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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리처드 칼슨《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by 답설재 2020. 11. 18.

리처드 칼슨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강미경 옮김, 창작시대 2008 (2판 25쇄=1·2판 90쇄)

 

 

 

 

 

 

 

뻔한 얘기일 것 같아서 몇 번이나 뽑았다가 도로 집어넣었던 책입니다.

오랫동안 꽂혀 있었던 건 제목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것 같아서였습니다.

 

가령 이런 얘기입니다.

 

누구나 생각이라는 것을 한다. 그리고 사람들 모두에게는 각기 모두 다른 '기분'이라는 것이 있다. 생각과 기분이 저마다 독특하기 때문에 다들 각자의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된다. 당신을 비롯해 당신의 사랑하는 배우자, 당신의 믿음직한 동료, 당신의 귀여운 자녀도 예외일 수는 없다.

(...)

사람들마다 다른 생각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기회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때문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갈등의 기회도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대다수 사람들에게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관계가 부부 사이인 이유는 이 때문이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 역시 가장 어려운 관계는 가장 가깝고 친밀한 사람이다. 어떤 면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 때문에 가장 많은 고통을 당해야 한다는 것은 모순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일단 다른 사람과 나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정반대의 결과가 생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상대방을 특별한 사람으로 여기는 긍정적인 감정을 계속 유지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서로의 차이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아마 그쯤 되면 서로의 차이가 즐거움으로 여겨질 것이다. 그러면 비로소 당신은 다른 사람들을 적이 아닌, 저마다 개성이 다른 소중한 관계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172~173)

 

 

이런 책을 보면 밑줄을 엄청 그어놓게 됩니다.

나중에 이 책이 소각장으로 가지 않고 다른 사람의 눈에 띄면 필시 이런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가련하구나. 이런 좋은 말들에 밑줄을 이처럼 그어 놓고는 행동은 빈한해서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골치 아픈 인간으로 취급받다 갔으니......'

 

그래서 미리 얘기 좀 해놓겠습니다.

나는 정말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고 살아갑니다.

그것도 아무래도 여든이 될 때까지는 이 모양일 것 같으니 '분명한 사실'은 목숨이 질기긴 질긴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나에게는 저 유명한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같은 건 다 허사(虛辭)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