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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222

'장차'가 아니라 '지금' 행복한 교육(2015.4.6) 우리나라 교육은 워낙 미사여구를 좋아해서 표어로 설정해보지 않은 주제가 없을 것 같긴 하지만 한때 여러 학교에서 교문에 "가고 싶은 학교! 머물고 싶은 교실!"이라는 문구를 내걸기도 했다. 누가 간절한 마음으로 써 붙인 걸 보고 '저게 좋겠다!' 싶어 그걸 구체적 지표(指標)로 삼지도 않으면서 너도나도 그렇게 해서 낯간지러운 유행이 됐을 것이다. 의미로는 멋지고 옳다. 학생들이 행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죽 좋으면 얼른 가고 싶고, 아예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겠는가. 그건 꿈같은 얘기지만, 우리 교육에 관한 논의에서 필수적으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학생들끼리 경쟁을 일삼게 하면 어쩔 수 없이 서로 겨루게 되니까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좀 편한 면이 있을지 몰라도 정작 학생들이 행복감을 느끼도록 해주는.. 2015. 4. 5.
아이를 키울 줄도 모르는 사회 (2015.3.9.) 아이를 키울 줄도 모르는 사회 신문을 보며 생각했다. 이렇게 하는데 아이를 가지고 싶겠나, 아이를 가질 용기가 나겠나. "어린이집 못 믿겠다, 녹음기·몰카까지 등장" 원생 폭행 사건이 잇달아 터지고 있는데도 CCTV 설치 의무화 등 대책 수립이 지연되자 불안에 떨던 학부모들이 자구책 .. 2015. 3. 8.
CCTV는 사랑을 찍지 않는다 (2015.2.2) 아이들에게 이러는 사회는 정말 싫다. '동물의 왕국'으로는 인정하겠지만 총체적으로는 우습게 여길 아프리카 케냐는 자녀를 때려도 당장 입건이다. 그에 비해 세계 경제대국, 패션·영화·음악·음식 등 한류열풍(Korean wave fever)을 자랑하면서도 낮잠이 들지 않는 아이를 두들겨 패서 피멍이 들게 하고, 이불에 싸서 굴리고, 징징거린다고 가슴을 마구 쥐어박고, 화장실에 가두고, 장난 좀 친다고 손목을 묶어놓고… 아이들에겐 고문과 같을 일이 이 나라 어린이집에서는 흔히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자지 않는 두 살짜리 아이를 여섯 차례나 머리 높이까지 들어 올렸다가 팽개친 일이 공개됐는데 이번엔 네 살짜리 아이 머리를 내려치고, 얼굴에 주먹질을 해서 나동그라지게 한 충격적인 .. 2015. 2. 2.
등교시각 정하는 법, 혹은 방법 경기신문 시론 110 등교시각 정하는 법, 혹은 방법 핀란드 헬싱키대학의 한국인 교수가 현지 초등학교 교사 비르바 라이사넨을 데리고 찾아왔다. 한국어를 배운다는 그 교사와 몇 가지 얘기를 나눴다. 새해에 필요한 것들을 요청하고 왔다기에 그 성격을 궁금해 했더니 새 학년도 교육을 .. 2015. 1. 9.
기본까지 무너뜨리는 수능 (2014.12. 22) 경기시론 109 기본까지 무너뜨리는 수능 교과서도 사실은 별것 아니라고 하면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거나 당장 부정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건 사실이다. 학교교육이 대학입시에 종속되지 않고 교육과정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선진국에서는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 나라.. 2014. 12. 21.
교육이 조롱거리가 되어가나 (2014.11.24) 교육이 조롱거리가 되어가나 교육이 조롱거리가 되어가나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지난 14일, "시험이 주는 중압감을 나쁜 것으로 본다면, 잠시 한국 학생들을 동정하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전제하고, 일시에 수십만 명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둘러싼 우리 한국 사회의.. 2014. 11. 24.
교과서에 대한 고질적 미신 (2014.10.27) 교과서에 대한 고질적 미신 흔히들 교과서에 대한 미신을 갖고 있다. 여간해서는 척결하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을 갖게 하는 특별한 것으로는, 교과서를 바이블(聖典),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기는 미신이다. 또 교사가 설명해주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책, 집과 학교를 오가며 늘 지참.. 2014. 10. 28.
견뎌내는 게 교육의 기본인가? (2014.9.29) 견뎌내는 게 교육의 기본인가? 교육문제의 유형은 이해 당사자들의 견해에 따라 분석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우선 첨예하게 대립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부터 구분할 필요가 있다. ‘과잉학습장애’로 인한 탈모·불안·대인기피증에는 휴식이 필수적이지만 그따위 교육적 견해 같은.. 2014. 9. 29.
필즈상, 우리도 받았어야 했나? (2014.8.25) 세계수학자대회! 120여 개국 5000여 명의 수학자가 찾아온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하이라이트는 필즈상 시상이었다. 40세 이하의 수학자에게만 준다는 이 상을, 미국 13명, 프랑스 12명, 영국 7명, 러시아 6명, 일본 3명, 중국, 베트남 등 11개국이 각 1명씩 받았지만 우리는 아직 수상자가 없다. 언론은 그것이 의아하고 억울하다는 듯했다. 실적을 충분히 쌓아 자격을 갖추었으니까 이미 받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한국인, 수학 노벨상 왜 없나” “올림피아드 석권에도 필즈상은 제로” “수학 우등생 한국의 미스터리”…… 그럴 만도 하다. 미국·영국·일본 등 OECD 회원국 34개국, 중국·브라질·러시아 등 비회원국 31개국이 참여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우리는 세계 최고의 교.. 2014. 8. 24.
교육이 뭔지나 아는가! (2014.7.28. 월요논단) 교육이 뭔지나 아는가! 이런 교육으로는 한계에 이른 것이 분명하다. 확신을 가지고 하는 장담(壯談)이다. “이런 교육”이란 학생은 물론 학부모, 교사 등 이른바 교육공동체의 거의 누구나 불편하고 힘들고 부담스러운 교육이다.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하루 14시간이나 공부한다고 .. 2014. 7. 27.
학교는 바빠야 좋은가? (2014.6.30) 학교는 바빠야 좋은가? 학교는 바쁘다. 당연한 현상인가? 학생들을 가르치자면 바쁘기 마련이고, 바쁠수록 잘 가르치는 것인가? 교육자가 한가하다면 잘못된 것이고 분주한 것이 기본적인 덕목인가? 교육부, 교육청에서는 교육현장이 때로는 조용하고 여유로울 수도 있지만 대체로 바쁘.. 2014. 6. 30.
파이팅! '죽은 시인의 사회'(2014.6.2) 교장이 물었다. “학생들이 손뼉으로 박자를 맞추며 행진을 하던데, 뭘 한 겁니까?” 교사가 대답한다. “아, 그거요? 중요한 교훈을 입증하기 위한 훈련이었습니다. 획일성이 얼마나 위험한 고질병인지 깨우쳐 주려고…” “우리 학교에는 이미 잘 짜인 교육과정이 있잖습니까? 큰 성과로 입증됐지요. 만에 하나 학생들이 다른 생각을 품고 있다면 그걸 막는 게 교사의 도리가 아닌가요?” 다시 대답한다. “저는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그게 올바른 교육입니다.” 교장이 반박한다. “이 학생들에게? 불가능합니다!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건 전통과 규율입니다! 학생들을 대학에 입학시킬 궁리나 하시오! 다른 일은 저절로 해결될 테니까…” 영화의 한 장면이다. 우리에겐 실화보다 더 현실적인 느낌을 준.. 2014. 6.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