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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경쟁의 배신 A BIGGER PRIZE》

by 답설재 2021. 9. 27.

마거릿 헤퍼넌 《경쟁의 배신 A BIGGER PRIZE》

김성훈 옮김, RHk 2014

 

 

 

 

 

 

 

몇 년 간 바라보기만 한 책이다.

"경쟁은 누구도 승자로 만들지 않는다" "우리가 믿어왔던 경쟁의 숨겨진 모습들"이라는 표지의 경구가 눈에 띌 때마다 교육밖에는 아는 것 없이 지낸 나는 당연하다는 듯 그 말을 교육의 현실에 비추어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그래, 교육이 경쟁으로 이루어지면 그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지. 혹 1등을 차지한 한 명? 그렇지만 그도 그 경쟁으로 행복해질 수 없는 것이라면 그 한 명조차 승자라고 할 수가 없겠지?'

'경쟁 교육은 교육자라는 이름을 가진 측에게만은 유리하지. 왜 그렇게 가르치느냐고 따질 겨를이 없어지니까. 경쟁을 붙여놓으면 학생들끼리 싸우느라고 정신이 없어서 지식 공급자 측은 그 경쟁을 지켜보기만 하면 시간이 가지.' 

'그래, 사람들이 당연하다는 듯 믿고 있는 그 경쟁의 숨겨진 모습들이 여기 이 책에 들어 있단 말이지?'

'그렇지만 600페이지라...'

 

그러다가 이번엔 책을 폈다.

교육, 결혼, 기업, 과학, 스포츠, 종교, 영화, 건축, 음악, 국가 간 등 여러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경쟁을 인터뷰를 통해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쉽게도 교육은 12개 장 중 단 1개 장에서 이야기하고 그만이었다. 제1장이 '생애 첫 라이벌' 그러니까 형제자매간 경쟁 이야기이고 제2장이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로 교육 이야기인데 그뿐이었다.

'경쟁으로 이루어지는 교육에 대한 대안은?'

 

3부 협력은 어떻게 경쟁을 이기는가

 8. 혁신을 파괴하는 경쟁구조

 9. 크기로 측정될 수 없는 가치

10. 더 싸질수록 무너지는 인간 존엄

11. 세계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

12. 우리가 누릴 수 있는 더 큰 보상

 

3부 마지막 장까지 다 읽으며 '여기에?' '여기에?' 유보하고 기다린 기대와 미련에 아쉬움을 느꼈다.

가령 러셀이 엉뚱한 결론을 내린 핵무기 경쟁은 언급된 곳을 찾지 못했고, 어떤 이야기는 19세기 혹은 20세기 사례였다.

이런 문장이 보였다(540).

 

협력의 완벽한 청사진으로 이 책을 마무리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하지만 튼튼한 시스템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기술적 개념 engineering concept은 우리에게 한 가지 경고를 전해준다. 하나의 모델이 지배하는 시스템은 위험하다. 안전성이란 바로 다원성 plurality 안에 있다.

 

그렇긴 하다. 대안을 기대한 내가 머쓱해질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