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논단222 중1 녀석의 싱그럽고 가련한 자부심(2017.3.13) 아파트 수영장 주변을 휘젓고 다니던 '초딩' 개구쟁이 녀석이 돌연 입대를 앞둔 장정처럼 머리를 단정히 하고 까만 제복 차림으로 나타났다. 운동가방만 그대로였다. 그 행색은 기묘하면서도 친근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와, 너 중학생이 됐구나!" 녀석은 입학식 날부터 최근까지 일어난 일들을 줄줄이 소개했다. "이젠 초등학생을 상대로 하던 그런 대화는 자제해 달라"는 듯한 의젓함이 느껴졌다. 날마다 만나는 노인에게 좀 으스대고 싶었고 이젠 자신이 아파트 앞 초등학교나 다니는 '어린애'가 아니라는 걸 선포하고 싶었을 것이다. 누가 그 녀석을 실망시킬 수 있을까! 누가 중·고등학교, 대학교로 진학할수록 점점 더 깊은 고난의 길이기 십상이라는 사실을 털어놓고 싶고, 우리 교육의 실상을 그대로 소개하고 싶을까. .. 2017. 3. 13. 교육을 바꿔야 하는 이유 (2017.2.13) 김 교사는 교감의 주변을 살펴보며 다가갔다. 무슨 지시를 기다리는지 부동자세로 깜빡깜빡 센서만 작동하는 로봇(가령 R-A)도 보이고 사람 흉내를 내고 싶은지 의자에 앉아 다리를 흔드는 R-B도 보였다. '저것들은 새 학기를 앞둔 긴장감도 느끼지 않겠지? 이럴 땐 나도 로봇이라면…' "김 선생님, 웬 일이에요?" "저, 올해는 도서실 관리를 제가 좀 맡았으면 해서요." 교감은 곧장 딱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우리 옛날 얘기는 그만하는 게 좋겠어요. 도서정리나 관리는 로봇들도 서로 맡겠다고 야단인걸요. 개인별 독서이력 작성은 기본이고 심지어 독서상담을 맡겠다는 로봇도 나타났어요! 지난겨울에 이미 전교생 독서이력을 다 조사하고 앞으로는 어떤 책을 읽으면 좋겠는지 개인별 권장도서 목록까지 다 작성해 왔.. 2017. 2. 13. 700만의 꿈을 물어보는 교육(2017.1.16) 전국의 유아들과 초·중·고 학생들을 합하면 약 700만이다. 이들에게 핵심이 되는 지식을 잘 암기시키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많다. 그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애들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래야 장차 잘 살 수 있다고 확신한다. 교육의 관건은 학생 간 경쟁이라는 것도 그들의 신념이다. 그들은 그런 지식에 정통한 사람들이 만든 교과서 내용을 잘 설명해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고 교육의 거의 전부라고 여긴다. 그들은 가령 "학생의 적성과 소질에 맞게 진로를 개척하며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것이 고등학교 교육목표라면, EBS 수능방송, 대입 수능시험 문제의 내용들을 철학적·교육적으로, 고상하게 종합 정리한 결과가 그것이라고 여길.. 2017. 1. 16. '작은 학교'는 필요 없다?(2016.12.12) '작은 학교'는 필요 없다? 작은 학교 교장이라면 좋겠다. 우선 종일 놀아보게 하겠다. 어디에서 누구와 무얼 하며 놀았는지, 어떤 놀이들이 재미있는지, 다음에는 또 어떻게 놀겠는지 한나절 그 얘기만 해도 좋겠다. 동네 돌아다니기부터 하고 싶기도 하다. 시시하다고 하면 가령 시냇물을.. 2016. 12. 12.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축제처럼! (2016.11.14)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축제처럼!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나날 속에서 관심 밖의 일일 수도 있지만 오는 17일(목)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다. 응시생 60만 5988명과 그 가족들은 시험이 끝날 때까지 얼마나 어렵고 복잡할까. 어김없이 특별대책이 발표되었다. 관공서 출근시각이 늦춰진다. 전철.. 2016. 11. 14. 교육과정 실천이 교육개혁이다 (2016.10.17) 교육과정 실천이 교육개혁이다 전철을 타고 현장체험학습을 가는 아이들(2013.10.26.) A. 토플러(1980)는 "노동의 터전이 논밭과 가정에서 공장으로 전환됨에 따라 대중교육(Mass-education)에서 강조된 덕목은 시간엄수, 복종, 기계적 반복 작업"이었다고 비판했다('제3의 물결'). 그는 한국에서 자.. 2016. 10. 17. 학교는 마음 편하게 배우는 곳이어야 한다(2016.9.19) 학교는 마음 편하게 배우는 곳이어야 한다 초등학교 1학년의 3월은 학교 측에서 아이들이 잘 적응하도록 배려해주는 기간이라 그나마 여유롭지만, 4월이 되면 곧 교과서에 따른 본격적 학습을 시작하고 당장 '받아쓰기'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앨빈 토플러도 "공부란 건 결국 읽는 일"이.. 2016. 9. 19. 숙제는 누가 왜 내는 것인가 (2016.8.22) 숙제는 누가 왜 내는 것인가 어느 대통령이 어린이날 아이들과 면담하는 장면을 중계한 적이 있다. 그 발언이 예상되었던 건지 혹 돌발 상황이었는지 의문이긴 했지만, 한 아이가 불쑥 숙제 좀 내지 않으면 좋겠다고 하는 걸 보며 저런! 왜 하필 저걸… 싶었는데 대통령은 그게 아니었다! .. 2016. 8. 22. 선생님! 힘내세요! (2016.7.25) 선생님! 힘내세요! 선생님! 저 기억하시죠? 화장하는 애. 중1 따위가 화장을 해서 소동을 일으키고 "고등학교, 대학교를 가야 하는데 벌써부터 화장이라니!" 그런 말씀은 답답하고 짜증난다고 한 애. 그렇게 지내고도 고3이 되었네요. ㅎㅎㅎ… 그렇지만 보세요! 식품의약품안전청이라는 .. 2016. 7. 25. 무엇을 위한 교육개혁이었나?(20160617) 한국경제TV(2016.5.31) 무엇을 위한 교육개혁이었나? "지금 우리는 지나친 경쟁 속에 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결'로 더욱 유명해진 이세돌 기사가 공익광고에 나와서 물었다. 경쟁으로 일관한 신산한 삶에서 우러난 강한 설득력을 느꼈다. 이 광고의 시사점이 어떤 .. 2016. 6. 27. 책을 읽게 하는 학생부 종합 전형(2016.5.23) 아마도 반디앤루니스 센터럴시티점 앞에서 책을 읽게 하는 학생부 종합 전형 '신언서판(身言書判)'이란 고색창연한 말이 있다. 사람을 찾을 때는, 네 가지 조건을 꼼꼼히 따져 점수를 매기고 총점·평균점수로 결정했다는 건 아닐 테고 갖추어야 할 것을 두루 갖추어 쓸 만한 재목인지 아.. 2016. 5. 24. 왜 학생들을 바보 취급하나(2016.4.25) 이 사진은 이 글의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전혀 없음. 왜 학생들을 바보 취급하나 우리 집 아이와 이웃집 아이의 성적이 1, 2위를 다툰다고 하자. 다만 이웃집에서는 학교 공부만으로 만족하는데 비해 우리는 매일 다섯 시간씩 별도로 더 시켜야 한다면 우리 아이 성적이 결코 자랑스러운 .. 2016. 4. 25. 이전 1 ··· 5 6 7 8 9 10 11 ··· 1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