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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스티븐 코비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by 답설재 2020. 3. 9.

스티븐 코비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HABITS OF HIGHLY EFFECTIVE PEOPLE

김경섭, 김원섭 옮김, 김영사, 1995(1판 220쇄) 

 

 

 

 

 

 

 

1

 

설이 오고 가더니 곧 '있으나마나 한' 정월 대보름이었고, 그새 뭘 했는지 이월의 보름이 되었습니다. 초저녁 동쪽 창 너머의 보름달, 새벽녘 서쪽 창의 보름달이 시들합니다.

그런데도 옛집의 그 거실에서 이 책을 읽던 가을밤이 떠오릅니다.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야 지금이라도 또 이 책을 읽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도 않은데 왜 읽겠습니까?

 

1995년 판을 사두었다가 1999년에 읽었던 것 같습니다.

1994년에 초판이 나왔는데 겨우 1년 만인 1995년에 220쇄라니! 상상이 어렵습니다.

이러니까 인터넷 검색창에 "성공하는 사람들의"까지만 넣어도 온갖 책들의 이름이 쏟아집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

'성공하는 사람들의 ……'

'성공하는 사람들의 ……'

'성공하는 사람들의 ……'

 

그것뿐이겠습니까?

다 아시는 바와 같이 7가지, 10가지, 100가지, 1000가지……

온갖 책들이 숨 막히게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 때문인지 정확한 건 알 수 없지만 그런 책들이 하도 많아서 그만 부담을 느끼게 되었고, 식상해져 버려서 마침내 그런 식의 제목을 가진 책들은 쳐다보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 책들에게 미안했습니다.

 

 

2

 

그것 때문인지 그것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내 마음을 내가 모르다니……) 괜히 '하룻밤에 읽는'으로 된 이름의 책도 싫었고, '한 권으로 읽는' '죽기 전에' 등등으로 된 이름의 책도 한꺼번에 싫어졌습니다.

그런 책들에게도 정말 미안했습니다. 읽지도 않고 미워했기 때문입니다.

 

모르겠습니다.

왜 그런 이름의 책들이 그렇게 싫었는지…….

부담이 되었던 것일까요? 제목으로 봐서는 꼭 읽어야 할 책인데("한 권인데도?" "곧 죽어야 할지 모르는데도?") 너무 많이 쏟아져 나와서 도저히 감당을 할 힘이 없으니까 제풀에 포기하게 되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그런 책을 여간해서 읽지 않은 것에 대해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혀 후회하지 않습니다. 이게 무슨 심리인지, 오히려 그러길 잘했다 싶습니다.

 

 

3

 

이번에 또 책을 많이 버렸습니다.

쓸쓸한 마음일 때 남은 책들을 둘러보다가 이 책을 발견했습니다.

'이건 왜 안 버렸지?'

객관적인 분석은 아니지만(꼭 그렇게 분석해 볼 필요도 없고) 그런 책들의 효시가 된 책으로 보였기 때문에 혹 기념물이 되겠다 싶었을 것입니다.

 

 

4

 

목차를 보았습니다.

 

 

1부·패러다임과 원칙들

내면으로부터 시작하라

7가지 습관에 대한 개관

 

2부·개인의 승리

습관1. 주도적이 되라

습관2. 목표를 확립하고 행동하라

습관3. 소중한 것부터 먼저 하라

 

3부·대인 관계의 승리

상호의존의 패러다임

습관4. 상호이익을 추구하라

습관5. 경청한 다음에 이해시켜라

습관6. 시너지를 활용하라

 

4부·자기쇄신

습관7. 심신을 단련하라

내면으로부터의 변화를 다시 강조하며

 

 

애써 읽던 그 가을밤의 내 모습이 보입니다.

나는 단 한 마디라도 잊지 않겠다는 마음에 가슴을 졸였었습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이 책을 읽은 이후의 나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서 이전과 똑같은(!) 인간이었습니다.

가령 참으로 소중하게 생각한 교훈은 "소중한 것부터 먼저 하라"였는데 나는 이후에도 여전히 그렇게 하지 않고 시시한 것들부터 처리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가능한 한 뒤로 미루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후에 하거나 세월에 맡기거나 남이 해주면 마지못해 수용합니다.

 

안 될 사람은 이래저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 책은 뭐하려고 읽나?

다른 일보다는 쉽기 때문일 뿐입니다.

 

 

 

1판 220쇄의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