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논단222 학교는 가르치는 일만 해야 한다 (2018.3.19) 기온이 들쑥날쑥하다. 학생들이 희망찬 하루하루를 보내도록 해주어야 하지만 선생님들은 유난히 부담스러운 때가 3월이다. 가르칠 내용이나 맡은 일이 새로우면 그만큼 힘들고 어렵다. 새로 부임한 학교에서는 더 그렇다. 부담스럽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말쑥하게 차려입은 옷조차 으스스한 한기를 막아주지 못한다. 자칫하면 병이나 나기 쉽다. 첫날부터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싶고 무엇보다 수업에 심혈을 기울여 일단 잘 가르친다는 말을 듣고 싶다. 인성지도는 마치 교장 훈화나 생활부장의 업무 처리로 이루어지는 것쯤으로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담임교사의 몫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제 자식이 못된 짓을 한 걸 두고 학교를 찾아와 "도대체 뭘 가르쳤느냐!"며 적반하장으로 대든 학부모도 있었다.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 무슨 부탁이.. 2018. 3. 20. 어린애들이 영어를 왜? (2018.2.19) 프랑스 소설 "도살장 사람들"(조엘 에글로프)에 나오는 마을은 쓰레기하치장, 폐수처리장, 게다가 비행장까지 인접한 공장지대로 낮에도 가로등이 꺼지지 않는 암울한 곳이다. 서풍은 썩은 달걀 냄새를 실어오고 동풍이 불면 유황 냄새에 목이 꽉 메고 북풍이 불면 시커먼 연기가 날아든다. 어린애들은 창백하고 어른들은 제대로 늙을 수조차 없는 그곳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가고 학생들은 무언가를 배우려고 소, 돼지를 밤낮없이 잡아대는 그 마을 도살장까지 찾는다. 요일별로 모든 연령대의 방문객을 받아주는 그 도살장 현장학습을, 유치원 선생님은 격주로 금요일에 실시한다. "음메" 하고 우는 암소, "메" 하고 우는 양을 살펴보고 소시지는 무얼 넣어서 만드는지 알아본다. 그 현장학습은 몇 달 동안, 그러니까 아이들이 싫증을 낼.. 2018. 2. 20. 교사들이 학부모를 이기는 방법(2018.1.22) "한 학부모는 스케이트 강습을 수강하던 초등학생 자녀가 개별 연습 시간에 넘어져 발목이 부러진 일로 '학생 안전에 소홀했다'며 사건 발생 2년이 지나 담임교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교사들이 이런 기사를 보면 섬뜩하지 않을까 싶다. 문득 나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할 것 같다. 태평스레 앉아 있다가 그런 일을 당하지나 않을지, 그동안의 일들을 되돌아보게 되고 아이들과 어우러져 마치 그중 한 아이인양 즐겁고 행복하게 지낸 일들까지 무색해지는 느낌일 것이다. 교사들 정서가 이렇게 되어버리면 '교육'이 이루어질 리 없다. 교육을 바로 보는 건 이해관계에서 먼 사람들의 일일 뿐 정작 교사와 학부모 등 당사자들은 어쩔 수 없이 눈앞의 손익을 따지고 안일만 쫓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일까? 한 초등학교 교사.. 2018. 1. 23. 교육사다리라는 것 (2017.12.18) 교육사다리라는 게 뭘까? 어떤 학생에게 주어져야 마땅한 것일까? 신분상승이라고 할 만큼 껑충 뛰어올라도 좋을 출중한 '재능'(새삼스럽지만 '재주와 능력')을 가진 학생? 재능 같은 건 제쳐두고 "하면 된다!" "파이팅!"을 외치며 불철주야 일로매진하는 학생? 혹 아주 특별한 실력, 가령 부모가 가진 권력 혹은 금력, 그런 '실력'을 버젓이 써먹을 수 있는 학생? 모르겠다. 거기에 상당한 철학이 들어 있다면 온갖 경우를 다 이야기하는 건 어렵고 재능을 가진 경우만 이야기하는 게 속 편할 일이다. 그건 굳이 논의할 필요가 없다면 그럼 자연스럽지 않은 사다리 얘기를 들으면 속상하다는 걸 털어놓을 수는 있다. "개천에서 용이 나왔다!"는 사례에는 얼른 박수를 보내기가 싫다는 것, "용은 연이어 나오도록 되어 있.. 2017. 12. 19. 정말 '공부'가 뭘까? (2017.11.20) 전국 고교(2358교) 중 야간자율학습('야자') 실시 학교는 1900개교(80.5%)! 