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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초등학교에서 찾는 행복의 의미(2017.4.17)

by 답설재 2017. 4. 17.

 

2017.4.11.

 

 

 

 

선생님! 찬란한 봄날입니다. 별것 아닌 일들에도 마냥 행복해할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아침마다 뭔가 기대를 안고 학교로 가는 모습, 끝없이 재잘대는 그 아이들, 사소한 일에도 호기심을 갖고 무엇이든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들, 누군가에게 귀를 기울이는 모습… 헤아릴 수 없는 그 아름다움 중에서 한 가지만 고르라면 어떤 모습일까요? 세상모르는 학자처럼 책에 파묻힌 모습? 하늘로 솟아오를 기세로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모습?

 

교사라면 얼마든지 떠올릴 수 있는 모습들이죠.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도 초등학교 울타리 안은 한없이 행복한 세상일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중·고등학교, 대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차라리 슬픔을 느끼게 하는 모습들이 끝없이 연출되는데도 변할 줄 모르는 곳 또한 학교사회인 것 같아요.

 

3년간 과정을 2년에 끝내고는 일 년 내내 문제만 푸는 고등학교가 있습니다. 국가 기준 따위는 우습게 여기는 학교가 되어 EBS 교재와 함께 학생들을 문제 푸는 기계로 만드는 거죠. 선행학습 분석 논문들마다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결론을 보여주는데도 불구하고 중학교 때 아예 고등학교 수학 선행학습을 시키는 부모도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휴대폰이나 만지작거릴 수밖에요. “정말 그런가?” “말이나 되는가?” 하면 이미 상식이 된 걸 새삼스럽게 되묻는 '범생이'가 되겠지요.

 

아직도 야간자율학습을 강제하는 학교가 있다는 기사도 봤습니다. 그렇다면 대학에 가지 않을 학생도 더러 그 '야자'에 참여하고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일그러진 학교니까 "체육시간엔 제발 체육 좀 배우자!"고 호소할 학생도 있지 않을까요?

 

걸핏하면 국제학업성취도평가의 성적이 세계 최상위라는 걸 내세우죠. 흥미와 자신감은 최하위 수준인데도… 핀란드 학생들은 일찌감치 하교하고 사교육 같은 건 안중에 없는데도 최상위 성적을 고수하는데 우리 학생들은 밤늦게까지 공부에 매달려야 하니까 심지어 우울증까지 앓는데도 학원중독증에 걸린 부모들은 모두 앞만 보고 달리니까 어쩔 수 없다는 걸 강조하죠.

 

대학교육은 어떤가요? 강의내용을 암기해서 학점을 따는 평가중심 교육이 아닐까요? 저 S대의 성적 좋은 학생들이 교수 농담까지 받아 적는다니까 농담하는 줄 아는 사람도 있더군요. 교육을 걱정하는 인사들마다 지식을 암기하는 저급한 교육을 그만두고 창의적 학습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막무가내죠. 대학은 건재하고 대학수학능력고사는 변함없는 게 현실이니까요.

 

그래도 학생들은 행복할까요? 그런 걸 묻는 건 도리가 아닌가요? 그럼 어떻게 하죠? 길은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혹 어릴 때 행복이 뭔지를 알게 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요? 초등학교 다닐 때 행복하게 지낸 학생들은 중·고교, 대학교로 진학하면서 "이게 아니야!" 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언젠가는 다시 행복을 되찾게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참고 견뎌낼 수 있을 테니까요. 모두들 입만 열면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해결책은 없다고 하면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을 더욱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적극적인 해결의 길이 되지 않을까요?

 

그 누구도 방정식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나라엔 방정식만은 꼭 알아야 한다고 주장할 꽉 막힌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요? 호기심, 창의력, 문제해결력 등 지필평가로는 감당할 수 없는 지적 능력이 더 중요하다면 그런 이들은 뭐라고 할까요? 미국, 스웨덴, 이스라엘 같은 나라의 국제학업성취도 성적이 우리에 비해 형편없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까요?


선생님! 학생들에겐 지식이 필요하죠. 학생이니까요. 다만 인터넷에 다 나오는 그런 지식 말고 그들이 각자 자신만의 세상을 열어가는 데 필요한 지식이라야 가르칠 가치가 있지 않겠어요? 그런 지식을 찾아주세요! 어떤 경우에도 강력하게 작용할 자신만의 지식! 자신의 행복을 찾는 지식!

 

그런 교육에도 결점이 없진 않죠. 표가 나지 않아서 그렇게 가르치는 걸 내세울 수가 없다는 결점. 선생님의 제자들도 자신들이 비교적 더 행복한 걸 눈치 채지 못한 채 살아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