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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학업성취도평가, 폐지? (2017.7.17)

by 답설재 2017. 7. 16.

 

 

 

 

특히 일제고사를 보는 날이면 아이들은 교사를 부러워하는 표정들이었다. 그 조바심이 오죽했을까. 대놓고 말하는 아이도 있었다. "선생님은 좋겠어요!" "저도 선생님이 될 거예요!"

교사의 심정을 헤아릴 길이 없었을 것이다. 여러 경로로 궁지에 몰릴 것을 예상해야 하는 그 스트레스는 아이들 전체의 것을 합한 것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았지만 그걸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하기야 구태여 설명하기보다는 그 고충쯤 감내하면서라도 교사로서의 체면을 지키는 편이 나은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 초라한 권위라도 없으면 무슨 수로 아이들을 설득하고 통제하며 한 해 한 해 수십 년을 버티겠는가.

일제고사를 볼 때의 교사의 권위는 그렇게 아이들 앞에서는 덩치가 크지만 평균 점수나 부진 학생 수 등은 치열하고 적나라한 경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근거가 되는 것이었다. 교장·교감은 물론, 행정기관에는 무슨 할 말이 있어도 자제하게 되고, 더러 부당하다 싶은 말을 들어도 감수하고 싶게 하는, 지울 수 없는, 눈곱만큼도 속일 수 없는 명백한 증거를 제공하는 것이다. "잘난 척은 하면서 애들 성적은 겨우 이 꼴이야?" "딴 짓 하지 말고 애들이나 잘 가르치지, ㅉㅉㅉ…"

국가수준의 중·고교 일제고사가 폐지되고 표집조사로 바뀌었다. 지난 6월 20일, 전수조사였다면 전국 약 5100개 학교 중3, 고2 학생 93만5000명 전체가 응시해야 했던 학업성취도평가를 당장(!) 표집조사로 바꾸어 공식적으로는 2만8646명(3%)만 응시한 것이다. 일제고사는 지구별·지역별로도 빈번하게 이루어지다가 그새 이래저래 사라졌고 국가수준 고사도 사라진 것이다.

일제고사라면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시험이니까 국민적 공감에 따라 실시해야 하고 충분한 논의와 합의로써 결정해야 마땅하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국어·영어·수학 과목을 대상으로 한 이 시험에 대해 '경쟁을 넘어서는 협력교육'과 맞지 않는다고 한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대통령 공약사항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에는 어떤 명분으로 실시되었는지는 잊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바뀌면 또 변경되는 것으로 인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고사는 일제고사로도 불렸고 학업성취도평가로도 불렸다. 또 1986년 학업성취수준을 체계적으로 진단해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지원한다는 취지를 가지고 표집방식으로 시작한 것을 김영삼 정부에서 전수조사로 변경했고, 김대중 정부에서 표집으로 환원했던 것을 이명박 정부에서 또 전수조사로 바꿨다. 박근혜 정부는 체육시간에 국·영·수 공부를 시키는 부작용을 들어 초등 6학년 전수조사는 폐지했다.

두말할 필요가 없게 됐다. 그동안 이 시험은 취지대로 실시되지 못했다. 점수경쟁을 조장하고 서열화하는 수단이 되어온 것이다. 가령 1등과 꼴찌를 가리고 경쟁을 일삼는 행위는 저속하고 비열하다. 그게 경쟁력이라는 주장은 전혀 교육적이지 않다. 국가 고사가 어떻게 그런 행위의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는지, 취지 설정 자체가 가능한 것이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그것이 표집과 전수조사의 민망한 번복을 막는 교육적 논의가 된다.

학업성취도평가가 폐지된 것은 아니다. 다만 말썽 많았던 일제고사가 폐지되었다. 학업성취도평가는 성적사정의 방안이기도 하지만 '가르치는 일(교육)'의 필수요소다. 국가 혹은 학교에서의 목표설정이 제대로 되었는지, 수업(학습) 내용 선정(가령 '교과서')은 그 목표 달성에 적절한지, 수업(학습) 방법은 효율적인지, 교육행정은 그 수업(학습)을 위한 지원을 잘 했는지, 일일이 따져보자는 것이 학업성취도평가의 기본취지이다.

교사들은 그 일의 전문가들이다. 그들에게 맡겨야 할 것까지 정부에서 다 해주겠다는 건 공연한 일이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교사들이 그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의무는 누구에게 있는가? 교육행정은 교사들을 전문가로 인정하고 도와주고 있는가? 오히려 방치하거나 방해한 경우는 없었는가? 그런 기본적인 것들부터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