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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찰스 부코우스키 《팩토텀》

by 답설재 2020. 3. 19.

찰스 부코우스키(장편소설) 《팩토텀》Factotum1

석기용 옮김, 문학동네 2017

 

 

 

 

 

 

 

1

 

"같이 들어가서 한잔 하고 가요."

"뭐라고? 술 먹고 감옥에 갔다 나오자마자 바로 또 술을 마시고 싶다는 얘기냐?"

"바로 이럴 때가 술 생각이 가장 간절한 법이에요."

"네 엄마한테는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술을 마시고 싶었다는 얘길랑은 절대로 하지 마라."

아버지가 경고했다.

"여자도 먹고 싶네."

"뭐라고?"(45)

 

아무래도 갈 데까지 간 인간인가 싶었습니다.

 

 

2

 

이런 것도 있습니다.

 

"당신 얼굴은 아주 이상하게 생겼어요."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못 생긴 건 아니에요."

"일에 찌든 4번 발송계원이죠."

"사랑에 빠져본 적 있어요?"

"사랑은 진짜 인간들이나 하는 겁니다."

"당신도 진짜처럼 들리는데요."

"난 진짜 인간을 싫어합니다."

"그런 사람들을 싫어한다고요?"

"그런 사람들을 증오하죠."(85~86)

 

그는 또 사랑을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당신은 조금 미친 거야. 애정 결핍. 사람은 사랑이 필요해. 그게 당신을 뒤틀리게 만들었어."

"사람들은 사랑을 필요로 하지 않아. 필요한 것은 이런저런 형태의 성공일 뿐이지. 그게 어쩌다 사랑일 수는 있지만, 꼭 사랑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어."(179)

 

 

3

 

이 인간에 대해 설명하려면 술, 여자, 잡일 세 가지에 대한 이야기는 꼭 필요합니다.

또 떠돌이여서 그렇다기보다 기본적으로 소외되어 살아가고 있고 외로운 인간입니다.

아니,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만 봐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럼, 모범적인 인간인데 잘못 풀렸나? 속이 뒤틀려서 그런가?

천만의 말씀입니다. 다만 단순히 불량배는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절대로 모범 인간도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이 인간 헨리 치나스키(작가 찰스 부코스키의 분신? 혹은 다른 이름이라고 해도 좋을 등장인물)를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4

 

"짐차를 잽싸고 값싸게 부리고 싶은 녀석은 이리로 전화하고, 여길 운영하는 친구가 절반을 떼지. 우린 불평 안 해. 능력껏 가져가는 거니까."

"그건 나도 개의치 않아요."

"자네 왠지 기가 죽어 보이는데. 괜찮나?"

"여자가 떠났어요."

"다른 여자들을 만날 거고, 그 여자들도 또 떠날 거야."

"그 여자들은 어디로 가나요?"

"이거 좀 하게."

봉지 안에 병이 들어 있었다. 나는 한 모금 때렸다. 포트와인이었다.(306)

 

여기에 옮겨쓰기에도 난처한, 너무나 노골적이고 음탕한 표현이 수두룩했습니다.

이 책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그게 참 곤혹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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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본 부코스키의 책 :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말년 일기), "호밀빵 샌드위치"(자전적 소설),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시집), "말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시집), "위대한 작가가 되는 법"(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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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① 잡역부 ② 막일꾼 ③ 막일을 하는 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