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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상대평가·절대평가(2017.6.12)

by 답설재 2017. 6. 12.

A 또 고교내신과 수능시험 논쟁이 벌어지고 있네요? 대입전형은 끝날 줄 모르는 논쟁거리군요.

 

B 이번엔 좀 다르죠. 시험 과목이나 출제 범위, 문제 내용 같은 게 아니라 평가방법을 바꾸겠다는 거니까요. 2021학년도부터 고교 내신 성적 사정과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절대평가를 적용하겠다는 건데 그동안 여러 번 바뀌어온 전력 때문에 "또 바뀐다!"면서 그 변화의 분기점에 서게 된 현 고1, 중3의 입시문제가 크게 부각되는 것 같아요. 혼란을 느끼는 거죠.

 

A 고1은 2020학년도가 현 교육과정 및 입시 제도를 적용하는 마지막 해가 되기 때문인가요?

 

B 그렇죠. 재수를 하게 되면 교육과정도 바뀌는데다가 평가방법마저 바뀌어 부담스러우니까요. 심지어 지난 5월 중간고사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우 좋지 못한 내신을 감수하기보다 자퇴를 해서 수능 준비에 ‘올인’하자고 판단하는 학생도 있답니다. 입시제도가 바뀌기 전에 진학해서 재수만은 피하자는 거죠. 학생 개개인에겐 변화의 영향이 이처럼 크게 다가오는 거죠.

 

A 도대체 상대평가, 절대평가가 뭐기에……

 

B 상대(相對)평가란 이런 것 아니겠어요? 가령 'ABCDE' 5등급 혹은 1~9등급 평가라면 각 등급의 비율부터 정해놓고 시작하는 거죠. "얘들아, 열심히 해봐라! 다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너희들 중 4%만 A(혹은 1등급)를 받을 수 있으니까 그 4% 내에 들도록 해라!" 참 가혹하죠? 그건 교사들에게도 마찬가지에요. "열심히 가르쳐 보세요! 하지만 선생님께서 1등급을 줄 수 있는 학생은 이러나저러나 4%에 지나지 않으니까 그걸 감안하시고요." 이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A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겠어요. 노력해봤자 최우수 그룹에 들어갈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학생들은 일찌감치 포기할 가능성도 크고요. 혼신을 다해 가르치는 교사나 어영부영 가르치는 교사나 A를 줄 수 있는 학생 수가 같은 것도 불합리하고요. 절대(絶對)평가는 어떤 건가요?

 

B 잘만 배우면 누구에게나 1등급을 주겠다는 거죠. 교육의 가능성에 대한 신념이나 협동적 교육, 성취감 제고, 교육의 개선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긍정적이고 교육적이죠. 더구나 경쟁이 동료들 간에 일어난다기보다는 바로 자신과의 싸움으로써 승패를 가르게 되죠. 교사들도 학생들을 이렇게 격려할 수 있겠지요? "얘들아, 우리 열심히 해보자! 모두 1등급을 받도록 하자!"

 

A 그럼 교사와 학생들은 물론, 모두들 절대평가를 좋아할 것 아니에요? 누가 반대하나요?

 

B 그게 그렇게 간단하진 않아요. 운전을 제대로 할 줄 아는 모든 사람에게 운전면허증을 줄 수 있는 것과 달리 각 대학에서는 일정한 수의 학생만을 선발할 수밖에 없잖아요. 중·고등학교에서 성취평가제를 적용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원점수·과목평균과 표준편차, 성취도와 수강자수, 석차등급과 수강자 수 등을 병기하고 있는 건 그 때문이죠.

 

A 대입전형 때문에 내신 성적과 수능시험에서 상대평가를 고수할 수밖에 없었군요!

 

B 그렇죠. 내신에서도 모두 1등급, 수능시험에서도 모두 1등급을 받아서 다 잘하는 학생만 수두룩하면 무슨 수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느냐는 거죠.

 

A 절대평가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학생선발도 편리하게 해주는 평가, 말하자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평가방법은 찾을 수 없는 건가요?

 

B 글쎄요. 수능과 내신에 절대평가를 도입하면 수능 경쟁, 성적 줄 세우기가 완화되고 중하위권 학생들의 성취동기도 더 높일 수 있으니까 묘수를 찾아야죠. 더구나 학생들에게 학습자율권을 주는 고교학점제와 함께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해서 결정하겠다는 거잖아요.

 

A 어렵긴 하겠네요. 좋은 방법이 나오면 교육학, 평가방법론의 내용도 수정해야 하겠는데요?

 

B 그럼요! 무엇보다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고 그 수준을 높여주는 평가, 대입전형보다 학생들의 개성, 진로지도를 앞세우는 평가가 되면 좋겠어요. 그런 건 소홀히 하고 "변별력이 있어야 학생 뽑기가 좋다"는 논리를 앞세우면 언제든 또 고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