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교사들이 학부모를 이기는 방법(2018.1.22)

by 답설재 2018. 1. 23.

 

 

 

 

"한 학부모는 스케이트 강습을 수강하던 초등학생 자녀가 개별 연습 시간에 넘어져 발목이 부러진 일로 '학생 안전에 소홀했다'며 사건 발생 2년이 지나 담임교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교사들이 이런 기사를 보면 섬뜩하지 않을까 싶다. 문득 나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할 것 같다. 태평스레 앉아 있다가 그런 일을 당하지나 않을지, 그동안의 일들을 되돌아보게 되고 아이들과 어우러져 마치 그중 한 아이인양 즐겁고 행복하게 지낸 일들까지 무색해지는 느낌일 것이다. 교사들 정서가 이렇게 되어버리면 '교육'이 이루어질 리 없다.


교육을 바로 보는 건 이해관계에서 먼 사람들의 일일 뿐 정작 교사와 학부모 등 당사자들은 어쩔 수 없이 눈앞의 손익을 따지고 안일만 쫓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일까?


한 초등학교 교사는 휴대전화에 녹음 애플리케이션을 깔아놓고 수업내용을 일일이 녹음하기 시작했단다. 유난히도 떠들어 수업을 방해한 아이에게 가벼운 벌을 주었다가 학부모의 호된 항의와 교육청에 민원을 넣겠다는 위협에 죄송하게 되었다고 무조건 사과했지만 앞으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방어조치로 녹음을 생각한 것이다. 이런 일을 보고도 그 교사가 앞으로도 변함없이 교육자로서 다짐했을 당초의 멋진 신념으로 그동안 쌓아온 전문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수업을 전개하리라고 믿을 바보는 없을 것이다.


세상의 학부모들이 그렇게 변해간다면 교사 측의 그 정도 방어조치는 최소한의 자구책일 것이다. 어떤 학교는 교장까지 나서고 있다. 항의성 전화가 날로 증가하고, 정당한 교육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도 늘어나 아예 교내 모든 전화기를 녹음기능이 있는 것으로 교체했다는 것이다.


교사가 학부모의 도전을 물리치기 위한, 그건 아니라면 학부모의 항의에 대응하기 위한, 혹은 그런 분위기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방안은 여러 가지다. "휴대전화로 교사와 학부모, 교사와 학생 간의 대화가 모두 들리도록 녹음해두라" "육하원칙에 따라 일지를 꼼꼼하게 작성해두라" 교사연수 강사로 나선 선배교사들이 후배들에게 알려준다는 내용이다. 초등학교에선 흔히 학부모에게 부탁하는 내용을 전하는 '알림장'에도 "횡단보도를 건널 땐 손들고 건너야 한다!"고 써준다.


학부모·학생의 고소·고발에 대해 소송비용, 중재비용을 보장해주는 교사 전용 보험 상품이 등장한 건 좀 지난 일이고, '1학교 1고문변호사제'도 나왔다. 악성민원에 대해 신속하게 상담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아이들을 사이에 두고 법으로써 맞붙어보자는 세상이 된 듯하다.


답답한 건 교사들이다. 변호사 비용이 저렴해지니까 걸핏하면 소송으로 해결하려는 학부모가 늘어나는 현상을 감당할 능력이 있을 리 없고 그런 현상이나 해결하려고 교사가 된 것도 아니어서 그들의 정서는 한없이 메말라가고 있다. 늘어나는 교권침해 상담사례가 증거가 된다(2006년 179건, 2016년 572건). 교사와 학부모·학생 간 다툼이 늘어난다는 건 교사의 가슴이 그만큼 무너지고 있다는 걸 설명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세상의 변화를 한탄하고 사람들의 동정을 구해야 할까? 1학교 1고문변호사 배치 같은 제도를 더욱 확대해서 법률로써 시비를 가리는 '대전(大戰)'을 펼쳐야 할까? '학폭(學校暴力)' 문제처럼 학교별로 무슨 위원회를 설치하고 점수를 계산해서 처리하는 꼼꼼한 매뉴얼 따위를 만들어 보급하는 것이 현명할까?

 

그 판단은 교육청·교육부에서 해야 한다. 교육부·교육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사회가 혼탁해질수록 학교와 교사들만은 교원양성대학에서 변함없이 가르칠 것으로 기대되는 그대로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교사가 가지고 있는 단 하나의 방법, 단 하나의 수단은 앞으로도 그것뿐이다. 그것뿐인 이들에게 그건 유효하지 않다는 걸 알려주려는 듯 행정적·법률적 대처를 앞세우는 엉뚱한 주문을 하겠는가? 정당한(아름다운) 교육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사고는 당연히 강력한 '힘'을 가진 교육청·교육부에서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