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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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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앤 포터 〈마법 Magic〉

by 답설재 2020. 4. 7.

캐서린 앤 포터 Katherine Anne Poter

〈마법 Magic〉

김지현 옮김, 《現代文學》 2020년 3월호 86~90

 

 

 

 

 

 

이렇게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블랑샤르 마님, 저는 여기서 마님과 마님 가족을 모시며 지내는 게 행복하답니다. 여긴 모든 게 평화롭고, 이전에 저는 오랫동안 유곽에서 일했으니까요…… 유곽이 무엇인지는 아시지요? 그런 것이야……, 누구나 언젠가는 들어 알게 되니까요. 음, 마님, 저는 늘 일거리가 있는 데서 일을 하니까, 그곳에서도 온종일 굉장히 열심히 일했답니다. 그리고 지나치게 많은 것을 봤지요. 마님께서 들으시면 믿지 못할 것들을요. 원래는 감히 마님께 그 이야기를 해드릴 생각도 없었지만, 제가 머리를 빗겨드리는 동안 무료함을 달래실 수 있을까 해서 좀 들려드리려고 해요. 그리고 지난번에 마님께서 세탁부에게, 마님의 리넨 직물들이 마법에라도 걸린 것 같다고, 빨고 나면 크기가 너무 많이 줄어든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지요? 송구스럽지만 제가 본의 아니게 그 대화를 들어버렸는데, 괘념치 않으셨으면 해요. 아무튼, 그 유곽에 한 불쌍한 아가씨가 있었어요. 몸은 말랐지만, 부르는 남자들마다 마음에 들어 하는 아가씨였어요. 그런데 유곽을 운영하는 마담하고는 사이가 안 좋았어요. 마담이 아가씨 딱지를 자꾸 떼어먹어서 둘이 다퉜거든요. 딱지라는 게 뭐냐 하면요, 놋쇠 동전 같은 건데, 아가씨가 일을 한 번 할 때마다 그걸 받는 거예요. 그리고 주말이 되면 한 주 동안 모은 딱지들을 전부 마담에게 내요. 네, 그게 규칙이었어요. 그럼 마담이 그 딱지들을 돈으로 바꿔서 아가씨 몫을 떼어주는 식이었죠. 몫이라 해봤자 그 아가씨가 벌어다 주는 돈에 비하면 아주 조금이었지만요. 그러니까 그게 다 사업이었다는 거예요. 여느 사업체하고 다를 바 없죠. 아무튼 그랬는데, 마담이 자꾸만 아가씨 딱지를 실제보다 훨씬 적게 셈해줬던 게 문제였어요. 아가씨한테 줘야 할 돈을 가로채고는 입을 씻는 거지요. 그러면 아가씨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딱지는 이미 자기 손을 떠나버렸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아가씨는, 난 여기 일 관두겠다, 그러면서 욕하고 울고 그랬어요. 그러면 마담은 아가씨 머리를 때렸죠. 그 여자는 싸울 때 항상 유리병으로 상대방 머리를 치는 게 버릇이었거든요. 아이고, 블랑샤르 마님, 어떨 땐 유곽에 아주 그냥 난리판이 벌어지곤 했어요. 아가씨들 중 하나가 고래고래 악을 쓰면서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가고, 마담이 뒤쫓아 가 머리끄덩이를 붙잡고는 유리병을 이마에 깨부수고, 그러면서요.1

 

그렇게 했지만, '몸은 말랐지만 부르는 남자들마다 마음에 들어 하는' 그 아가씨는 결국 그동안 조금씩이라도 벌어놓은 목돈을 그 마담에게 홀랑 빼앗기고 흠씬 두들겨맞은 후에 그 유곽에서 방출되었는데, 그 아가씨가 사라진 후에도 유곽을 찾는 남자들이 매번 그녀를 찾자 마담은 경찰을 시켜 그녀를 찾게 되었고 그 아가씨가 도대체 어디로 숨었는지 경찰도 찾지 못하자 마침내 마법을 쓸 줄 아는 요리사에게 부탁을 했는데, 그 요리사는 본래 '심보가 무척 모질어서 마담이 하는 짓을 옆에서 다 거들어주고, 온갖 소동을 구경하는 걸 즐기고, 아가씨들 비밀을 고자질하기도' 했답니다. 고약한 요리사였죠. 그 요리사가 마담에게 이레 안에 제 발로 걸어 돌아온다는, 심지어 원수진 사이인데도 친구로 여기고 돌아오게 된다는 부적을 알려주게 됩니다.

 

마담은 사람들을 시켜서 요리사가 하라는 대로 했어요. 그 아가씨 침대 밑에 놔뒀던 요강에 물과 우유를 붓고, 아가씨 방에서 찾아낸 이런저런 잔해들을 그 안에다 섞었어요. 머리빗에 엉켜 있던 머리카락, 분첩에 묻어 있던 분가루, 아가씨가 손톱 깎을 때 앉아 버릇하던 카펫 가장자리 부근에 떨어져 있던 손발톱 지스러기…… 그러고는 아가씨 피가 묻은 이불을 그 요강에다 담그라고요. 그러는 내내 요리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무슨 말을 자꾸 되뇌었는데, 그것까진 저도 못 들었지만, 맨 마지막에는 마담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이제 침을 뱉으세요.2

 

어떻게 되었을 것 같습니까?

① 그따위 짓으로 달아난 사람이 돌아오겠나, 어림도 없다.

② 마법을 쓴 그 요리사가 '몸은 말랐지만 부르는 남자들마다 마음에 들어 하는' 그 아가씨로 변신한다.

③ 마담이 '몸은 말랐지만 부르는 남자들마다 마음에 들어 하는' 그 아가씨로 변한다.

④ '몸은 말랐지만 부르는 남자들마다 마음에 들어 하는' 그 아가씨는 끝내 오리무중이어서 마법을 쓰는 그 요리사가 마담으로부터 온갖 욕설을 듣고 고역을 치른다.

⑤ 기타 의견 : 가령 "다음 ( ) 안에 직접 기술해 넣으시오." 같은 것.

( )

 

이제 정답을 보여드립니다.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그리고 일곱 날 안에 아가씨는 돌아왔어요. 굉장히 아픈 기색이었고, 떠날 때 옷차림 그대로였는데, 유곽에 돌아오게 되어서 만족하는 눈치더라고요. 남자들 중 하나가 니네트, 집에 잘 왔어!라며 인사했고, 아가씨가 마담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하니 마담은 닥치고 올라가서 옷이나 갈아입어, 라고 했어요. 그러자 니네트, 그 아가씨가 대답했죠. 금방 준비하고 내려올게요. 이후로 아가씨는 거기서 조용히 살았답니다.3

 

정말 이런 세상이라면, 이 세상의 일들이 정말로 이렇다면 '개○' 혹은 '○판'이구나 싶었습니다.

권선징악, 전화위복, 그따위 말들은 다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호도하는 것이고 "고생 끝에 낙이 온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 "부지런한 물레방아는 얼지 않는다"…… 얼어죽을! 그 따위 말들은 다 불쌍한 사람들을 입막음하는 데 필요한 거짓말이라는 걸 아직 어리석거나 순진한 사람들에게 똑똑히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분명한 것은 마법은 분명 사악한 것이라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