그중 995개교는 밤 10시까지지만 11시가 넘도록 공부하는 학교도 245개교(12.9%)! 이 싸늘한 밤에도 학생들이 열정적으로 '야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렇게 말해 미안하지만 마음 든든하기보다는 그 고생이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느낌이다. 아예 1학년 때부터 실시한다는 41개교 학생들은 '자율'의 의미나 알고 참여하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붙잡아둔다"고도 표현하지만 무슨 공부를 그토록 하는가 싶고 꼭 해야 한다면 밤낮없이 한곳에 모여 앉아 있기보다 다양한 곳에서 '더 자율적으로' 공부하면 안 되는지, 어떻게 그리 획일적, 전체적인 자율을 좋아하는지 두려움마저 느끼게 된다. 또 교육학이란 결국 어떻게 가르쳐야 .. 2017. 11. 20. 학교폭력을 보는 눈(2017.10.23) "그 골목에 애를 무릎을 꿇게 한 다음 신발로 얼굴을 막 밟는 거예요. 슬리퍼 날아가고 이걸로 분이 안 풀린다면서 막 쇠파이프 같은 걸 가져오라면서 시키는 거예요. 애들한테. 그것도 그냥 보통 쇠파이프가 아니라 끝이 날카로운 거란 말이에요. 그걸로 애 머리를 내리찍으면서 그것도 엄청 세게 계속 그렇게 때리는 거예요. 그러면서 막 병 같은 걸 가지고 오라면서 그 애 머리에다 소주병으로 내리치는 거예요. 눈물에서도 피눈물 같은 게 나오는 거예요…" 고운 나이의 여중생들이 벌인 일이 이처럼 충격적, 자극적이다. 무섭다. 언제 어디서 변을 당할지 모르는 사회가 된 것이다. 가출하여 서로 어울려 지내다가 선배 대하는 태도가 불량했다는 것이었다. "피 냄새가 좋다" "어차피 살인미수 아니겠느냐"며 더 때리자고 했다.. 2017. 10. 24. 수능·학생부전형 개선의 길 (2017.9.11) 사오십 년 전 얘기여서 잊었을 수도 있고 우린 그렇지 않았다고도 할 것 같다. 그때도 평가는 골치 아팠다. 객관식만 찾지 말고 주관식도 좀 출제하라고 했고, 단답형에 그치지 말고 논술식도 내라고 했다. 교사들은 수긍하면서도 꺼렸다. 섶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단답형조차 간단한 건 아니었다. 가령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를 물었다고 치자. '의·식·주'를 써넣었어야 할 세 개의 ( ) 안에 수업시간엔 뭘 했는지 "어머니·선생님·교과서" "믿음·사랑·소망"이라고 써넣은 건 그렇다 치고 "옷·밥·집"이라고 한 것도 말썽이었다. 회의를 통해 근근이 정답으로 조정(인정!)되어도 교육청 감사가 나오면 교사들 간의 그 힘겨웠던 논의는 일거에 무용지물이 되었다. 그 위상이 어떤 수준인지도.. 2017. 9. 10. 아이들의 불행을 부르는 눈 (2017.8.14) 이젠 취학 전 아이들까지 놀 틈이 없게 되었다. 웬만한 강심장으로는 그냥 두어선 안 되지 싶은 조바심을 이기지 못한다. 결국 의사표현이나 할 수 있을까 싶을 때부터 영어, 한자, 수학, 태권도… 이것저것 배우게 하는 석연치 않았던 현상의 결과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5세 아이들의 경우 하루 학습시간은 3시간이나 되지만 실내·실외 놀이시간은 각각 1시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경쟁 잘 시키는 별난 동네 얘기가 아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부모·교사 2276명을 표집 조사한 전국적 현상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편하게 지내는 꼴을 볼 수가 없는 것일까? "아이들이란 행복해서는 안 된다" "그럴 수 없다"는 논리에 사로잡힌 건 아닐까? 혹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던 말대로 어릴 때의 그 고생이 장래를 보장한.. 2017. 8. 13. 학업성취도평가, 폐지? (2017.7.17) 특히 일제고사를 보는 날이면 아이들은 교사를 부러워하는 표정들이었다. 그 조바심이 오죽했을까. 대놓고 말하는 아이도 있었다. "선생님은 좋겠어요!" "저도 선생님이 될 거예요!" 