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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CCTV는 사랑을 찍지 않는다 (2015.2.2)

by 답설재 2015. 2. 2.

아이들에게 이러는 사회는 정말 싫다. '동물의 왕국'으로는 인정하겠지만 총체적으로는 우습게 여길 아프리카 케냐는 자녀를 때려도 당장 입건이다. 그에 비해 세계 경제대국, 패션·영화·음악·음식 등 한류열풍(Korean wave fever)을 자랑하면서도 낮잠이 들지 않는 아이를 두들겨 패서 피멍이 들게 하고, 이불에 싸서 굴리고, 징징거린다고 가슴을 마구 쥐어박고, 화장실에 가두고, 장난 좀 친다고 손목을 묶어놓고… 아이들에겐 고문과 같을 일이 이 나라 어린이집에서는 흔히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자지 않는 두 살짜리 아이를 여섯 차례나 머리 높이까지 들어 올렸다가 팽개친 일이 공개됐는데 이번엔 네 살짜리 아이 머리를 내려치고, 얼굴에 주먹질을 해서 나동그라지게 한 충격적인 영상들이 공개되었다. 그러자 그동안에는 모든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잘 돌보았는데 돌연 학대하기 시작했다는 양 전국적으로 법석을 떨고 있다.

 

"절차가 까다롭지 않아서 융자로 건물을 임차해 설립하고는 운영권을 사고파는 일이 허다하다" "어린이집을 식당 평가하듯 인증한다" "박봉에 격무로 늘 인력난을 겪기 때문에 인성을 보고 교사를 뽑는 건 불가능하고, 속성교육으로 자격증을 주어 실습도 없이 바로 현장에 투입한다" "정부는 연 4조를 지원하면서도 질은 따지지 않아서 수준 미달 어린이집이 수두룩하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교사 인권침해라고 해서 수차례 폐기했다" "신고 포상금 지급 계획도 관련 단체 반발로 철회·보류되었다"…

 

법이 복잡할 것 같지만 잠깐만 생각해도 답이 나온다. 곱게 바라보지 않으면 녹아내릴 것 같은 내 아들딸 손자손녀 문제라도 그렇게 하겠는지, 괜찮겠으면 그렇게 하면 된다.

 

대책도 난무하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로는 아동학대 못 막는다" "폭행을 해도 보육교사·원장 1년 이내 자격정지나 취소가 전부" "논란이 되었는데도 제재 없이 영업 중"… 온갖 고발이 이어지고, 경찰에서는 전국 52,000여 어린이집·유치원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나섰다.

 

대책들이 수년째 국회에 막혀 있었다는 비난이 일자 당장 CCTV 설치를 의무화하겠다고 했고, "사고가 나면 즉시 폐쇄해버리고, '원 스트라이크 아웃'으로 관련자를 영구 추방하겠다"는 발표가 이어졌다. 의견도 많다. "어린이 수에 비해 교사가 적다" "봉급도 적다" "교사에게도 훈육기준, 징계 권한이 필요하다"…

 

그야말로 백가쟁명이다. 이러다가 또 유야무야가 되지 않을까 괜히 걱정스럽고, 슬며시 어부지리를 노리는 측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현장조사, CCTV 설치, 교사·원장·시설에 대한 '원 스트라이크 아웃', 교사 수 확보, 봉급 인상, 훈육 기준과 징계 권한 마련… 다 검토돼야 한다. 그렇지만 어느 것도 정답은 아니다. CCTV를 피해서 언어폭력을 할 수도 있고 증거를 찾기 어려운 폭력도 있다. 한 명이 한 명씩 맡아 가르친다고 해서 잘 가르친다는 보장도 없고, 봉급대로 가르칠 교사도 없다. 너무 많이 준다고 불평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교육이 돈만큼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대책 역시 어려울 건 없다. 내 아들딸 손자손녀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도 모를 사람들을 위해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낳은 "엄마"들이 아주 쉽게 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저출산 걱정에 앞서 그 말부터 들어야 한다. "미안해, 아가야! 이제부턴 꼭 지켜줄게!" "무조건 어른들의 잘못입니다!" "때리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세요!" "아이에겐 사랑만 주세요!"

 

사랑 말고는 방법이 없다! 단칼에 해결해버리겠다는 듯 다른 방법에 중점을 두면 그건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CCTV도 시시비비를 가리는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많이 설치해도 그것이 아이들을 사랑해 주진 않는다.

 

이들은 안다. 사랑으로 다가가면 춥고 어두운 곳도 꺼리지 않는다. 그 눈길 속에 CCTV는 기록할 수 없는 사랑, 미움, 폭력, 공포를 다 기록하며 자란다. 두려운 것은 그 눈과 가슴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저 아이를 위해 이 글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