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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백희나 《구름빵》

by 답설재 2020. 4. 1.

글·그림|백희나 빛그림|김향수

《구름빵》

한솔수북 2011(초판 47쇄)

 

 

 

 

 

 

 

어느 날 아침, 눈을 떠 보니 창 밖에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동생을 깨워 밖으로 나갔다가 나뭇가지에 걸린 구름을 엄마에게 갖다 주었더니 엄마는 구름빵을 만들었습니다.

아빠는 빵이 익는 걸 기다릴 수가 없고 비 오는 날은 길이 더 막히기 때문에 아침을 먹지 못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구름빵을 먹은 형제는 두둥실 떠오를 수 있게 되어 힘차게 날아올라 아빠를 찾아갔습니다.

구름빵을 먹은 아빠도 두둥실 떠올라 금세 회사에 도착했고 형제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우리 집 지붕 위에 살짝 내려앉았어요.

비가 그치자 하늘에 흰 구름이 하나 둘 떠올랐어요.

"있잖아, 나 배 고파."

동생이 말했어요.

"하늘을 날아다녀서 그럴 거야.

우리 구름빵 하나 더 먹을까?'

동생과 나는 구름빵을 또 먹었어요.

구름을 바라보며 먹는 구름빵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이 허무맹랑한 야옹이네 가족 이야기를 녀석은 아침마다 읽어달라고 했습니다.

내가 책을 읽는 동안 할머니는 국에 적신 밥 위에 반찬을 올려 녀석의 입에 밀어 넣었습니다.

이야기에서처럼 비가 내리는 날 아침에는 두 번씩이나 읽어주어야 했습니다.

유치원에 갈 시간이 막 다가오면 나는 점점 더 빨리 읽었고, 녀석은 "가만있어 봐, 그림 좀 봐!" 하고 덤벼들었습니다.

"이 짓을 언제까지 해야 하냐?"

"대학교 갈 때까지!"

"아빠 엄마가 알면 가만두겠어?"

"비밀이야!"

하기야 '버르장머리'를 고치는 건 애비 어미가 담당해도 충분할 것입니다.

그걸 왜 하필이면 우리가 하겠는가 싶기도 합니다.

우리가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에게 그런 날이 언제까지라도 계속될 수 있는 그 복이 우리에게 있을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건 내가 알 바가 아닐 것입니다.

 

그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이 책이 아주 아주 인상 깊은 동화책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참 희한하게도 이 책을 지은 저 백희나라는 작가가 어마어마한 상을 받게 되었답니다.

소식을 들은 작가가 그랬답니다.

"너무 드라마틱해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것 같아요."

나는 그 이야기를 아직은 녀석에게 전해주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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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에요."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01/2020040102506.html

 

"구름빵 백희나, 아동문학 노벨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수상"

https://news.v.daum.net/v/202004011008333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