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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스튜디오아이레 《한국의 요괴 도깨비 도감》

by 답설재 2020. 3. 12.

스튜디오아이레 글·그림 《한국의 요괴 도깨비 도감》

대원씨아이 2010

 

 

 

 

 

 

1

 

 

책이나 보면 된다고도 하겠지만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눈을 책갈피 사이로 들이밀면 생각이 곧 다른 곳으로 달아나버립니다. '완연한 봄인데 언제 우리는……'

 

이신율리 시인의 소개로 『한국 요괴 도감』이라는 책을 본 이야기를 썼더니 소설 《기억과 몽상》을 발표한 윤혁 작가(블로그 《언덕에서》)가 보고 자신은 『귀신과 트라우마』(윤혜신)라는 책을 읽고 무섭기만 했던 처녀귀신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2

 

 

그래서 내가 『한국 요괴 도감』은 들여다볼수록 머리가 상쾌해지곤 하는데 『귀신과 트라우마』는 제목만 봐도 골치가 아플 것 같다고 했더니 윤 작가는 "귀신의 이모저모를 흥미진진하게 탐색하면서, 우리나라 귀신의 이미지와 유형을 정리하고 분석"한 책으로 가령 처녀귀신의 등장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인데 이것은 "그때 억울하게 겁탈당하거나 죽은 처녀가 많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처녀귀신?

나도 처녀귀신이 좀 무섭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미워하진 않았습니다. 손녀가 아주 어렸을 때 하루는 이야깃거리가 궁해서 처녀귀신을 본 적이 있다고 해버렸는데 그 아이는 지금도 걸핏하면 내가 처녀귀신 본 이야기를 꺼내곤 합니다.

 

 

3

 

 

『한국 요괴 도감』에서는 처녀귀신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상하다 싶었지만 귀신을 좋아하기만 했지 내세울 만한 전문성이라고는 한 푼어치도 없는 처지여서 그저 무슨 이유가 있겠지 생각해버리고, 아이들을 위해 만든 책이 분명한 『한국의 요괴 도깨비 도감』을 보았더니 여기엔 처녀귀신이 등장합니다!

 

이름 : '처녀귀신'.

종류 : 도깨비, 괴수, 신수, 귀신 中 '귀신'.

등급 : 금, 은, 동, 목, 토 中 '은'.

모습 : 생략(매우 으스스한 느낌을 주는 일러스트 아래에 "한을 품은 원귀!!!"라고 적혀 있음.)

능력치 : 제일 센 경우를 ○○○○○로 보면 근력은 겨우 ○(맞닥뜨려 싸울 때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구태여 싸울 필요도 없을 듯.), 속력은 ○○○○, 지력과 잠재력은 ○○○○○(영리하다는 거지?). 출몰 지역 : 전 지역. 출몰 환경 : 묘지, 숲. 특징 : 사람을 머리카락으로 사로잡아 정기를 빨아먹는다. 만약 묘지에서 이 귀신을 마주한다면 당장 그곳을 떠나는 것이 상책이다.

 


4

 


"아이들 보는 책을 뭐……." 하고 얕잡아볼 것까지는 없겠지요? 머리말(들어가며)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포켓몬스터, 요괴워치와 같은 일본산 요괴들이 오랫동안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다양한 요괴들을 모은 도감류도 최근 들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일본의 요괴들에 큰 흥미를 느끼는 것을 보면서 한국만의 요괴는 없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

 

종류를 도깨비, 괴수, 신수, 귀신으로 나누어 놓고, 목차를 보면 요괴 전체를 힘이 강한 도깨비, 속도가 빠른 도깨비, 똑똑한 도깨비, 숨겨진 힘이 있는 도깨비, 아주 강한 도깨비 등 도깨비로만 나누어 놓았는데 이것에 대한 설명이 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또 증정품 '행운의 부적'('오늘밤 좋은 꿈 꿀 운' '용돈 운' '오늘 먹을 운' '게임 원 없이 하는 운' 등 4종)은 고맙긴 하지만 사용 방법도 안내해주면 더 고마웠을 텐데, 그게 아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