교사의 심정을 헤아릴 길이 없었을 것이다. 여러 경로로 궁지에 몰릴 것을 예상해야 하는 그 스트레스는 아이들 전체의 것을 합한 것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았지만 그걸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하기야 구태여 설명하기보다는 그 고충쯤 감내하면서라도 교사로서의 체면을 지키는 편이 나은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 초라한 권위라도 없으면 무슨 수로 아이들을 설득하고 통제하며 한 해 한 해 수십 년을 버티겠는가. 일제고사를 볼 때의 교사의 권위는 그렇게 아이들 앞에서는 덩치가 크지만 평균 점수나 부진 학생 수 등은 치열하고 적나라한.. 2017. 7. 16. 상대평가·절대평가(2017.6.12) A 또 고교내신과 수능시험 논쟁이 벌어지고 있네요? 대입전형은 끝날 줄 모르는 논쟁거리군요. B 이번엔 좀 다르죠. 시험 과목이나 출제 범위, 문제 내용 같은 게 아니라 평가방법을 바꾸겠다는 거니까요. 2021학년도부터 고교 내신 성적 사정과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절대평가를 적용하겠다는 건데 그동안 여러 번 바뀌어온 전력 때문에 "또 바뀐다!"면서 그 변화의 분기점에 서게 된 현 고1, 중3의 입시문제가 크게 부각되는 것 같아요. 혼란을 느끼는 거죠. A 고1은 2020학년도가 현 교육과정 및 입시 제도를 적용하는 마지막 해가 되기 때문인가요? B 그렇죠. 재수를 하게 되면 교육과정도 바뀌는데다가 평가방법마저 바뀌어 부담스러우니까요. 심지어 지난 5월 중간고사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우 좋지 못한 내신.. 2017. 6. 12. 더는 미루지 말고 '아이들'을 생각하자(2017.5.15) K 시인은 산골짜기 고향마을과 A시를 오가며 지낸다. 고향마을에선 선대의 전통가옥을 정비해서 민박을 하고 A시에는 아들네가 거주한다. 지난 초봄에는 아들네가 산골짜기로 들어가고 K 시인이 시내로 나왔다고 했다. 손자가 그 산촌 소재 초등학교에 입학했다는 것이었다. 의아해서 되물었다. 바뀐 게 아닌지,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닌지, 아들네가 시내로 나와서 손자가 시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K 시인이 산골로 들어가 정착한 건 아닌지…. 아니라고 했다. 제대로 얘기하고 들은 것이라고 했다. 시내 학교는 아직도 한 학급에 25명이 복작거리는데 산골 학교는 1학년이 딱 네 명이고 선생님이 아이들을 '정말로!' 따듯하고 정겹게 보살펴주는 데다가 시설설비는 이 세상 어느 선진국 학교와 비교해 봐도 월등해서 "세계 최고가.. 2017. 5. 15. 초등학교에서 찾는 행복의 의미(2017.4.17) 선생님! 찬란한 봄날입니다. 별것 아닌 일들에도 마냥 행복해할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아침마다 뭔가 기대를 안고 학교로 가는 모습, 끝없이 재잘대는 그 아이들, 사소한 일에도 호기심을 갖고 무엇이든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들, 누군가에게 귀를 기울이는 모습… 헤아릴 수 없는 그 아름다움 중에서 한 가지만 고르라면 어떤 모습일까요? 세상모르는 학자처럼 책에 파묻힌 모습? 하늘로 솟아오를 기세로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모습? 교사라면 얼마든지 떠올릴 수 있는 모습들이죠.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도 초등학교 울타리 안은 한없이 행복한 세상일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중·고등학교, 대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차라리 슬픔을 느끼게 하는 모습들이 끝없이 연출되는데도 변할 줄 모르는 곳 또한 학교사회인 것 같.. 2017. 4. 17. 이전 1 ··· 4 5 6 7 8 9 10 ··· 1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