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아이를 키울 줄도 모르는 사회 (2015.3.9.)

by 답설재 2015. 3. 8.

 

 

 

 

 

 

 

 

아이를 키울 줄도 모르는 사회

 

 

  신문을 보며 생각했다. 이렇게 하는데 아이를 가지고 싶겠나, 아이를 가질 용기가 나겠나. "어린이집 못 믿겠다, 녹음기·몰카까지 등장" 원생 폭행 사건이 잇달아 터지고 있는데도 CCTV 설치 의무화 등 대책 수립이 지연되자 불안에 떨던 학부모들이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아이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주고, 곰 인형 눈에는 ‘몰카’를 설치한다는 얘기다. 오죽하면 그렇게 했을까.

 

  그런데도 국회는 외면했다. 폭행 사건이 불거지자 일일이 찾아다니며 재발 방지 약속을 했고, 보건복지위원회에선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CCTV 설치 의무화 등 주요 내용이 담긴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정작 본회의에선 부결시킨 것이다. "의원들, 제정신인가!" "간 큰 국회"… 언론들은 그렇게 성토했다. 제정신으로 무산시켰다면 간이 큰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다.

 

  같은 날 신문에 이런 기사도 실렸다. "성폭력 피해자 절반 이상이 아동·청소년". 전국 34개 성폭력 피해자 지원센터를 이용한 사람의 절반 이상이 19세 미만이고 이들 미성년자는 신체적 피해는 말할 것도 없지만 사실은 정신과 치료가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지난해 아동 학대 사건은 전년 대비 40% 이상 급증한 약 1만 건이었고, 사망만 20건이었다. 성폭력으로 신체적·정신적 환자가 되는가 하면 얻어맞고 맞아죽고… 그야말로 아이들로선 견뎌낼 재간이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운 이 계절에 '3월병'을 앓는다. 새 학년의 괴롭힘이 시작되는 탐색기여서 '찍히면 어떻게 하나' 공포에 시달린다. 폭행은 줄었지만 '은따(교묘한 따돌림)'가 심해지고, 자신만 아니면 된다며 모른 척하는 분위기에서 하루하루 고투를 벌인다. "사는 건 원래 그렇다"고 하겠는가. 아직 살아봤다고 할 수도 없는 학생들 아닌가.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또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절박한 상황이 된 것은 사실이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너무나 심각해서 지금과 같은 기조가 이어지면 2750년에는 한국이라는 나라는 마침내 소멸된다. 그럴 수밖에 없다. 2013년의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수)은 겨우 1.187명이었고 서울은 0.968명이었다. "735년 후라면, 아직 까마득하지 않은가!" 한다면 소멸 대상국 1위가 이 나라라는 것도 알아두어야 한다.

 

  문제는 저출산 대책이다. 그렇지만 2006년부터 9년간 무상보육 등에 무려 66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했는데도 정작 여성들이 양육비 부담 때문에 출산을 기피하는 경우는 극히 미미해서 출산율은 반등하지 않았다. 당연히 여러 가지 주장들이 등장하고 있다. 여성들의 노동시간과 양육시간 단축을 주장하고, 보육에 필요한 시설·설비의 확충을 강조하고,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사회구조, 사회문화가 시급하다고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보육과 교육이 이러한 대책들의 본질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대책들은 모두 보육, 학교교육, 사회교육 등 ‘교육’과 직결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말하자면 결혼과 출산은 육아로 이어지며, 육아란 바로 보육·교육이다.

 

  아이를 낳으면 저렇게 불안한 마음으로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고, 낳자마자 영어부터 가르쳐야 마음이 놓이고, 걸음마와 함께 논술, 과학실험, 국사, 수학, 농구, 축구, 태권도, 줄넘기, 피아노, 바이올린, 미술… 심지어 놀이까지 사교육으로 가르쳐야 하고, 그것이 전부 어머니의 역할과 역량으로 치부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기회만 있으면 줄을 세우고, 한 사람의 영재가 수십만을 먹여 살린다고 떠들면서 3%, 5% 영재들을 앞세워 저 아이들, 엄마들을 주눅 들게 하고 있다. "돈, 돈…" 하지만 돈 몇 푼 가지고 될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교육 문제부터 바로잡아야 하고 "아이는 소중하다"는 교육부터 해야 한다. 문제들은 얽혀 있으며 그 가운데에 교육이 도사리고 있다.