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학교폭력을 보는 눈(2017.10.23)

by 답설재 2017. 10. 24.

"그 골목에 애를 무릎을 꿇게 한 다음 신발로 얼굴을 막 밟는 거예요. 슬리퍼 날아가고 이걸로 분이 안 풀린다면서 막 쇠파이프 같은 걸 가져오라면서 시키는 거예요. 애들한테. 그것도 그냥 보통 쇠파이프가 아니라 끝이 날카로운 거란 말이에요. 그걸로 애 머리를 내리찍으면서 그것도 엄청 세게 계속 그렇게 때리는 거예요. 그러면서 막 병 같은 걸 가지고 오라면서 그 애 머리에다 소주병으로 내리치는 거예요. 눈물에서도 피눈물 같은 게 나오는 거예요…"

고운 나이의 여중생들이 벌인 일이 이처럼 충격적, 자극적이다. 무섭다. 언제 어디서 변을 당할지 모르는 사회가 된 것이다. 가출하여 서로 어울려 지내다가 선배 대하는 태도가 불량했다는 것이었다. "피 냄새가 좋다" "어차피 살인미수 아니겠느냐"며 더 때리자고 했다. 선배에게 사진을 보내고 묻기도 했다. "심해?" "들어갈 것 같아?(감옥에)"

 

잊고 싶고, 느낌으로는 이미 서너 달 전의 일 같을 수도 있지만 겨우 달포 전 일이다. 잊어도 그만이지만 잊을 수가 없고 잊어서는 안 되는 경우도 있어야 한다. 학교와 교육기관이다.

 

학교에서는 교육 부실로 줄초상이 났을까? 단 한 번으로도 족한(?), 참담한 사건이므로 학생들은 이제 새롭고 멋진 방침 아래 아늑한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지내고 있을까? 혹 학교폭력 문제를 포함한 모든 일은 여일하고 해당 학교를 재난 당한 집 바라보듯 딱하게 여기면서 조용조용히 지내고 있다면 그걸 바로 구태의연하다고 하고, 그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으므로 어느 학교든 앞으로도 그저 운수에 맡기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런 사건의 경과에서 교육이 적극적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학교 안에서부터 일반 사회의 사건과 교육적으로 차별화하고 있는지 미안한 의문을 갖게 된다. 가해 학생 조치 기준도 그렇다. 서면사과, 접촉·협박 및 보복행위 금지, 교내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이수 혹은 심리치료,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이 1~8호, 9호는 '퇴학처분'이다. 점수 매겨 조치 수준을 정하면 교육의 전문가인 교사는 뭘 하고, 학교에서 쫓겨난 그 애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이것이 교육의 역할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시스템인지 의문을 가지게 되는 이유다. 저 1~9호가 교사·교장이 행사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들인지도 의문이지만, 징계가 목적이라면 그 조치들이 하필 교내에서 이루어져야 할 까닭도 없을 것 같다. 학교교육의 권위는 한없이 추락해서 가장 큰 혹은 유일무이한 목표가 되어버린 대학입시만 해도 아예 "학교에 맡기지 않고 알아서 할 테니까 혹 내신 같은 것들로 방해나 하지 말라"는 경우가 없지 않다. 그렇게 차(車)·포(砲)가 떨어진 상황이라면 무슨 수로 학교폭력위원회를 운영하는지, 왜 숨기느냐고, 왜 그 따위로 처리했느냐고 혼이나 나기 십상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가해 학생들은 지금 교육을 받고 있다. 수차례 반성문을 썼고, "개돼지도 그렇게 때려서는 안 된다!"는 엄한 꾸중도 들었다. 또 너희들이 그런 폭행을 당했다면 어떻게 했을지 생각해보라는 숙제도 받았다. 학교에서 이루어졌을 법한 '조치'지만 사실은 법원 부장판사에 의해 이루어진 '교육'이다. '교육'이 못하는 교육을 '법원'이 하고 있다.


학교 측으로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가공할 사건이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는 없다. 교육의 역할(의무)은 예방이고 예방은 당연히 최선이다. 행정기관에서는 예방·대책을 검토하고 있겠지만 직접적·적극적인 방안은 학교가 갖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참담하고 차라리 허탈감, 무력감을 느끼게 하는 사건이어서 쉬쉬하며 조용히 넘기는 게 좋다고 하면 난감한 일이다.

"우리는 조용히 진도나 나가자"는 건 우습다. 정면도전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함께' '자주' 유사한 일들을 조사하고 생각하고 토론하게 해야 한다. 우리 교육은 이런 면에 아주 미숙하다. 쓴소리를 해도 좋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학교폭력, 이것조차 놓쳐버리면 학교는 앞으로 뭘 하나?"

 

 

 

 

 

  "좀 따뜻하게 지내면 안 돼?"

  "…… 그런 곳이 아닌 것 같아……."

  "왜? 왜 그렇게 생각하지?"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걸 듣는 곳이니까, 재미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걸 당연하게 여기니까, 그러면서 그걸 가장 중요하다고들 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