롯되는 것일까요? 클라크가 실비아를 위협해서 돈을 뜯어내자고 합니다. "신문에 .. 2021. 8. 25.
빅토리아 스위트 《신의 호텔》 빅토리아 스위트 《신의 호텔》 영혼과 심장이 있는 병원, 라구나 혼다 이야기 김성훈 옮김, 미래엔(와이즈베리) 2014 주제넘지만 죽을 때 이런 병원이라면 좋겠다. 라구나 혼다 병원은 빈민구호소almshouse이며 프랑스에서는 이런 곳을 '신의 호텔'이라고 부른단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의대 빅토리아 스위트 교수가 미국 최후의 빈민구호소 라구나 혼다에서 외과의사로 일한 이야기다. 두 달간 파트타임으로 일하러 갔다가 인간 중심의 진료, 충분한 시간에 환자의 몸과 마음, 환경을 돌보는 '느린 의학'에 끌려 20여 년 혁신적·헌신적으로 일했다. 그녀는 첫 부검 때, 병리학자가 전기톱을 들고 그녀가 처음 진료를 맡았던 베이커 씨의 흉곽을 열어 폐와 심장을 꺼내 무게를 재고 복부에서 간, 비장, 췌장, 신장 등을 꺼.. 2021. 8. 7.
최은영 단편 《답신》 그렇게 지내서는 안 될 사이에 담을 쌓고, 건널 수 없는 강이 흐르게 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사연이야 개별적인 것이어서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나는 그런 일에 대해 막막한 느낌입니다. 어찌할 수가 없다는 한계를 느낍니다. 젊었던 시절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못할 일은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습니다. 지금은?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일들뿐입니다. 이것이 늙음의 정체가 아닐까, 생각하기에 이르렸습니다. 이건 누가 고치라고 한다고 고쳐질 것은 아닙니다. 나에게는 이제 아무것도 넉넉지 않다는 현실적인 한계 때문이 아닐까 싶은, 어렴풋한, 아니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 얘기할 필요도 느끼지 않고 그럴 힘도 없습니다. 그런 얘기 한 편의 장면들 중 '현재' '과거' '관점'.. 2021. 8. 3.
레이프 에스퀴스 《위대한 수업》 레이프 에스퀴스 《위대한 수업》 평범한 아이를 특별한 아이로 바꾸는 기적의 교육법 박인균 옮김, 추수밭 2008 운동선수와 스타 연예인을 과학연구원이나 소방대원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런 세상에서 사려 깊고 총명한 개인을 키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너무나 많은 훌륭한 교사와 부모들이 그들의 잠재된 재능을 무력하게 만드는 힘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프다. 악마는 어디에나 있다. 실패도 배우는 과정의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평소 아이들이 실험을 할 때 끼어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날은 도구가 문제였다. (...) 그 여자아이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보고 나는 한순간이라도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교육계에는 허풍쟁이들이 참 많다. 이런 교사들은.. 2021. 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